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글, 길, 술….

말,글,길,술….

여행을합께다니면늘무당처럼신이들린다는사람들이많았다..

비싼시간을들여왔으니,밤잠을못자더라도

언제올지도모르는신비한나라의풍광을봐두는일,

마음에담아두는것도모자라서사진에다담아두고파

온갖시답잖은것까지다찍느라고

시간도안지키는사람들(내남편이그중제1인자)

평소에보지못하던분들을만났으니

무슨이야기나밤새많이하여

알지못하던새로운세계를만나는것

그런것을알아내기위하여밤새이야기꽃이핀다.

그런이야기를모두기록으로남기고싶은사람들….

밤마다세미나(이를여행자들은’재미나’라말한다.)는진행된다.

여행에있어이세미나풍경은단연코없어서는안되는문화의일종이다.

이세미나에빼놓아서는안되는요소가있으니

이를테면말,글,길,술….등의<ㄹ>받침이들어가는말들이주종을이룬다.

무수히쏟아지는말의무도회장..

우스운이야기,잡기장에적어두고외워야했던우스운말들,

말이없으면아무재미도없지않겠는가?

가만히앉아듣기만하는사람들도없지는않다.

그러나그들도이말의잔치에재미를느끼지못한다면왜그곳에앉아

아까운시간을허비하겠는가?

말이말을만들고,그말들은꼬리를물고

다른대화의물결속으로빠져들어간다

언젠가는망각의강물속으로흘러들어가게마련이다.

그래서글이등장된다.

망각의강물속으로흘러들어가는말을잡아두기위한방편이다

기록은기억을능가한다하지않았는가?

아무리기억력이좋은사람도얼마의새월이흐른후면

언제그곳을갔다왔던가?

그곳에대한지명도기억도역사나문화는아예깜깜하다.

누구를만나어떤이야기를주고받았는가

그걸생각하다가기억의저장고는뒤죽박죽이되어버린다.

나보다나이가많은남편은"시베리아음식이어떻더냐?"

묻는사람에게

남극의배에서노르웨이음식이라고내어놓은

돼지삼겹살이정말맛있었다고말했다.

남극에서먹었거나시베리아에서먹었거나

그게그리중요한일은아니지만,도무지적어놓지않으면

여기저기것을갖다섞어놓고헷갈리니

아무렇게나말하게되는게문제다.

내가무당에가까운신끼로잠안자고기록하는일에매달리는이유이기도하다.

길.

역마살이라고들말한다.사람들이나를보고…

집에가만앉아있으면자꾸만아픈증세가생긴다.

길에서면밤을새워도아프지않는사람들…

길에섰을때,지나는바람,들에핀향기로운꽃,

새삼스레다가서는낯선사람들,

신기한물건들,

이란에서만났던호화찬란한청색의타일.

울려퍼지는모스크의아잔한도막…

길이아니면절대로만날수없는…

길에서만나는깊은사색들.

사람들은길에서의생각을객창감이란단어로말하던가?

여수旅愁라했던가?길이주는갖가지의의미는

사람마다얼마나다르랴?

굳이여행이아니라도인생의길,학문의길,선비의길…..

어떤일을행할때수행해야할의무같은걸

길이라는무거운의미를준다.

길에서얻는많은신비한정보가삶을지혜롭게만들기도하지않을까?

인천앞바다가나폴레온꼬냑이라도한방울도소용없는남편을둔사람이다

부부모임이자주있어술이한순배돌때에는

"술상무"라는이름으로술을받게된다.

아들이술을배우면잡비를더주겠다고

그래서아들이대학에입학했을때

아들잡을번했던일도있다.

신입생환영회에서죽을만큼술을마시고구두까지잊어버리고온아들을

장하다고엉덩이두드려준남편은술을마시지못하는한이웬만큼진한모양이다.

그냥지나가도되는일을힘들게사는남편은아마술때문일게다.

이란에서는여행지라도술한방울도마셔서는안된다고

국법에명시되어있다.

당연히밤에이루어지는세미나는재미나가되지는못했다.

더깊은대화가오고간것도아니었다.

이란이라는진한종교적무게에짓눌려

사색의깊이는웬만큼있었지만

우즈베키스탄의사마르칸트의야외에서불렀던노래도

그때읊었던싯귀도,그때밤하늘에반짝이던별도

이란에선느끼지못했었다.

시베리아열차여행에서는술이난무했다.

농담이지나쳐정수일선생님께서는드디어금주령까지내리셨다

"취중진담이라는데…."

모두가가슴이서늘하여조심했다.

그러니술은어른앞에서배워야함이마땅하다.

공자님은<유주무량이로되불급어난>=너무나많은양의술을마셨지만

정신을잃지는않으셨다

했다.

말,글,길,술….

ㄹ음이주는오묘한발음으로위단어들은

무당처럼신끼가있는듯하다.가만히발음하면자꾸말하고싶어지는..

이단어들은앞으로도참으로많은이야기가이어질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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