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에보신탕도못먹었다고남편이많이아쉬워하는데
성당에서신부님은또그사실을상기시키셨다.
오랫만에봉쥬르부부와베드로씨부부와
미사를마치고뭉쳤다.
해물탕을맛있게하는집이라고삼천포토박이
5층아저씨가알려주어서갔다.
비교적맛이괜찮았다.
식사시간에무슨이야기끝에강도이야기가나왔는지는모르겠다.
봉쥬르가밥을못먹고깔깔거린다.
그리재미있었나?
그래서여기올려본다.
부산을다녀왔는데잠은안오고,비는오고
1
마산에서산호초등학교바로앞에살때였다.종소리까지뎅그렁들리던집.
때는김장철,학교에서는교실이부족하여2부제수업을하던때였다.
친정엄마가김장을도우러집에와계셨고,
나는오전수업을끝낸선생님과오후수업에들어기직전의선생님들을모아
새로담근엄마솜씨의김장김치맛을보여주고싶었다.
한불록떨어진시장에서김치에넣을굴을사서
집에들어가려는데대문이열려있다.웬일인가?
거실로들어서자웬놈이하얀마스크를쓰고앞을가로막는다.
한놈은고춧가루를손에묻힌엄마옆에꿇어앉아
목에다칼을대고"돈!돈!"하고있는중이다.
뒷집과이어진문에도또한놈이칼을들고보초를서고있다.
한20대초반의젊은이들이다.
나도그때겨우서른한살이었다.
순간’내가먼저놀라거나당황하면칼앞에앉은엄마가다치겠다.
침착하자’결론이났다.
"얘,할머니에게무슨돈이있겠냐?이리와.나한테로."
사온굴을엄마곁에던져놓으며잰걸음으로
길쪽에붙은시어머니방으로들어갔다.
지나던사람이라도보면낌새라도차리라고…
그런데길쪽엔개미새끼한마리지나가지않는고요자체였다.
따라들어온놈이칼로장롱서랍을콕찌르며"열어!"
명령한다.시키는대로여는데등에서식은땀이좍흐른다.
그래도당황하지말자또다지며
"얘,뭐가답답해서이렇게왔는지모르는데
너날을잘못잡아왔어.우리는부부교사인데오늘월급날이야.
못믿겠으면선생자격증보여줄게.
월급쟁이가월급날까지돈다쓰는것몰라.봐바,김장한다고돈다썼쟎아.
애쓰지말고저녁에다시오면얼마간도와줄수있어."
뒤꼭지에칼날이서있는데나는이야기를조곤조곤했다.
시어머니는목욕탕에서그놈들이온줄도모르고엄마옆엔여전히한놈이지키고.
그런데놀라지도않고차분히말하는내말을듣던그놈들이
그말이참이다싶었는지"그럼묶어놓고갈까?"
그러면서가지고온뻣뻣한노끈으로내두손을묶으려는것이었다.
딸을위한필사적인희생의우리엄마.
나를묶으려고한놈이더달라붙으러간순간에
‘저놈들이내딸을겁탈이라도하면어쩌지?’
갑자기뒷문으로달려가뒷집과붙은담을죽기살기로넘으며
"강도야!"외쳤다.
엄마는다리를분질렀고강도들은혼비백산하고도망을갔다.
그놈들이잡혔다고경찰서에와보란다.
심장이곤두박질을친다.
"이놈들맞아요?"
맞다.눈섭이뚜렷하고아미가서늘하게생겼었다.
거리에나가면그놈이다그놈같아날마다간이떨어질번하던…
"나너무나놀라고심장떨려잘모르겠는걸요."
일부러딴청을피운다.이미반성했다면아까운젊은시절을어쩌랴?
"아,아줌마,그검정우단에장미무늬있는윗도리입고시장갔다왔잖아요?
월급날이라고이따가오라고말했잖아요?"
이런…
"말은맞네요.그때의정황은…그런데진짜얼굴은모르겠어요.너무놀라서.."
그의형이라는작자가찾아와서젊은놈살려주는셈치고진정서한장을써달라고했다.
아버지가펺찮으시다고….
간곡하게진정서써주고형보고잘보살피라고부탁까지했다.
2
서울방배동새집에장판을깔고콩기름을먹이기전이라
누런종이를덧씌워놓고지내던날
밤중에머리맡을오가는저벅거리는소리가들린다.
가만히보니도둑이작업중이었다.
갑자기놀래게할까봐남편의손을가만히꼬집었다.
남편이눈을뜨니웬놈이보이자벌떡일어나앉는다.
그바람에도둑도놀라서
"이집에누구더있어?조용히해,조용히해!"
그는소곤거리는말투로총처럼생긴긴막대를우리에게겨눈다.
남편은혼비백산하여목이잠긴큰소리로
나는남편의큰소리에도둑이놀라서일을저지르고갈까봐
마음이오마조마했다.
도둑은옷걸이에걸린남편의바지하나와내성당가방을휘딱걷어서
창문을넘어가버렸다.
아침이되자바지에들어있던돈만빼고옆집밭에버려진것들을
옆집할머니가성당가방이내것이더라며주워다주었다.
나의지론은도둑이처음부터사람의생명을탐내지는않는다는거다.
돈을탐내다가저항하는세력의기세에눌려우발적으로생명을앗아가지않을까?
나는맹자의성선설을믿는다.
그들에게도착한기질은몸속에고여있을것이다.
봉쥬르는남편의잠긴목소리흉내에밥을못넘기도록웃어재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