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이 쓴 동화/집배원과 호랑나비 1

이원고도"언제나시작"의시기에내아들이급성신장염에걸려사경을헤맬때,

아이를병원에두고삶의방편을마련하기위해서울에서허겁지겁헤매고있었던

에미의마음을생각하며,아이의병실에서지어내어들려준이야기였다.

마침체신청에서집배원에관한원고모집을한다기에보냈더니

뜻밖에도체신부장관상을타게되었다.

어려웠던시절이라우리에게그상금은참으로유용하게쓰여졌었다.

창고에들어있던원고뭉치는누렇게바래졌고,

세월의무상함을느끼는사우디,자전거등의용어가

요즈음세태에는안맞는지모르겠으나추억으로생각하며여기옮겨본다

집배원과호랑나비

그것은분명요술알이었습니다.
투명한유리병속에서꼼지락거리는애벌레를보며

소년은눈을가만히가늘게떠봅니다.

하늘엔흰구름이가볍게날아다닙니다.
봄은청련암탱자나무에서부터오기시작합니다.

잿빛나뭇가지는가시만뾰족뾰족삭막하게울타리를하고서있더니

봄이오자가지끝에서부터파르스름하게물이오르기시작합니다.

그러자곧뾰족뾰족연초록잎새들이톡톡튀어나오듯

세상구경을하러나옵니다.

그리곤아가들이손바닥을쫙펴듯새파랗고귀여운이파리들이

세개씩세개씩펼쳐집니다.
탱자나무들이무성해지면청련암암자에는

사람들의행렬이많아집니다.
청련암아래작은기와집에사는소년은

초파일이가까워지면잎이갓피기시작하는

탱자나무가시를조심하며한잎,한잎,잎새뒤를뒤지어

김집배원아저씨가가르쳐준요술알을찾아다

유리병속에집어넣습니다.
요술알이자라애벌레가되고,번데기가되고,

그리고색깔고운호랑나비가되어

투명한유리병속에서펄럭거릴때가되면,

소년은언제나비행기도호랑나비도아닌물체를탄

엄마를만나는꿈을꿉니다.

소년은엄마와아빠와행복하게살았습니다.

갑자기아빠가큰병에걸려돌아가시자

엄마는소년을데리고외할머니가계시는청련암아래

산골로데려다놓고어디론지떠나셨습니다.
“얘야,할머니말씀잘듣고공부잘해.

우리아들대학보내훌륭한사람만들어야되니까

엄만돈벌어야해.”
그리곤청련암아래로난긴산길을걸어서

마을에서빤히보이는신작로로나가셨습니다.

소년은신작로에서뽀얀먼지를뒤집어쓰고가는

엄마가탄버스의뒤꽁무니를언제까지나쳐다보고있었습니다.
그때집배원아저씨한분이자전거에편지꾸러미를잔뜩매달고

힘겹게산길을오르는것이보였습니다.
“아저씨,제가저언덕까지좀밀어드려요?”
“오냐,고맙구나.좀그래주련?그런데넌안보던아이로구나.”
“네,청련암아래작은기와집할머니가우리외할머니예요.”
“오,그래?네가바로그양철할머니외손자로구나.

쯧쯧…가엾기도하지.”
아저씨는정말로안되었다는표정을소년을쳐다봅니다.
아버지도어머니도안계시는소년은

정말로자기가불쌍한아이같은생각이들어코끝이시큰해집니다.
“그래,이름이뭐지?”
“김민수,아홉살이고3학년이에요.어제왔으니친구도없지요.”
“오,똑똑하구나.나는김집배원이란다.아저씨가네친구해줘?”
소년은김집배원아저씨가참고마웠습니다.

어쩌면처음본아저씨인데도퍽오래전부터알던사람같은

느낌이들었습니다.
“아저씨,우리엄마편지도아저씨가갖다주시는거죠?”
“그럼,그렇지.이토담골하고저쪽밤밭골,

새터는이아저씨의구역이지.하루종일한백리는더걸을걸?”
소년은혼자마음속으로다짐을합니다.

매일매일아저씨를만나엄마에게서오는편지를

가장먼저받아보리라고.
어김없이오후세시면아저씨는청련암아래로뚫린

신작로를자전거를끌고오셨습니다.
소년은학교를파하고집으로오면바쁘게숙제부터하고

신작로까지한달음에뛰어내려가

아저씨의자전거를밀어드리는일이일과처럼되었습니다.
자전거를밀고한삼십분가량탱자나무울타리청련암암자까지

걸어오면서둘이는많은것을이야기합니다.
아저씨는참많은것을알고계셨습니다.

아저씨는친절하게도그많은것을모두다

소년에게가르쳐주셨습니다.
밤밭골밤숲에서밤이삭주어까는이야기며,

새터마을큰느티나무에서단옷날그네뛰는이야기며,

토담골시냇물에서어떻게하면가재를많이잡을수있는가

하는것도아저씨는잘아셨습니다.
신작로에서청련암탱자울타리까지오면아저씨는

암자문간에서한참쉬시면서토담골우편물을정리하십니다.
“이건가매네집사우디간아빠에게서온편지이고,

이건큰스님께온편지이고,

이건면장어르신학생장손하숙비부치라는편지일거고…..”
아저씨는편지의내용까지도안보셔도다아시는듯했습니다.
“아저씨,우리엄마편지는요?”
기다리다못한소년은아저씨께엄마의편지를내어놓으라고조릅니다.
“니엄마편지?우리착한민수의엄마편지는말이다…….”
아저씨는말꼬리를길게늘이며탱자나무잎새뒤를뒤적거립니다.
소년은
“아저씨,우리엄마편지는요?”
하고다시아저씨를졸라봅니다.
아저씨를조른다고오지않은엄마의편지를줄까닭이없다는것쯤은

소년도알고있습니다.

그러나아저씨께부탁하면엄마의편지가꼭올것만같습니다.
“자,옛다.이요술알을유리병에다넣어

이연한탱자잎을뜯어다먹이고키우거라.

그러면이알에서신기한날개가나와야니엄마소식이오는거란다.”
소년은아저씨가요술알이라고말씀하시는

들깨알같이작은속에서신기한날개가나올거라고

통믿겨지지가않습니다.

그러나그모든것을잘아시는아저씨의말씀을믿어보기로합니다.

그래야만엄마의소식이온다니까

엄마의소식을듣기위해서라도소년은

그요술알에서날개를내어보기로하는겁니다.

소년은알을정성껏유리병속에넣어망사로뚜껑을해덮었습니다.
알에서애벌레가나왔습니다.
맑은유리병속에서꼼지락꼼지락기어다니며

소년이뜯어다준연한탱자잎을뜯어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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