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이 쓴 동화/집배원과 호랑나비 2

연한탱자잎을뜯어먹으며개미만하던것이

점점살이찌고몸집이새끼손가락굵기만해집니다.

잿빛몸뚱이가연초록빛을띄우게될때,

소년은더많은탱자잎을더자주뜯어다주어야했습니다.
까만똥을똑똑떨어뜨리기도하고고개를쳐들고꼬박꼬박졸기도했습니다.
이신기한모습을쳐다보고있노라면시간가는줄을모릅니다.

소년은이제나저제나이애벌레에서신기한날개가나올날만기다립니다.
그러나자주잠을자던애벌레가몸이조금씩작아지며

유리병가에실을내어몸을동여매더니어느날글쎄,

애벌레는꼼짝도않고번데기가되어들어앉아버리는것이었습니다.

“바보,아저씨는바보.”
소년은혼자마음이몸씨상했습니다.

저꼼짝도안하는꺼먼벌레집속에서언제날개가나오며,

영영안나오면엄마소식도영영못듣게되는것이아닌가하고말입니다.
그래도소년은매일매일오후세시면신작로로나갑니다.

“우리학생,요술알은얼마나자랐나?”
언제나처럼아저씨는꼭같은질문을하십니다.
“몰라요몰라.이젠자라지도않고날개도안나오고

그냥숨어버렸어요.죽었나봐요.”
“오,번데기가된게로구나.죽은게아니란다.

계란도말이다.죽은것같지만엄마닭품속에서

3주가지나면병아리가나오듯이….꼭같은거야.

콩이나모든열매도보아라.

움직이지않고가만있으니생명이없는것같지?

그러나땅에심어적당한물과거름과햇볕이있으면

싹이트고자라지않니?

이제가만히10일쯤지나봐.네가깜짝놀랄만한일이있을테니….”

아저씨의말씀은무엇이나다옳은것같습니다.

소년은그깜짝놀랄만한일을기다리기로해봅니다.
소년에게는이제아무것도관심이없습니다.
친구들속에서외톨이가되어도하나도외롭지않았습니다.

할머니가소년만마주치면혀를끌끌차시며

고개를설레설레흔드셔도섭섭하지않았습니다.
학교에서돌아오면숙제하고아저씨를만나는시간과

먹고자는시간을빼고는노상유리병앞에만앉아있었습니다.

가만히그앞에앉아있노라면꼼짝도않고있는번데기가,

어쩌면소년과같은신세인것같이불쌍한느낌이드는것이었습니다.
친구도없고,엄마아빠도없는

외로운소년과꼭같은처지라는생각이드는것입니다.

“요술알아!빨리날개를내어줘.우리엄마소식좀듣게.응?”
그렇게소년은타이르듯이병속의번데기에게중얼거리지만

꽉닫힌벌레집속에들어있는번데기가그말을알아들을리가없습니다.

먼산에서이따금씩우는뻐꾸기가조용한산간마을,

토담부락에울려퍼지면,어린소년의가슴에는

더큰외로움이막밀고들어옵니다.
요술알이번데기가되어있는동안소년에게는

참견딜수없는시간이흘렀습니다.

아저씨를만나도즐겁지가않습니다.밥맛도잃었습니다.

10일만기다리라고했지만

그10일의끝날이영영올것같지않는긴날들이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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