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지 순례-가고시마의 밤 7

가고시마의밤거리,만찬


가고시마의밤이다.

만슈호텔에서천천히걸어식당가를찾았다.

18명이앉아서먹을수있는식당을찾는일은그리쉬운일은아니었다.

불경기의열풍은여기에도여전하다.

그래서어디를가더라도평소의가격이하로다운시켜준단다.

사이코다카무라와근대일본을세우는데공헌을한또한사람의얼굴이그려진

식당,길다란방으로안내되어박회장이사준저녁을먹었다.

벽면에아기자기한그림들이걸린깔끔한고급식당이었다.


가고시마의유명한고구마가주정인소주도마셨다.

조금씩담긴일본특유의반찬들이맛깔스럽지만여전히섬나라의인색한냄새를풍긴다.

이런깔끔한것을즐기는사람도있을것이리라.

하지만그들도한국의김치를선호한다고하니…

좋은분위기에서좋은사람과먹은밥은화기애애하게끝났다.

천천히걸어서호텔까지가는길


가고시마시내에서는일본인들이가장사랑하는인물인근대화의영웅인

사이코다카모리의흔적을곳곳에서찾아볼수있다.

일본이지금의경제대국으로발전하는계기가된메이지유신(1868년)의

사이고와오쿠보,그리고기도를메이지유신의3대위인으로부르는데,

그중에도유신성공에이르는데결정적역할을한것은사츠마번에살던

사이고의뛰어난통솔력이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그는이곳에서태어나가고시마어디에서도보이는화산사쿠라지마를바라보면서

원대한웅지를키웠다고한다.그

는일본에근대식군대와병참제도를도입했으며,

자신도최초의육군대장을지내는등,군의현대화를이끌었다.

시로야먀언덕아래쪽에는일본의부국강병을역설했던사이코다카모리가

권력투쟁에패해낙향한뒤정부군과의전쟁끝에자살한동굴도남아있다한다.

‘정한론(征韓論)’을주장한인물이어서우리나라사람들의뇌리에는

나쁜이미지로각인돼있기도하다.칼로일어선자는칼로망하는법이지.

만슈호텔가는길에떡버티고선다카모리상앞에느닷없이

경천애인敬天愛人이란다카모리를소개한안내판이서있다.

경천애인은우리의개국이념이아닌가.

새벽에그가자살했다는동굴을가볼까하던생각을접어버린다.

경천애인에정한론이라니…나쁜사람.가고시마는그에대해열광적이란다.

긴밤이었다.

아마도젊은팀들은다시뭉쳐재미있는세미나를열고있을터였다.

늘뭔가색다른밤세미나를만들던그들은처음으로여행지에서한적한밤시간을즐긴다.


그들은순례를하며힘이들어가는11월1일부터54일기도를시작했었다.

이미33일째로접어들어감사의기도를드리고있었다.

신심이바닥이라기도의효험이없다고해도기도에매달릴수밖에없는그들은

순례를무사히마치게해달라는부탁,

그리고그결과물도유용한자료가될수있도록기도드렸다.

어떤일이닥치더라도이겨낼수있는능력을

아들들에게주시라는부탁의기도를함께드렸었다.

54일기도는27일청원을간절히드린다음,

이미그청원을들어주셨으리라는전제아래에서감사의기도를27일동안드려야한다.

그렇게시작한그들의54일기도는크리스마스전야에끝이난다.

로마에서친구가주고간아이스와인이라도한병뜯어서그날,감사의만찬을드릴것이다.


그래도시간은널널했다.가져간김훈의소설“남한산성”을읽었다.

세번째읽는그의문장.간결하고유려하고,곡진한그의문장을대하면늘부럽다.

줄거리에집중하지않고그의문장에집중한다.

한문장,한문장.어차피줄거리는그의상상력이다.

요즈음신윤복을여자로만들어뜨고있는어느드라마작가처럼…

늦은시각에기분좋은일본의온천욕을한번더즐겼다.

이좋은온천때문에지진이자주일어나는고통또한감내해야하는일본.

좋은것은언제나좋은것만은아니고,나쁜것또한늘나쁜것만은아니다.

아무도없는온천탕에서생각을피워올리는시간또한얼마나아름다운시간이었는지…

생각을정리하며고통의바다를건넜다해도잘살아온시간이었기에

이런좋은날도온것이라생각하며

함께하는사람들과좋은시간을보내자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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