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이 쓴 동화/잉꼬새 나리

아이들이어릴때,매일아는이야기가지루한지,새이야기를해달라고졸랐다.

아무거나지어서해주어야했었다.

죽을만큼힘들었던시절,

그냥아이들에게들려주었던이야기를원고지에옮겨서어디엔가내면

상도주고,돈도주었다.

이번소리울간길에창고에서꺼낸원고뭉치몇을찾았다.

지애비가듣던이야기를내손녀들이나중에라도읽으라고

이곳에옮겨본다.

올리는글은"마로니에백일장"에서상을타고,상금으로얼마간받았던글이다.

08.4.1실안풍경1

잉꼬새나리

동쪽창문이화안하게밝아왔습니다.

멀리서빼앵빼앵기차소리도들려오고있었습니다.

어디선가삐용삐용새소리도들려오고포도원민이네집워리가

짖는소리도들립니다.

부엌에서는향긋한냉잇국냄새가흘러나오고,

노래하듯고운엄마의목소리도들리지만

쫑아는그래도눈을감고있습니다.

도무지일어나고싶지가않습니다.

"삐용삐용"울면서"쫑아,안녕"

하고아침인사를해줄나리가없기때문입니다.

08.4.1실안풍경2

이제쫑아는일어나도할일이없습니다.

겨우내눈속에서뜯어내던푸른배춧잎도,

탱자울타리틈새의작은옹달샘도이제아무소용이없습니다.

그조그맣고예쁜분홍색부리를오물오물움직이던나리가

이제는없습니다.

짚으로만든동그란둥지속에노오란깃을웅크리고앉아

쫑아가주는먹이를받아먹던잉꼬새나리는이제땅속에묻혔습니다.

"바보,나리는바보야"

쫑아는몸을뒤척이며눈을감은채,생각에잠깁니다.

08.4.1실안풍경3

버스가하나둘섰다가지나갑니다.

드디어갈색가방을든엄마가내려쫑아를향해손을흔듭니다.

언제나처럼그날오후에도쫑아는언덕아래

시내버스정류장을내려다보고있었습니다.

엄마의모습이보이자말자한달음에달려내려가엄마와손을잡고오는데

포도나무숲속에서삐용삐용새소리가들려왔었습니다.

쫑아가다가가도도망갈생각도않고그냥울고만있더니

손바닥에올려놓으니까노오란깃을오슬오슬떨고있었습니다.

08.4.1실안풍경4

"아이,가엾어.엄마이새좀봐요."

"오,예쁜잉꼬새.어디다쳤나보다.어서집에데려가치료해주자꾸나."

그래서쫑아는흥부처럼다친나리의다리를치료해주었고,

아빠가시내에서사다주신새장속에나리를넣어길렀습니다.

잘날진못했지만나리는기운을되찾고고운목소리로

쫑아의말벗이되어주었습니다.

08.4.1실안풍경5

바다가있는고장의이야기며,

무지개뜨는마을의아이이야기도애주었고,

기차가끝닿는고장에서벌어지는재미있는이야기를해주었습니다.

저높은하늘나라이야기를해줄때면,쫑아는실눈을뜨고

‘계수나아무하안나무…’

하며노래를불렀고쫑아가아는

"청개구리"이야기랑"호랑이와곶감"이야기를들려주기도했습니다.

저녁놀이발갛게물들고초저녁잠이많은나리의눈이사르르내려올때면

쫑아는엄마를마중할시간이됩니다.

학교선생님인엄마가올때까지쫑아는언제나심심하였습니다.

잉꼬새나리가있는동안은

과수원집민이가놀러오지않아도심심하지않았고,

할머니혼자서바느질만하셔도쫑아는투정을부리지않았습니다.

08.4.1실안풍경6

그런데이제쫑아의친구나리는이세상에없습니다.

그놈의감자자루가마루에없었던들일이벌어지지는않았을겁니다.

아니,어쩌면민이가나리와노느라고

모이구멍을열어둔때문인지도모를일이었습니다.

간밤유난히푸득이는나리의날갯짓소리와’찌찌직’하는신음소리에놀라

후다닥뛰어나갔을때는..

"아!나리,나리!!"

커다란쥐한마리가현관문아래로난틈을비집고기어나갔고

아빠의커다란구두옆에노랗고예쁜나리가동댕이쳐져있었습니다.

나리는너무나슬퍼서밤내내울음을터뜨렸습니다.

08.4.1실안풍경7

엄마와아빠가마당에무덤을파고나리를묻어주었습니다.

쫑아는나무로십자가를만들어꽂아주고기도를했습니다.

"하느님,나리가다시태어나게해주셔요.날아서내게오게해주셔요."

"그래,그래,나리는쫑아의친구가되기위해이세상에다시오게될거야.

그때처럼아프지않고성한몸으로…"

할머니가눈물로범벅이된쫑아의얼굴을훔쳐주시며등을다독거렸습니다.

정말나리는쫑아의친구가되어올까요?

아침햇살이화안하게방문을비추었습니다..

"삐용삐용,쫑아안녕!"

어디선가맑은나리의노래소리가들립니다.

그리고는쫑아의무릎에나리가와서앉았습니다.

"나리야,나리야,너정말날아서왔구나."

쫑아가손을벋어나리를잡으려는데

나리는푸른하늘로호르륵날아가버렸습니다.

"나리야,나리야!"

쫑아는흐느끼며나리를큰소리로불러댔습니다.

08.4.1실안풍경8

드르륵하며엄마의문여는소리가들립니다.

"쫑아야,쫑아야"

엄마의손이쫑아의머리에가만히닿으며,

쫑아를껴안아주는데엄마의볼록한배가쫑아의가슴에닿습니다.

"쫑아야,오늘부터엄마가나리대신친구가되어줄까?"

"왜요?엄마."

엄마는불룩한배를내미시며

"네동생이좀있으면태어나니까엄마도쉬어야지."

하셨습니다.

.08.4.1실안풍경9

쫑아는가만히엄마의배에귀를대어봅니다.

‘톡,톡’나리가모이를쪼던소리와같은소리가들립니다.

포근하고따뜻한엄마의두팔이쫑아를감싸안아줍니다.

"네,엄마.아이좋아."

쫑아는현관문을밀고나왔습니다.

멀리뽀오얀산모롱이를멋지게돌아나오는기차가보입니다.

"뿌-뿌우–"

쫑아는막손을흔듭니다.

"난,이제동생이생겨——–"

"난,이제동생이생겨—–"

먼산의메아리가따라합니다.

아지랑이가물거리는산자락쪽에서삐삐용나리의노래소리같은

새소리가들려오고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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