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가는 길/에필로그 19
몇번인가심한편서풍이불었다.
험난한드레이크페시지를
넘고넘으며
드디어지구의남쪽끝으로순항한다는
프람호를탔다.
드레이크페시지에서는
여전히뱃멀미가심했다.
아,그렇구나.
피할수없는파도는
그저눈감으면건너가는걸
아름다운르메이르해협의
숨막히는풍광도
잠깐이면지나고
거대한빙산도스쳐지나면그뿐인것을..
미련이나집착도,
견디기힘든아픔이나
절망적인슬픔따위도
흘러가면그저그뿐인것을…
안타까워하고서러워할
아무것도아닌것을…
하루에도여러번,한달에도수십번
한평생셀수도없이사랑,환멸,기쁨,
사랑,환멸,기쁨…
그순환의과정이그렇고그런것을…
이지구의남쭉끝에서도
하루에두번씩채우고비우기를계속하는바다.
얼음이녹아물이되고
다시거대한빙산을이룰때까지
숱한전설일랑하얗게바래어
켜켜이숨겨두고
묵묵히흐르기만하는순수의자연처럼
이제는조용히흐르는푸른색실로
씨줄날줄을엮어
내남은인생에살포시펴리
아직도청청한날이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