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에 생긴 일

결혼식과그이후

로마서여기까지딸을시집보내려고온오드리네혼사가있는날.

삼천포에서광주까지가는버스가없었다.

연이은여행끝에만성피로로혼줄이난남편은

지리도잘모르는광주까지차를갖고가고싶지않다고

버스를타고가자고했다.

며칠전에는쉬엄쉬엄하루미리가면서남도풍광도보며

천천히가자더니요즘자주말이바뀐다.

삼천포서진주까지는차를가지고가서1시버스를탔다.

2시간걸리는거리니3시면도착한다.

혼인식은5시에있으니시간을충분하다.

축의금만달랑낼수없어축시하나를써서넣었다.

"사랑은그대가슴으로내가가는것.

사랑은그대가슴으로내가사는것,"

예전젊었을때같으면마이크들고낭랑한목소리로

멋떨어지게축시한수낭송해주었을텐데…

노을재님같으면지금도멋있을텐데..

그러면서곱게차려입은오드리와딸기쥬스한잔을나누었다.

오드리대신,남편이결혼식장면을오드리디카에담아주었다.

문제가하나있었다.

리사씨가못온다고축의금을대신내어달라는부탁을했었다

봉투에쓸이름이생각나지않았다.

블러그에서본명을봐둘걸,아니면물어나볼걸.

잘난문제가지고다시전화해서물을수도없고…

에라모르겠다.

"조선블러그리사"라고썼다.

가장분명하게전할방법이라속으로생각하면서

며칠전에친구카페에서읽은글이생각나서

정말떼구르르구를만큼웃기시작했다.

남편이

"미쳤나갑자기…"그래도웃었다.

이야기는이렇다.’한장례식장에블러그이웃들이조문을갔다.

좋은일이아니라나름몇명이모였단다.

모두걷은부조금을한봉투에담아내는데

안내맡은사람이방명록에이름을쓰라는거였다.

상주가알게하자면블로그의닉네임을쓸수밖에없었단다.

망서리다가첫사람이용감하게썼다.

"감자양"

안내자가눈을크게뜨고봤다.

그다음사람은

"아무개"

안내자의눈이더휘둥그래졌다.

다음사람차례였다.

멈칫멈칫하니옆구리를쿡찌르며얼른쓰고가잔다.

아주작게구석에다

"에헤라디야"

라고썼다.

안내자의얼굴이드디어붉으락푸르락했다.

다음사람은도저히못쓰겠다싶었지만

죽기아니면까무라치기로에라모르겠다하며

"좋구만"

이라고썼다.

안내자는드디어떼거지로상가집에장난하러온사람인지

고인과원한이있어일부러작정하고온사람들인지

사태파악을하느라고묘한표정을짓다가

화가나서주먹이막날아올기세였다.

마지막남은한사람은거의사색이되어달아났다.

그는도저히자기닉네임을쓸수가없어영안실을벗어나고있었다.

안내자의화난얼굴에놀란일행들은모두엉거추춤…

도망가는사람을불러세우며

한꺼번에합창을했다.

.

.

.

.

.

"저승사자님,그래도이름은쓰고가야지요."

"……."

그는손사래를치며그곳을서둘러벗어나고있었다.

우습지않나요?난지금도너무우스운데…

그래서오늘성당에서만난봉쥬르님부부와무무님의연리로가서

연잎을깔아찐오리구이훈제와연잎구수한연잎국수를먹으며

난안또니아하고아우는루시아로하자.

그닉네임정말웃기는거더라고…

우리는모두하하웃었다

연리는정말친절하고맜있었고무무님의음식에대한자부심은대단했다.

한국춤하는무무님이진주사람의괄세를받았었단이야기는

진주사람으로서공연히미안하고가슴아팠다.

언제그녀의검무실력을보고싶다.

오후2시,

따뜻한봄기운이삼천포한가득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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