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쓴 시베리아 이야기/7 뮤지칼 실바

2008.2.16실바뮤지칼감상

러시아는예술이발달한도시란다.
곳곳에공연장이있고사람들은자주극장에간다.
공연요금도비교적싼편이고좋은공연도많이한다는데
우리가볼수있는건말을잘모르니조금웃은을자아내게
하는말을좀못알아들어도줄거리를알수있는걸
골라주더라.
노보시비르스크가이드는아나스탸샤라는너무나아름답고
친절한아가씨였어.
부모에게물려받은모자달린밍크코트를입고,

(러시아에서는공산주의시절에집집마다여자에게밍크코트를
배급했었다는구나.그래서대부분의여자들이비싼
밍크코트르르입고다닌단다)

생글생글웃는모습하며,처음만났을때빨간카네이션을
모두에게한송이씩주는아름다운마음을가졌었어.

이극장에서도외투는벗어두고맡긴표를받고

거의앞자리를차지하고보았지.

실바는캬바레에다니는신분이낮지만착한여자였어.
에드먼드라는지체높은남자가실바에게반해서결혼을하려고해.

부모가반대해서변호사앞에서서로의약속을
다짐하는증서까지쓰고….
그러나에드먼드집안에서는다른여자를정해놓고결혼을시키려고해.
그부모가정한여자는에드먼드보다에드먼드의친구를좋아하지.
애드먼드의엄마는,원래는실바처럼캬바레에서노래하던여자였음이밝혀지고

결국에드먼드와실바는결혼을하게된다는행복하게끝나는이야기야.
1915년에독일사람이극본을쓰고항가리음악가가작곡을한작품이라는데

춤과음악,노래와연기가어우러져아주멋진무대를볼수있었단다.

뮤지칼을먼저보고저녁을먹었는데이란에서먹은
압구튀시같은껄쭉한야채스프닮은요리가메인요리라는구나.
젊은도시라너무나시끄러운째즈음악때문에
밥이입으로들어가는지코로들어가는지….
서로의이야기가들리지않을정도였단다.

밤,차은숙님생일잔치

일행중의조금젊은편인차은숙님의생일이었단다.
밤에생일잔치해준다고케잌을사두었던모양이야.

할머니는여행지마다생일이되는사람에게작은선물을하지.
할머니가쓴시라든가,새벽에일어나그동네의풀꽃으로
꽃다발을만들어준다든가…
여행을시작하면서지금몇년째계속하는일인데
사람들에게추억을선사하는일은참좋은일이라생각해서였지.

스페인마요르카섬에서생일맞은K님의생일엔

수박으로조각한케잌에다축생일프랭카드를붙이고시를읽었는데

바다에비치는달빛을보며

긴상념에잠겼었지.할머니와함께그날밤내내…

그일을두고두고잊지못하겠다는k여사…

지난남극때와이집트에갔을땐,그렇게했던덕택으로
우리가생일을얻어먹기도했었지만…

사실,차여사그분을위해할머니는잠을한숨도자지못했어.
보통학술여행처럼아는사람끼리간것이아니라
그분은모르는사람이었거든.
그렇지만타고난봉사정신으로부지런하게여기저기를다니며

음식을나눠주기도하고,더나이많은분을배려하는마음이돋보이는분이셨어.

어떤말로시를쓸까.열차안에서갑자기어떤선물을준비하나고민이되었어.
잠을설치는다른사람들과복도에서서성거리기도하고
식당차에서보드카를마시고나오는남자교수님들을보면서

밤늦도록고심하고고심해서시조네수를만들었지.

그리고반야사우나에서마련한자작나무나무판에다
예쁜종이를붙여하얀색글씨를썼어.
벽걸이로끈까지달아놓고보니훌륭한작품이되더군,

조그만네모곽에터키가파도끼아에서배운대로

휴지로장미세송이를만들고,
초코렛몇개와사탕몇알을정성껏담아아침에그분께전했었지.

많이행복해하더구나.
실바를보고저녁도먹은후,케이크를자르며간단한축하파티가있었어.

할머니가쓴시를읽어주었지.
그분은아침의선물만도감사한데
시는생각도못한일이라더군.

가족도없는객지에서맞는생일은특별한느낌이있겠지.

조금은외롭고조금은미안하고,그리고쓸쓸하고….

할머니는늘사람에게는최선을다하는자세가필요하다고생각해왔어.
우리집가훈이"종덕수복(種德收福)-덕을뿌리면복을수확한다)"인걸알지?
아빠도작은아버지도귀가따갑도록들어온말이니너희도
기억해두어야할거야.
여기그시조네수를적어볼게.

차은숙님의생일에…

아득한세월저편,그적멸의시간에도
하이얀광야를비출,해는뜨고졌습니다.
초원로

실크로드에서

생일맞는별님하나

살아온숱한날들눈물인들없었을까?
애잔한날들을세며채곡채곡집을지어
고운꿈

새록새록펼쳐

오늘을세웠네요

달려온시간으로가쁜숨고르면서
바이칼의영롱한빛,자작나무숲의노래
여정의

길목에서도

밝고맑고향기롭길…

새로운만남에도낯설지않는인연
옷깃스친동반자도전생연을이음이라
차은숙

그대생일을

진심축하하옵니다

그분은집짓는일을하시는분이래.

나중에알았지만…

참따듯한분이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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