할머니가 쓴 시베리아 이야기 4

2008.2.14딸찌민속촌

바이칼호수의얼음궁전이지어진스케이트장에는아무도사람이없더구나
발렌타인데이라고재래시장샤먼은문을드문드문열었다.
바이칼이서만산다는’오물’이란꽁치처럼생긴물고기를
말리거나훈제해서팔아서사람들이호기심에얼마씩샀단다.

바이칼호수는바닥이꽁꽁얼고얼음이쩍쩍갈라져있는데
그갈라진툼사이로도또얼음이깊게얼어있는
그끝없는얼음판의바이칼호수를하염엇이걸어보았다.

간혹부릉부릉전동차가호수의얼음판을달리며손을흔들며
지나가는구나.

딸치민속촌은바이칼호수를바라보며지은전통가옥이란다.
우리나라민속촌같은곳에서자작나무공예를하는집,
옛날접시를모아둔집,
수세식이아닌화장실,
말을매던오래된기둥들이낯설게느껴지는구나.

한적한시간,관광객이많지않은이깊은겨울에도
더러관광객이오간다.

2008.2.14즈나멘스크사원

외투를벗어맡기고들어가서밥을먹어야하는
식당으로갔지.
두꺼운옷을입어야하는시베리아의특이한풍습인가봐.
지하식당엔볶은국수랑,익숙지않는냄새나는볶음밥이
나왔지.
바이칼호수에서부터편도선열이심해서음식맛을하나도모르겠더라.

식당에서나와서이르크츠크시내구경을했단다.
꺼지지않는불과전설의앙가라강을걷다가
주변의풍광들을사진에담느라고할아버지는길
을다잃었단다.함께간잡지사기자와함께…

그기자언니는말이다.아빠와같은학교공대를나왔는데
글이너무쓰고싶어기자일을택한거래.
누구나하고싶은일을해야만행복한법이지.
너희도하고싶은일을택해서더욱열심히노력하길바래.
알랙산드로3세의검은동상을보고그리고리안성가가울려퍼지는성스러운성당안,
기도를하는데몸이아픈때문인지
왠지모를눈물이그렁그렁흐르더라.

성당을가득채우고하늘로피어오르는향냄새..
구석구석에놓인이콘화들이빛나고있더구나.
아기예수를안은’영원한도움의성모상’은
늘보아도감동적이다.
우리를영원히도와주실것만같은자애로운어머니…

계속따끔거리는편도선의아픔을참으며
가만히기도를피워올린다.
네아빠엄마에게도말않고살짝떠난여행이지만
살아있음에고맙고,
이렇게훌쩍여행을떠날수있는시간이있음에고맙고,
이런좋은경치를볼수있음에감사한기도를…

하느님,
늘감사하오니저희를불쌍히여기소서

2008,2,14식당을겸한반야사우나

반쪽달이하늘에걸려있었어.
흐릿한달빛이라별은새파랗게빛나더군.
이런아르다운별을보는건그리흔한일이아니지.
물을끼얹으면김이하얗게피어올라데워지는
사우나를체험한다고
바이칼호수에서얼었던몸을녹이러
사람들이사우나로들어갔어.
자꾸오르내리는편도선열때문에할머니는사우나를하지않고

대형뻬치카앞에앉아많은것을생각했어.

향긋한자작나무타는냄새,은은히타오르는불빛,
탁탁소리를내며타는자작나무장작불은
러시아의이야기,의사지바고나러브오브시베리아나,
그외아름다운이야기를
도란도란들려주고있는것같았어.
바이칼에서주운나무에그림도그리고
또다른자작나무도막을주어
뭔가만들궁리를하는데
감자와쇠고기,오물생선요리로저녁이나오더군.

뻬치카앞에서러시아의시인푸쉬킨의’삶’이란시가
생각났어.
푸쉬킨은러시아사람들이가장사랑하는훌륭한시인이야.

번역시라그분이가진생각의깊이를다전달하지는못한대.
나중에네가크거든이시의깊이까지도
따져읽어보기를바래

생활이그대를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노여워말라

슬픔의날은참고견디면
마침내기쁨의날이찾아오리니

마음은미래에사는것
현재는항상슬픈것

모든것은일순간에지나간다.
그리고지나간것은그리워지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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