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의두번째책’빛속으로’의발문은

구상선생님생전마지막작품이랄수있다.

작품집모두를다받아읽으시고차례까지정해주시고

틀린한자까지도일일이교정을봐주셨던자상한어른이셨다.

그분과는성천아카데미를인연으로자주교분을나누었었다.

수전증으로떨리는손으로이름만은직접쓰신글씨로

책에올리기를원하셨던친절하심…..이세모에그분이그리워진다.

이어려운시기에덕을지닌사람을만나기힘들어서그러는지도모른다.

구상선생님께서남기고가신짧은산문중에’가진것없이베풀기’는

내가늘곁에두고보려고잘접어보관한글귀이다.
오늘무얼좀찾다가그글귀를다시읽게되었다.
정신이번쩍들고,내가살고있는지금의작태가

너무한심하게느껴져서견딜수가없었다.
불교경전의하나인잡보장경雜寶藏經에나오는

무재칠시無財七施를예를들어말씀하신내용이다.

첫째,자비스런눈빛으로주변의사람들의마음을밝고맑게순화시키는것(안시眼施),

둘째,평안하고온화한얼굴빛으로이웃의마음을유순하고화평하게하는것(안시顔施)

셋째,진정에서우러나오는말로이웃의진심을헤아려

상대방을편안히만들어주는것(언사시言辭施)

넷째,내몸을수고로이하여남을도와주고나아가서제몸가짐을바르게함으로써

남의모범이되게하는것(신시身施)

다섯째,언제나너그럽고따뜻하고후하게,선의로남을대하는것(심시心施)

여섯째,남에게자기의자리를양보하고좋은자리,윗자리를내어주는것(상좌시床座施)

일곱째,잠자리나쉴자리를찾는사람에게그런공간을제공하는것(방사시房舍施)

위의일곱가지는그냥노력하기만하면얼마든지베풀수있는,

아무것도물질적인것은필요없이세상을평화로이끌수있는요소들이다.

구상선생님은거기에하나를덧붙여서
남의영육간의평안과행복을위한지향을두고

간절한기도를베풀어주는것(염불시念佛施)은다른일곱가지의것보다

더신령한힘을가지고남과자신마저도그공덕을얻을수있을것이라하셨다.

어찌위여덟가지만되겠는가?재물이라고할수도없고눈에보이지도않는,

마음만먹으면얼마든지베풀수있는일은무수히많을것이다.
우리는너무각박하고인색하게현세를살고있지나않은지.
아니적어도나만은그러지말았어야했는데정말한심하게살아왔었다.한동안.

자주다정한목소리로안부를물으며전화를걸던옛날의나는없어지고

점점전화도걸지않는사람으로변해버렸다.
내주변의모든사람들에게연말이면붓을잡아그사람에게맞는글귀로

한해의행복을빌어주는나의연하장을사람들은고마워했었다.
몇자루의초에다몇사람의이름을적어서일년내내그들을위해기도하던

내간절한염원때문에사람들은감동하곤했었다.
한밤중에도아프니와달라면약을들고가주고.

상담을하고싶다면달려가주던나의친절은이렇게떠돌아다니는형편때문이

현실적으로어렵기만할뿐이다.

나를조금섭섭하게했다고그사람을미워하고

언제부터미음의담을높이쌓아간것일까?
점점좋아지기는고사하고옛날에내가가졌던아름다운성향마저

못된곳으로보내고있는나를돌아보고소스라친다.

나이들어간다는것은지혜가더해지고,덕이더해지고,인품이고아해져서

드디어그사람참잘늙어간다는소리를들어야하는것인데..
보통사람이성인의경지까지가지는못하더라도,

적어도이상하게변했다는소리는듣지않고살아야할텐데…

그러지않아도일년의절반이상은보여주고싶어도얼굴을보여줄수가없고

들려주고싶어도목소리를들려주지못하는환경에살면서…
조금만더부지런하면가진것없이도사람들을행복하게해줄수있었을터인데,

얼마나많은사람들을실망시키고,얼마나많은사람들을섭섭하게만들었을까?

이렇게변해버린나를회복시킬수있는방법은,

다시가진것없이도베푸는지혜를하나하나터득해나가는일일것이다.
한꺼번에다못하더라도조금씩조금씩…
그러려면무엇보다부지런해야만한다.더많이.

오늘,이세모에"내탓이요"를외쳐대게만드시는구상선생님은

또하나,만인들에게깨달음을베푸셨다.그분의아름다운문장으로(문장시文章施)…..

사랑하는것은돈이전혀들지않는다.

마음만내면무엇이든지다베풀수있고,

부담없이남을행복하게해줄수있는방법이아니겠는가.
우선사랑하는마음자세부터가지도록하리라.
아직도내가슴은따뜻하기만한데….

2008년세모에소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