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쓴 시베리아 이야기 9/천상의 소리 그레고리안 성가

2.17버지니아잔스키러시아정교회미사와교회옆공원

1913년,가난한러시아사라들을구제하기위해세운교회.
성당입구엔애처로운할머니셋이성당을오가는사람들에게

손을내밀며동전을구하고있다.
예나지금이나가난한사람들이거리에나서는일은
꼭같은모양이다.

일요일이라미사를보아야했기에10시
성당가득사람들이기도하고있는이성당으로왔다.

글을모르는사람들을위해성경의내용을그림으로그려
이미지화했던이콘화가성당곳곳을꾸미고있다.

악기대신하느님이주신자연의목소리로봉헌했던
그레고리안성가.
성당가득함께올리는기도는하늘에가닿을것같다.
성가는하느님이주시는선물처럼
향기로운음률을만들어내고있구나.

하느님은한분이시지만정교회에서는
손가락둘로성호를긋고’성부와성자와성령의이름으로할

때,

오른쪽먼저왼쪽을나중에손가락을갖다댄다.
가톨릭은그와반대지.
의자도없이모든신자들은서서미사를드리지.이곳은…
종교가없던러시아에서지금은대부분의사람들이러시아정교회신자라하는구나.

교회옆에공터가있어서가보았어.
공터가아니라너무나멋진공원이었는데
눈에폭싸여꼭꿈속에서거닐어보던아름다운장소같았단다.
눈에싸인일곱난장이의나라가아마도이런곳일까?
하이얀숲에서막뒹굴어보고싶었어.
교회로가는사람들이공원을가로질러바쁘게걷는
모습조차한폭의그림같더구나.

노보시비르스크,오브강변의얼음집뒤로지는저녁놀

이곳사람들이해변이라고말하는오브강변에는
아이들이좋아하는나라를만들어두었어.
해가막떨어지는시간.무지무지추웠단다.
사진을찍느라고손을조금내어밀자금방꽁꽁얼어붙는것만같은추위였단다.
사람들이모자도꼭써야하고장갑도끼지않으면안된다는말이비로소실감이났어.
주일이라이곳어린이들도부모들의손을잡고구경을왔더군.
정교회의사원을마들어놓고,
궁전처럼꾸며놓고,뽀족탑을세워놓고,미국의자유의여신상도

이곳에만들어두었어.얼음으로.
바이칼에서본얼음으로울타리도만들고…
그리곤입장료를받는거야.
또예카데린브르크로떠나는시간이가까워서사진만찍으려는데

오브강다리위로해가지고있었지.
너무나아름다운해가,진홍색으로커다란동그라미를그리며

떨어지는해의모습은정말아름다운장면이었단다.

우리의인생도저런아름다운모습으로끝낼수있었으면얼마나좋을까…

잠시생각에잠겼어.

두가지의에피소드

첫째이야기

러시아에는어느곳으로가든지외투를맡겨야한다고했었지?
두꺼운옷을입는나라이니그옷들의부피가장난이아니라서그래야하기도하겠지만

여행자인우리는그일이습관되지않아서참으로불편했단다.

맡기고서표를받아가지않기도하고옷을받아거는사람이실수하기도하고,
시간도많이걸리고참으로그들은번거로운문화를가지고있구나생각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떠나는날오후에민속박물관엘갔었지.
그들의집구조,그들이살던물건들,도자기잔들,
동물을잡았던총칼들.
어느곳에나사람살이는마찬가지였지만특히여자들이오래머무는공간인부엌이인상깊더라.
아기자기수를놓은보자기가벽걸이로쓰이기도했고
탁자에놓여있는장난감같은컵과주전자.
그작은공간에앉아차를마시고싶은심정이었다.
벽에그려진정교회성당은어느동네에서나가장중심에자리잡고있었다.
공산정권아레에있으면서도그들마음의중심은하느님이었다는게

벽에그려진정교회그림을보고도알수있었단다.

구경을잘하고다시옷을찾으려는데할머니의옷이아니라
다른사람의옷을내어주었다.
할머니와오래여행을함께다닌김휘선님의옷을

할머니옷이라고주는것같아서김휘선님을찾았지.
그런데그분은옷표를모르고받아가지않았대.
마중에가이드인아나스타시아가와서야해결이되었지만

옷을내어주는할머니가어찌나화를내었는지…
자기가옷보관표를잘못내어주고는공연히할머니만
가지고난리를피우며김휘선님의옷까지도안내어놓으려고
화를내는거야.
남아있는표하나를탁자위에서찾아내어아나스타시아가
그표의옷을달라니까할머니의옷이그때서야나왔어.
모르고표를안받아간김휘선님도,할머니도땀을뺐지.
할머니는가만히앉아벼락을맞은꼴이었어.
김휘선님은할머니가자기옷표를가져갔기때문에
자기가표를못받았은것처럼여길것아냐.
할머니는옷받아거는러시아할머니가주는대로
표를받았을뿐인데….
잠깐의일이지만황당했고약간은억울하기도했단다.
아마도러시아에선자주이런일이일어날것같더라.
우리와는참많이다른문화였어.

둘째이야기

러시아에는까레이스키라고부르는시베리아로삶을옮겼던

우리민족들이고생하며열심히살아인정받는민족으로살고있단다.
농사잘짓고부지런하고,교육열은둘째가라면서러워할만큼자식교육에열심인민족.
게다가음식이맛있어서우리의김치는전통시장에서
단연코러시아사람들에게도인기있는음식이되었다는구나.
까레이들의집에잔치가있을때초대받아가는걸제일좋아한다는시베리아사람들이란다.
그런날이제일기쁜날이래.

전통시장에서열차에서먹을음식을사러갔는데
까레이들이김치를팔아서일행들이샀어.
반가운마음에그분들의사진을찍으려다가그곳경비원들인지경찰인지에게걸렸어.
사진을찍으면안된다는군.
무섭게노려보는통에아주혼이났단다.

크림치즈는줄을서서샀는데엄청나게싸더란다.
두가지의맛을해인이언니가샀더라.

할머니는커다란석류하나와늘잘사던꿀을한통사보려고했지.
중앙아시아에서도그랬듯이이쪽의상품은포장이잘안되어있어.
뚜껑이잘안덮여꿀이샐것같다고테이프를붙이는데
너무헐렁하게감는거야.
할아버지가보다못해팔을쭉뻗어테이프감는것을도와주려고하자.

진열대끝에뚜껑도덮지않고놓여있던꿀병에
소매자락이풍덩담겼어.
그찐득찐득한꿀을닦아내느라고물수건이동원되고
구경하는사람이모여들고,
그러지않아도열아홉명의낯선이방인들이시장을헤매니까
사람들이그리넓지않은시장에서신기하여구경을하는분위기였는데,

할아버지가벌인소동에시장통은웃음바다가되었어.
할머니는챙피하여죽을번했지.
겨우물수건을여러번닦아네고나오는데사람들이기다릴까봐마음이조마조마했었지.
지금도그생각을하니땀이나는군.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