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근성지:경기도양평군양평읍오빈리173-2(031-7753357)
새벽부터서둘렀다.
미리자료를챙기지못하고가는곳은답답하다.
정확한주소가있으니일단은찾아가기로한다.
양평에서해장국을먹던생각으로우선양평시내에서문을연식당을찾아
선지국을한그릇씩먹고떠났다.
골목입구에표지판이나타났다.깔끔한성당,우뚝선십자고상이퍽인상적이다.
지금조성중인마당에서있는팻말부터읽었다.
–이상은성지안내판의글>
양근권씨집안의제자이존창은고향인’여사울'(餘村,현충남예산군신종면신암리)에서,
류항검은’초남이'(草南,현전북완주군이서면남계리)에서각각복음을전파하였다.
그결과이존창은내포(內浦)의사도로,류항검은전라도의사도로일컬어지게되었다.
한강개마을에서비롯된천주교신앙이수표교와명례방에이어
여사울과초남이로이어지게된다
1801년신유(辛酉)박해때윤유일(尹有一,바오로,1760~1795-첫견진자주문모신부영입),
윤유오(尹有五,야고보,?~1801)와그들의사촌누이윤점혜(尹點惠,아가타,?~1801-신자교육),
윤운혜(尹雲惠,마르타,?~1801-성물보급)자매등이순교한곳으로순교때의이야기들은눈물겹다.
조숙권데레사(권일신의딸)동정부부는1819년5월21일참수로순교했는데,
권데레사의머리를찾아다가성녀조증이발바라의집대바구니에담아두었다.
그바구니를열면향기가진동하였다고달레(한국천주교회사저자)는전하고있다.
성당마당을한바퀴돌고십자가앞에서기도를한뒤,
성체조배라도할까하고성당문을밀고들어가려했다.
아,경비장치가되어있는걸몰랐던거다.
문에손을댄순간,시끄러운신호음이요란하게울렸다.
월요일,신부님도쉬시는날이라사제관은비어있을테고
곧경비회사에서달려올것이다.
우리는경비회사직원이오기전에옆길을돌아강으로나가는길을걸었다.
십자가의길,십사처의조각이성지의높은벽담벼락에붙어있었다.
“어머니께청하오니내맘속에주님상처깊이새겨주소서”
‘순교자들의깊은상처도내마음에새겨주소서.
그들은너무나처참하게매맞고목이잘리고이강에버려졌습니다.
하루빨리시복시성되게해주셔요.‘
깊은,그리고간절한기도가저절로입으로새어나왔다.
물오리들이놀라후두둑날아가는곳,물안개가자욱하게피어오르고
막떠오른햇살에강은은빛으로반짝인다.
건너편이처형지였는지그곳에마리아상같은성물들을세워두었다.
그성물들이강물에그림자로빠져들어아름다운그림을만들어낸다.
강물로빠져든아름다운버드나무의가지,뿌리들….
천국이다.바로.
순교자들은자신의죽음터를이렇게천국으로만들고있었다.
눈물겹도록가슴이벅차올라그곳을떠날수가없었다.
한동안강을바라보며그곳에펼쳐지는경치들을완상했다.
왜진작성지를찾아다닐결심을하지않았을까?
무슨고고한신앙심에서가아니고,그냥단순한경치를즐기는것만으로도
성지들은완벽한아름다움을우리에게전해준다.
게다가성지에서있는팻말을읽는것만으로도우리는많은상식을채워가고있다.
그러나그건그리중요한것이아니다.
한국에서가장빼어난경치를보는것만으로도,신앙을지키기위해깊은산골짝,
후미진언덕,사람의눈길을피해숨어든자연의동굴…
당시의교우촌은모두가다빼어난경치를내세울만한곳이다.
신앙의자유가너무많이주어져우리나라밤하늘에서바라보면붉은십자가만다보인다는
이자유의시대에조용히침묵중에묵상할만한곳도전국에흩어져있는성지인것을…
물오리들의작은놀람은조용히기도하는우리곁을지나며이제자유롭다.
아마도해치지않을사람들인줄그들도아나보다.
배가한지나가며작은물결을일렁이게한다.
서서히동그라미를그리며다가오는물결,
반짝이는은물결이마치순교자들이손을내미는것같다.
가슴이확뚫리며기도가저절로우러나왔다.
“감사합니다.하느님,제게이런좋은것을다주시다니요.
부족한모든것다참아낼게요.
이아름다운걸느끼게되는것만도무한한축복이옵나이다“
성당마당으로올라오니경비회사직원이차를대놓고문을이리저리탐색하고있다.
“범인은우리들입니다.성지순례를왔어요.”
그는안심하고밖으로나온다.
“아저씨,우리성당에잠깐만들어가게해주실래요?”
“마음은잘아는데,우리권한밖의일이군요.미안합니다.”
그는단호했다.
성체조배는못했어도양근,적어도뿌리는조금다지고오지않았겠나,
마음든든한하루가될것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