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성지순례 에필로그 12

기쿠지에서돌아오는길

후쿠오카로돌아가는길에모처럼만난빨주노초파남보

일곱가지색깔의커다란포물선을그린무지개가떴다.

그무지개가눈앞에서희미해질때까지바라보며생각에잠긴다.

일곱가지색깔도사람이구분하여만든것이지그게어디일곱가지색깔만이겠는가?

희로애락애오욕,사람들의정서또한일곱가지라지만

기쁨이면단순한한가지의기쁨이아니고슬픔이면어찌한가지의슬픔이겠는가?

무지개색깔이서로아우르며일곱가지색깔의한계점을알수없듯이

슬픔이나기쁨또한서로뒤섞여슬픔속에기쁨도있고

기쁨속에슬픔도감추어져있을것이다.

“자동차를타고빠른속도로지나가는사람에게는1미터의코스모스길은

한개의점에불과합니다.

러나천천히걸어가는사람에게는이가을을남김없이담을수있는

아름다운꽃길이됩니다.“


3박4일의피정또한그러하지않았을까?

단순하게구경삼아관광을할수도있었을것이고,

단순한재미를느끼며일본의자연을완상한좋은여행일수도있었을것이다.

그리고지나면잊어버릴한때의추억의저장고속에잠겨버릴수도있는여행인데

잠깐떴다사라지는무지개가,

아름다운그리고의미있는피정의길로그녀를인도해준셈이다.

얼마나많은생각의정원에서산책을했는지….

새삼모든자연현상이주는하느님의뜻을헤아려보며날것인채떠난

이순례길에서,만나는현상마다그녀의마음에다가오는

삶의철학을받아들이느라그녀는복잡했다.


돌아옴.후쿠오카에서부산항으로


바다와바다,섬과섬을잇는다리를건너두어번휴게소에서커피를마시며즐긴시간도

너무나뜻있는순간들이었다.

점심은각자가먹고싶은것을찾아서먹기로했다.

남편이어묵우동을사먹는동안그녀는재모임에나누어먹을오뎅을샀다.

남편은자신의사진을일행들과나누고싶어벌써일행들에게재모임을약속했다.

그는바쁘게디브이디를만들것이고그녀는밤을새워여행기를정리해야한다.

일정이빠듯했지만어차피그또한작정한피정의일환이다.

그녀가가진소질의일부를다른이들과나누는일.

오뎅을사며일본을추억할수있는제일좋은음식일것같다는생각을했었다.

오뎅을꽂은댓가지를얻었다.그림을그려과일꽂이로만들면일품일것이다.

가는곳마다주운돌멩이,나뭇잎들이그녀의추억을떠올리는매개물이듯,

댓가지또한그녀에게는소중한여행지의선물이었다.

그녀가여행하며즐기는방법은그렇게소박하고자연적인것들이었다.

사람들에게는하잘것없는것일지라도그녀는한순간도놓칠수없는

귀한시간이라는생각에여행지에서바쁘기만하다.

그틈새에서도언제나손녀에게주는여행기도그림을그리고일정별로단상을쓴다.

“할머니,정말재미있어요.”

여행지에서돌아와그녀가읽어주는여행기를밤새워들으며눈을반짝이던손녀들은

이제멀고먼홍콩으로이사를가버렸다.

그들은아직말이서툴러,힘든학교생활을한다고한다.

아릿한그리움을피워올리며버스가달리는긴시간동안바깥경치에눈을익힌다.

‘사랑하는예림아,예서야,이번일본여행기는크리스마스선물이될것같구나.

가고시마,네숙모가나고자란곳,휴게소에서무당벌레가하늘거리는

연필깎기하나를선물로샀단다.‘

어느페이지엔가썼을손녀들에게주는여행기의한대목이다.


드디어후쿠오카에입성했다.

3박4일동안쓴렌트카를돌려주는동안출국서류를작성하고

면세점에서잔돈남은걸로찹쌀떡한상자를샀다.

늘밥을싸고맛있게해주는삼천포‘산호김밥집’아줌마들몫이다.

풍랑이정말거세게몰아쳤다.ㅜ4-5미터도넘는파도….

뱃전을때리는파도는배를넘어뜨리는듯심했다.

뱃멀미가날것같아얼른소합원두알을꺼내어먹고눈을감았다.

젊은이들은앞자리에서심심파적으로한잔씩을나누며즐거운시간을가졌고,

남편은빠알간노을이구름에가려지고비가창문에부서지기도하고

검은구름이뒤덮인하늘이신기하기도해서

종횡무진으로다니며사진을찍어댔다.

배가심하게흔들리므로승무원은안달을했다.

“손님,이러시면안돼요.다치시면우리가책임을져야합니다.”

“내생명은내가더아까워요아가씨.“

그의프로정신은아무도따를수가없다.

그녀는그의그런행동에그러려니하기로했다.

좀창피하면대수냐.언제이런현상을또볼수있으랴.

그에게는지금이순간이가장행복한순간이다.

사진을찍을만한너무나좋은피사체앞에서흥분하지않는사진가가어디있겠는가?

그만한창피정도를이길만한뱃장이있는그를그냥보아주기로한다.

어쩌겠는가.앞으로의삶에있어서오늘도젊은날인걸.

얼마나가겠는가.이런세월이.

남편의사진에대한용기와열정에대해이미하품이나도록질려왔던그녀였다.

그래도여행이끝나면나누어지는사진파일하나,그녀가쓴여행기는

모든이의귀한선물이었던것을….

대마도를지나고드디어부산.

거센파도도잔잔해진다.비도그쳤다.

배에서내리니정말로쌀쌀했다.위도가일본여행지보다높은것을실감할만큼.

부산에서일을잠깐보고가기로했으나추위와겹치는피로감으로함께합류하기로한다.

좁은버스속에서떠날때와는다른따뜻한정을느끼게된다.

헤어지기섭섭하다고이신부님엄마와산소같은여자멜라니아가

장유에서맛있는저녁을사주었다.모든이가만족할만큼,

일본의인색한음식문화와는다른넉넉한인심.

백김치를또먹고또먹어도여전히불평없이내다준다.

3박4일동안너무나가까워진사람들은이제한식구들처럼다정하다.

여행처럼짧은시간에사람을가깝게만드는일은없는것같다.

모든일정은끝이났다.

며칠은방황하게될것이다.피정으로리듬이깨어진일상으로의복귀가쉽지는않을것이다.

그러나그들에게는대구교구와제주교구성지를도는숙제가남았다.

그들의일생에서가장빛나는시간이었을거라고생각할순례를위해

그들은혼신의힘을다하고있다.

후회하는일없이자랑스럽게끝낼한국성지140여곳.

이미바로다음날에함께갈부부와약속이잡혀있었다.

에필로그


믿음만한사랑이어디있으랴?

살아오면서심어온우리사랑과선의의씨앗이

화려한꽃을피우고

그리고하늘에반짝이는별이될수있을까?

향기로날아올라바람으로흐를수있을까?


프란치스코하비에르신부의열정과용기로도

세상은바뀌지않았지만

그땅에천주교는굳건히섰고

세상명리도그냥그렇게끝나는것이지만

빈손,빈몸으로떠나야만이승의일.

오늘을사는열정과용기는빛나는진주가아닌가?


완성이란도저히없는이세상일에서

우리,더러실패에임했을지라도

미완성,그것이우리의진정한참모습아니던가.

우리의삶은반성이고가능성이며

언제나시작일지니.


믿음만한사랑이어디있으랴?

우리가붙들고나가야할확실한등대를가슴에안고,

날것으로받은일본성지순례기행.

귀하게얻은진리는

용기와열정.

열정과용기.

<소리울묵상시>



3박4일의순례기간을읽어주시느라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짧은순간졸속하게엮은부족한순례기를가름합니다.

많은질정을부탁드립니다.

늘하느님의가호가여러분과함께하기를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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