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쓴 시베리아 이야기 5/지바고의 땅

2008.2.15노보시비르스크로가는32시간탄기차

반야사우나식당에서나와기차를탈때까지
시간은넉넉했어.
서른시간넘게타야만할시베리아횡단열차.
유명한유배지이르크츠크역은정말추웠어.
옛날,철로가없던시절에도사람들은이길을걸으며
문명을나누고역사를나누고그리고삶을나누었겠지.
이길을초원로라고부르며실크로드라고하는
문명전파의길이라고지금우리는너무편하게
잘닦인열차를타고가는거란다.
그래도열차여행은어렵다고난리들이지.

기차안에서두밤을자야만하니서너끼는먹어야하는데
열차안에식당열차가있다고는하지만
우리입맛에도안맞는음식일지도몰라모두슈퍼마켓에서
식당에서먹을음식들을준비했어.
한국산라면은있었지만할아버지가좋아하는
흰쌀밥의햇반은없었단다.
바바나,빵,오이,배추,등을사서긴계단을오르내리며
무거운짐을끌고노보시비르스크로가는기차를탔어.
이미밤이깊어먼저탄오국사람들의잠을깨울까봐
조심조심…침대를들어올려짐을넣을때까지
무척힘이들었어.
할아버지는외국사람하나가아래층침대를떡차지하고있는방으로

배정이되셔서더힘이드셨나보더라.

러시아여행을하려면몇마디의러시아말과
러시아알파벳을읽을수있게공부를해가야할것같았다.
보통의러시아사람들은영어를전혀알지못하고,
알려고도하지않고,
다른나라사람을배려해서메뉴판을영어로만드는
그런친절은생각하지않는나라더라.

교수님몇분들이식당열차로가셨다가
보드카술만주문해서마실수밖에없었단다.
아무것으로도통하지가않아서였다는데
정말이해하지못할나라였어.

2008.2.15-16열차에서자작나무숲,눈,눈,눈

깊은밤에도기차는역에서쉬고
손님은타고내린다.
간간이서는간이역에서창밖ㅇ로보이는집들은
동화속나라처럼눈에폭폭덮여있단다.
"잠자는땅"
그래,겨울의시베리아는정말잠자는땅이야.
마른가지만앙상한끝없는자작나무숲과눈덮인광야와
허술하게지은작은나무집들에정다운연기가피어오르고
두껍게눈이덮이거나길게고드름을달고있는
집들을보게된단다.
고요속에서잠자는공주가살고있을것같은신비로움.

기차여행은휙휙순간적으로지나가는경치를보며
지나간시간을생각하는여행이야.
그리고앞으로닥칠일도계획해보는여행이지.
정말중요한것도,정말아름다운것도
눈깜짝할사이에놓쳐버리는일이얼마나많은지아느냐?
"저걸좀봐.저긴고드름…"
"저자작나무에걸린반달을좀보아.너무아름다워."

창밖을바라보며말했지만기차는휙지나가고
그걸본사람과못본사람의차이는정말엄청나지않겠니?

세상은눈을크게뜨고한순간도긴장을놓쳐서는
안된다는걸깨닫는여행이었어.

건강도중요하지.여행에서빼어놓지못할중요한것들.
할머니가아픈동안앙가라강변을걸어보지못했거든.
참아쉬워.
반야사우나도못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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