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질긴 끈

오늘상큼한L씨를만났다.

음식을맛깔스럽게하는"예당"이란곳에서…

그녀는미장원에서머리를짧게커트를하느라고조금늦게나왔다.

시간이널널한나는예쁘게머리를자르고오느라고늦은그녀가너무나예뻐보였다.

한마디로사랑스러운여자였다.

내책"나일의선물"을선물했다

"인연의질긴끈으로…."

책앞에저자사인을그렇게썼다.

달리할말이없어서이기도했지만정말로멀고도먼길에서

인연의질긴끈이맞닿게해준소중한관계가비로소시작이되는구나.

마냥기뻤다.

국어사전에는인연을이렇게설명해두었다.

인연[因緣]

[명사]
1사람들사이에맺어지는관계.≒연고(緣故).
2어떤사물과관계되는연줄.
3내력또는이유.
4<불교>인(因)과연(緣)을아울러이르는말.곧결과를만드는직접적인힘과
그를돕는외적이고간접적인힘이다.≒유연(由緣).
5<불교>원인이되는결과의과정.

위의다섯가지를다아우르는이뜻의말을나는참좋아하는편이다.

언제적부터이어져온인(因)이새로운연(緣)을만들고있는건지…

더욱좋은연이되기위해서얼마나노력해야하는건지…

그렇다고억지로내속에도없는아름다움을만들어낼수도없는일이니,

내모습이그녀와맞지않는다하더라도할수없는일이다.

그리고그런걱정은별로하지않고살았다.

여행지에서만나는사람들과는"사람은만남으로자란다"라는

성천성생님의말을들려주기도하지만더자랄필요도없는

인격적으로도많이성숙한여인이었음이한번만남으로

알아볼수있었다.

그리고저녁,예술의전당으로가야했다.

제157회정기연주회를하는코리안심포니에초대를받았다.

서울대음대최연소교수로뽑힌백주영이차이코프스키바이올린협주곡

D장조OP.35를협연하는연주회였다.

지휘자故홍연택에의해1985년3월30일순수민간교향악단으로출범한
코리안심포니는매년정기연주회와청소년음악회,오페라와발레연주,

지방순회연주및기획연주회등연평균90여회이상의활발한활동을벌여왔다.

협연자는한국을대표하는신세대바이올리니스트백주영으로

2000년뉴욕YoungConcertArtists국제오디션에서450여명의경쟁자를물리치고우승,

본격적인전문연주자로도약하였다.

그녀는현지평론가들에게호평을받은뉴욕과워싱턴의성공적인데뷔독주회를시작으로,

2002년5월뉴욕의카네기홀과링컨센터에서열린뉴욕챔버오케스트라와의협연에서

당시뉴욕필하모닉의음악감독이던쿠르트마주어에게극찬을받는등

중요한무대마다성공적인연주를이끌어내며국제적인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자리를굳혀가고있다.

예원학교를졸업하고서울예술고등학교2학년이던해

미국커티스음악원으로도미한백주영은커티스에재학중이던

1995년,시벨리우스국제바이올린콩쿠르입상을시작으로

파가니니,킹스빌,롱티보등유명국제콩쿠르에서차례로상위입상을하며

세계무대에두각을나타내게된다.

1997년제2회국제동아콩쿠르에서세계적국제콩쿠르입상자들과겨루어

당당히1위및금메달리스트로우승하였고,

이듬해인1998년에는미국최고의권위인인디애나폴리스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4개의특별상과함께3위및동메달을거머쥐었고,

그후2001년에는퀸엘리자베스국제콩쿨에서도입상하였다.

백주영은런던필하모닉,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상트페테르부르크필하모닉등

세계유수의오케스트라와뉴욕의카네기홀,링컨센터,

워싱턴의케네디센터,동경의산토리홀등세계주요무대에서협연과독주회를가진바있다.

커티스음대와줄리어드음대대학원및맨하탄음대와프랑스파리국립음악원의

최고연주자과정을졸업한백주영은2005년서울대학교음악대학에최연소교수로부임하여

현재활발한연주활동과교육을병행하고……

이렇게긴백주영의소개글을베껴서쓰는이유는인연의질긴끈을이야기하기위함이다.

백주영은25년성당친구데레사의며느리로26일에혼인식을치를것이다.

가톨릭신자인신랑신부는먼저성당에서혼인성사를치러야했다.

그들의혼인성사에나는당연히참석하여축시를읽어야했는데

시베리아로떠나게되었다.

"형님,축시는남겨두고가야해.읽기는누가읽든지…"

밤새부랴부랴써서영종도공항에서펙스로보냈다.

그리곤여행내내혼인성사에읽을수있게축시가잘도착했는지걱정했었다.

시베리아에서도착하자마자시는어떻게되었느냐물었더니잘읽었다고

고맙다했다.

서울로오고있는버스에서데레사에게전화가왔다.

"지금서울로가고있어."

데레사는아무설명도없이저녁같이먹고음악회같이가자한다.

혼인미사에못간죄인이라그리스사랑방은빼어먹기로하고간다고했다.

그런데아무것도몰라서,같이오기로했다는스콜라에게전화를걸었다.

"형님,백주영…,데레사며느리협연하는음악회래."

순간’오랜인연의마무리가되는구나’생각했다.

.

늠름하게잘키운아들준환이가음악을좋아하는,한국을이끌어갈

젊은멋쟁이과학도인데그에게어쩌면딱맞는유명한배필을구하다니…

집안에음악하는사람이들어왔으면하던그들의오랜바램을

준환이가마무리를하다니…

우리의오랜만남은예술의전당에서도이루어졌다.

우리는10년도더넘게예술의전당정회원으로KBS정기연주회에다녔었다.

신년음악회를위해1박2년의신종단어를만드는추억도남기는등

우리의질긴음악적인연은길게도이어져왔다.

연하늘색반짝이는드레스를입은그녀는눈부시게아름다웠다.

시베리아를다녀온후라더욱가깝게닥아오는차이코프스키는

바이올린독주로풍부하고색채적인,러시아민요를가미하여

독특한애수에젖은선율이돋보이는독창적인곡이다.

제1악장에서

조용하고명상적인선율이흐르다가부드럽고찬란한선율이흐르고

종결부에서열렬한리듬과힘찬속도로끝이난다.

제,2악장

관악기가조용히서주를시작하면,영탄하듯슬프고아름다운선율이흐른다.

푸른드레스는부드러운물결은이루며,

젊은바이올리스트는드레스에땀에젖은손을자주닦는다.

긴머리는춤을추며선율을따라흔들린다.

제3악장

러시아풍의분위기이다.

무반주독주바이올린은춤을추고있다.

러시아사람들이춤을추며빙빙도는모습이보인다.

강하고쾌활하게…연주자는거침이없다.

170도넘는키에넘치는자신감,자연스런몸짓이관중을압도한다.

경쾌한음역은점점넓어지며불꽃튀는열정으로끝나는곡….

관중도손에땀을쥐고연주자의드레스옆구리는젖어있지않았을까?

"부라보!부라보!"

우뢰와같은박수가터져나왔다.

인위적인것이전혀보이지않는내부에서저절로토해내듯표현되는

연주자의분위기는모든구경꾼의선망의대상이었다.

일주일후에혼인식을치를신부의아름다운연주회!

우주로부터떠돌던서로다른별둘이

어느머언곳으로부터

인연이란이름으로쌓여온사랑하나

여기빠알간열매로달리는오늘…

환희의꽃

천만년지지않는꽃이피게하소서

향기로운열매가주저리주저리열리게하소서

아름다운축복의날에…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