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대흥안령을 넘는 길고도 긴 하루 2

지도에도없는길을달려가야만하는길은아득하고아득했습니다.

그드라마틱한이야기를하자면너무나길것같아서

제가길게끄는건괜찮지만너무지루할것같아서

이렇게그냥시조로꾸려보았습니다.

상상하시는것이좋겠어요.시간대별로.

제가어떻게대흥안령을넘었겠습니까.

우리의고구려땅이었던곳을…

대흥안령에서오후4시50분노을에

대흥안령고갯마루바알갛게해가지네

초원로내달렸던하루해는저무는데

아직도길은아득하고갈길은멀고멀다

마른풀걷는사람손길이바빠지고

비낀햇살받으면서마른풀이쌓여간다

지난한삶의높이가수레위에실리누나

이제그만놓아야좋을미련이랑집착들이

탐진치(貪塵恥)찌든영혼맑아져야하는시간

저무는저고운빛에훌훌날려보냅니다

그리고도얼마를달려야했는지모른다.

간간이정교수님이길거리강의도하시고

강만길교수님께서도살이되고피가되는강의를해주셨지만

대흥안령금빛초원의아름다움에취하여아무리느린걸음으로가는

자동차였어도그만영혼이점점맑아오는것을느낀다.

5.저녁6시耙場七連부락에서길을묻다

해는져서어두운데갈길은아득하여

초원로중간에서불빛보고찾은동네

차하나앞세워놓고안내를부탁했다

먼저삯을받아야만앞서겠다버티는차

안내먼저받고나야주겠다는나그네차

못믿을인심앞에서가슴이아팠었다

멀리서보이는불,등대삼아나가는길

사위는어두운데하늘에박힌별이

북두성가깝게와서친구하자손내민다

세시간지나서야신작로가나타났다

대흥안령지나는일어찌그리쉽겠는가

추르르떨어지는별에무사함만빌었었다

드디어밤이되었다.도대체어디가어디인지분간이안되는초원은깜깜하다.

별빛만이주먹만하게박혀서떨어질듯다가온다.

멀리서빛이보이면그곳을들러길을묻자고한다.

모두들침묵하고있는차안…약간의두려움도생기고있었다.

첫새벽에출발했더라면…아침에더일찍출발하지못한것을

누군가또말하고있었다.

어차피여행지에선시행착오가있게마련….

언제어떤사태가생길지모르는것이여행이아니던가.

차안의몇몇은그냥차안에서자고새는날떠나도괜찮을것같다고말하기도했다.

각자가가지고있는먹을거리가녹녹히있었다.

동네에들어갔다.참으로어두운길에서반가운불빛이었다.

대표와운전수와가이드가동네안으로들어갔다.

큰길까지데려다주겠다는사람이나섰다.

값을흥정하고그동네으작은차가앞장을섰다.

그런데마을입구를나서기도전에돈부터요구한다.

돈을받아야떠나겠다는것이었다.

나는얼른주어버리자고말했다.

그런데가이드가큰눈을부릅뜨며

"선생님,안되요.가지고달아나버리면우리는

길도모르고어쩔려구그럽니까?"

자기나라사람인데그렇게말하는그들이우습게느껴진다.

못믿을인심앞에서아연실색한다.

그들은결국계약한600원에서300원을받고서야출발을해주었다.

그러나느릿느릿가는우리버스와앞질러먼곳에서빠안한불을보여주며가는

차가안타깝기만했다.자주불이보이지않고먼저너무멀리달아나있었기때문이었다.

그도그럴것이그들의속력으로라면빨리큰길까지데려다주고다시동네로돌아가야하는데우리차는길이나쁘니차가망가질세라천천히가야하는기사때문에시간은얼마나더걸리는지..

저러다300원만받고마음이급한그들이그냥뺑소니를쳐버리면어쩌나걱정이었다.

충분히그러고도남을장소.

단지그차에게만의지할수밖에없는,다른선택은전혀없는아득한밤길이었다.

아마도시속10킬로쯤으로달리지않았나싶다.그래도큰길까지나가서

돈을치르고그차는되돌아갔다.

그나마얼마나다행스럽고고마운차였는지….

6.11시30분밤중巴音好碩의王師傳식당에서

지도에도없는길을헤매다가찾은곳에

문닫은식당하나문두드려밥좀주오

다늦은밤중에들린아늑한식당에서

닭고기돼지고기양고기쇠고기탕

이과두주기울이며이런것이추억일세

온갖일나그네길엔아름다운행적이지

졸리운마른입에산해진미소용없어

푸짐히도남긴음식굶는백성생각나서

아픈맘어쩔수없어식당문을나섰었지

송학이섬세하게수놓인가리개가

객실과주방사이얌전히걸려있는

옛조선다정한집이생각나는몽골식당

반남은하현달이동산위로낮게뜬다

백킬로달리는데여덟시간걸렸단다

이초원그리워질걸아마도한달후면

차라리걸었어도그시간에왔을거리는아니었을까?

고구려사람의흔적을보는겟이이리도험난한길이었던가?

모두반쯤감은눈으로닫힌식당문을두드려들어갔다.

우리는먹지않아도좋다는데도기어이끼니를걸르게해서는안된다고

주문을한다.적게하라고사정사정했는데도

상이그득하다.까끌한입,지독한양고기냄새.

모든음식이아무것도거부가없는사람은얼마나좋을까?

더러더러어떻게그렇게하면80여개국을다닐수있는지

나의까다로운입맛을흉보는사람이많았다.

노력해도안되는것이있다는것을나는잘안다.

그시각에또다른한팀도우리를따라들어와그식당은아닌밤중에

손님을여나므명이넘게두팀씩이나받는다.

옛우리의주막같이아늑하고따뜻한냄새가나는식당

송학의수가주방과객실사이에걸린가리개에는

우리의시골집횃대보에놓은문양이있다.

다른나라에온것같은생각이전혀들지않는다.

그렇게밤길을달려왔는데도어릴때밤숲이있었던소남작은집에서

버스를타기위해고갯길을걸어야했던그날의추억처럼약간의두려움도있었지만

아련한추억처럼그밤,대흥안령길을그길고도완만한능선을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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