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굴기트, 그레이샤 원정대

2008.8.1—-서간문으로씁니다

4시간반짜리트레킹,

저녁식사전까지어차피휴식시간인데

참여할사람을모았어.

손을번쩍들었더니모두가쳐다보고걱정하는눈치였어

나이가대순가?내컨디션은내가더잘안다구.

서른여섯명중열여덟명이간다더군.

젊은이들몇명이몰래더강한코스를가려다가들킨거래.

운이좋았지뭐야.그들은운이나쁜거구.

무릎에기네시오테이프를붙이고,

이래뵈도백두산열다섯시간트레킹을한사람이야

속으로뽐내면서…

보랏빛라벤다가가득피어향기를뿜어대던길

그길을따라나섰어.

살구열매지천으로달린그늘에

보리가피어노랗게익어갔었네

350년된오랜집을지나

빙하의발치로들어섰었지

억겁사연을써내려가던거대한붓들이거꾸로서서

봉긋한꽃을피우는파슈콘스봉우리들…

그곳을바라보며걸어갔었지

그곳엔눈이오고얼고,또눈이오고얼고…

수억겁을쌓아온빙하가있다했지

회색빛추억의저장고에점하나를찍으려고

무리를한건절대아닐세

자갈돌이우르르쏟아져내렸어

숨이가쁘고좀어지럽기도했네

발밑은모두가얼음밭

멀리서보면시퍼렇게무서운얼음산이

가까이보니얼음같지않았어

시꺼멓게흙이묻어꼭거대한바위인줄만알았지

자세히보니온통얼음이었어

얼음과얼음사이크레바스가나타나기도했고

밟으면주르르미끌어지거나부스슥내려앉기도했어

언덕아래로얼음녹은물이똑똑떨어져내렸어

커다란돌멩이를주워얼음에다툭던져보았어

뽀얀점하나도떨어져나오지않는아주단단한얼음덩어리

그아래로흐르는물을버들선생이받아마셨어

손을적시니아리도록시린차가움

칠순의가이드는아무렇게나생긴지팡이하나를들고

뒤에서오는사람을끌며안내하고젊은가이드는앞에서나아갔지

팔월의찌는듯한더위는그레이샤에서는밀려가버렸지

가슴까지시원한바람,얼음위를지나는바람이

시원함을전하더군

두어번쉬니정상이라네

약4천고지?고도측정기를가진분은3300고지라하네

아무튼숨이너무가빴고,바위에앉아마을에서얻은

살구를나눠먹고사진들도찍었지

그리고또산을넘어호수를찾아가는거야

돌을쌓아올려경계를짓고거기에무언가가파랗게자라고있었지

마츄피츄에서보았던풍광처럼….

그런계단밭을지나니호수가펼쳐지는군

하늘호수

참아름다운말도잘만든다했지

그런데이곳이바로그하늘호수더라

그윽한산그림자가호수에깔리기시작하는시각

작은배도떠있었지

그호수까지가는데는그리어렵지않았네

여전히발밑은얼음밭이었지만내리막이었으니까

호수에서조각배를타보고싶었지만

가이드가말리는군호수는깊은데배가낡아위험하다네

그들은늘문제가싫은게지.

천분의일의확률에도벌벌떨거든.

정작사람의목숨은하늘이다정해놓은것아니던가?

좌우지간호숫가에서만놀다가

오르던길반대쪽에차가왔다고하더군

한오분쯤타고가는동네어귀에

훈자강으로쏟아지는폭포를보았어

거대한굉음으로쏟아지는폭포

작은얼음덩이가날아다니는것같았네

창문을있는대로다내리고그소리를,그차가움을느껴보았네

눈물이저절로났어.사랑하는사람다생각났어.

그사람들에게다보여주고싶어서…

별로어렵지도않은데함께가서도오르지못한사람에게도

너무나안타까워막울음이나왔어.

슬플때만흐르는게눈물이아니더라구

태고가머물고간시간의얼음이녹아내리는

그우람하고시원한소리를여기오지않았더라면

어떻게들어볼수가있단말인가

4시간반

내인생에서가장의미있는순간이었어

여행이내겐노동이라고늘불평했었는데

이시간은정말아니었어.

그래,취소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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