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날들을 보낸 후에

23일일요일부터이천에있는동안.

예상치도않았는데둘째손녀예서를한일주일보아달라는며느리의부탁이다.

그들은늘예고도없이아이를부탁한다.

그럴때마다내스케쥴은하나도없는듯이

허겁지겁아이를보고싶어하는내가더문제지만..

병원의검사한번,의사만나는일한번을취소했다.

그래도부활지나면늘함께하시는접니다님의휴식이틀,

친구데레사의아들김준환과바이올리스트백주영의혼인식초대가있었고,

대자모임,친구둘도오기로되어있어서사실은부담이었지만

아들부부의염원은홍콩으로가기전

국어선생인할머니가한글을완벽하게떼어주기를바란탓이란걸잘안다.

우선시계보는법,그리고빨간머리앤같은긴글을빨리읽는법을가르쳤다.

그런데L여사에게무슨동물좋아하느냐니까

"아"자로시작하는동물….그래놓고"아거"라했단다.

국어선생할미체면팍꺾어놓았다.

그걸야단쳤더니이번엔"할먼이전화번호"라고번호를적는다.

"악어"가맞으니"할먼이"가맞다고…

아이때문에웃는다.

어차피휴식오신거니까아이가있어도접니다님과의시간을잘넘겼다.

근처테르메덴이라는곳에서온천도하고

결혼식에따라가고싶어하는예서를할아버지에게떼어놓고..

결혼식은성대했고화려했고,그리고결혼식과함께한음악회는

격조있는분위기로이끌어갔다.

그들은좋은부모를만나좋은교육을받은이시대의최고의엘리트들이다.

이들이사회에환원해야할의무.

신랑의아버지는구체적이지는않지만그렇게할것이라는약속을

사람들이모인자리에서말하는훌륭함을보였다.

새신랑은비올라연주를,취미가아닌삼성관현악단단원으로해온

준프로급의연주자이다.

그런데그는신부를위해피아노를쳤다.

어릴때부터천재성을발휘한그가중학교때국어를잠깐가르친적이있다.

그들은천주교신자로성당에서미리혼배성사를받았고

그날내축시가읽혀졌었다.

그날밤결혼식장인하이아트호텔에꽂혀졌던흰꽃을한묶음얻어

친구맞이용꽃꽂이로잘썼다.

집에돌아오니밤11시30분이었다.

집에는잔디를손볼일꾼이있어서

혼자왕복택시로이천을오고갔고서울까지는버스를탔다.

그래서삼천포로갔지만여전히길에시간을다보낸다.

예서는할머니가자기엄마보다도더좋다는

엉터리고백으로날행복하게했고,

서울자기집으로돌아간토요일아침,바로배신을때렸다.

"엄마가제일좋아"

나그럴줄미리알았지만내입을막으면서

비밀이라고해대는손녀예서와정이듬뿍든일주일이었다.

할머니,난할머니가예림이언니만제일좋아하는줄알았어요.

할머니가예서를진짜좋아하시는걸이제야알았어요.

그러면서가기전날밤부터계속선물받은부활계란,

수첩,목걸이,냉이쑥,미리다챙겨서짐을싸놓고

잠을자던손녀.

딸은애비코도베어수저통으로가져간다더니

그게눈에다보였다.

욕심꾸러기.

그런걸다생각하며비오는대통령도로를달려

삼천포로빠졌다.

결국일요일밤하나모임은빼어먹어야했다.

오빠의선원개원식도있다하고,암스텔담에서안토니오씨도

온다고전화가왔다.

삼천포의먼지도떨어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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