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날입니다.
가만히있으면죽을것만같아서목욕탕에도갔다가
쌀도튀기러가고공연히컴에앉아시간을죽입니다.
어제는대자들과
50주년행사를막끝낸산천포성당에서미사를보았습니다.
주일마다강론을준비하시는훌륭하신신은근신부님이십니다.
성당화장실에
"세상에는두종류의사람이있습니다.
만남을우연이라고생각하는사람과,
만남을기적이라고생각하는부류의사람들입니다"
-아인슈타인-
그렇게씌어있었습니다.
새로꾸민삼천포성당성모동산은거룩한느낌을자아냅니다.
막파티마성지를다녀온우리는더욱새로운느낌입니다.
미국시애틀부근에개한마리를데리고혼자사는할머니가계셨답니다.
아흔을넘기니불쌍한개를두고죽을생각에걱정이여간아니었습니다.
신부님을찾아가영세를달라고부탁을했습니다.
신부님은완강하게거절했습니다.
"신부님,제가기부를좀하겠습니다.그래도안되겠어요?"
신부님은
"얼마나하겠는지요?"
할머니는손가락다섯을쫙펴보입니다.
"오백만원요?"고개를가로젓는할머니
"오천만원요?"이번에도고개가가로흔들리고
"오억?"그때사고개가끄떡거립니다.
신부님생각에
‘오억이면불쌍한사람도도우고성당보수공사도하겠다
개를영세준다는게말이나되나.대충물에담그고이래저래하면되겠지’
그리곤할머니앞에서세례를주고돈5억을받았습니다.
그소문이주교님귀에들어갔습니다.
주교님이물었습니다.
"얼마를받았소?
할머니가하듯이손가락다섯을펴보였습니다.
신부님이물으셨듯이주교님도묻습니다.
"오천?""오억?"
오억에고개가끄덕거려지자
바싹다가앉은주교님
"그개견진성사는언제할건데?"
"…………."
참고로견진성사는영세받은후몇년지나
신앙이돈독해졌을때주교님이집전해야만하는성사이거든요
미물인개에게까지사랑을베푸는사랑이주제인이야기였습니다.
우스운이야기가우습지않지요?
죄송합니다.
손님이있는동안
접시한개안씻어도조금은신경이쓰였던모양입니다.
이천서뜯어온쑥을진하게넣어
위에큰팥과밤을얹고쑥설기를해두었지요.
생선이라면환장을하는사람들이라
볕좋은날조기와은대구를말려두었습니다.
쉽게말린것살수도있는데
대개는냉동된걸말리거나중국산생선을말리거든요.
제주에서부쳐준신종밀감은김치냉장고에보관해두었더랬어요.
아무리성당의대부모라도부모는부모라야하지않겠어요?
부모집에왔다가뭐들고가는게있어야하겠기에
쑥설기얼려두었던것두덩이씩,
말려둔조기와은대구를여나므마리씩,
한며칠반찬은느끈히되게제법무겁습니다.
죽방렴어장에가서지금말리고있는멸치를싸게사게하고
사고싶은마른아귀를파는가게에안내해주었습니다.
비행기로가는거니까상자에담아부친다고
그들이온다고집청소를하며빈박스를다버려전전긍긍하면서….
복잡한일들이없어지는날
그때는죽는날이아니겠습니까?
살아있는축복의날을이렇게보내는내가
참으로한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