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더있으면우리나라의진짜새해인설날이됩니다. 아직도새해인사를못나눈분들은설날까지는유효한셈이지요. 부지런히못나눈인사들도나누시기바랍니다. 미국에서맞을설날을생각하니왜오늘밤은유난히친정어머니가 그리워지는지모르겠습니다. 맑은샘물을떠놓고하늘을우러러빌던어머니의모습, 기름을부어면화실로꼰심지를담근호롱불을켜고커다란무쇠솥안에까지 불을밝히시던모습. 입에살살녹는유과. 박,은행알당근등으로색색깔나는재료들을엿에투명하게졸인정과. 냉장고도없던시절,얼리고녹이고얼리고녹였던콩을볶아서 연하고도고소한콩강정을만들어주시던손길을… 나는무엇을하느라고그모든것들을다배워두지못했는지모르겠습니다. 달달밤늦도록재봉틀을돌리시며설빔을지으시던어머니의모습을 잡힐듯이그려놓은정학유선생의농가월령가12월령이라도찾아읽으며 오늘밤어머니를애타게그리워합니다. 정학유는1786(정조10)∼1855(철종6)“농가월령가”를지은분으로 대실학자정약용의둘째아들입니다. 일명달거리라고하는이월령가는전체서두1장결구1장과, 한해열두달의순서에따라노래한14장1036구의장편시가의형식으로 당시농경사회의일종의월중행사표로볼수있습니다. 월령체의노래는고려속요인’동동’에서그연원을찾을수있는데 ‘동동’은임에대한간절한그리움을노래한것이라면, 농가월령가는그달그달해야할일과세시풍속을소개하고있다는점에서 서로차이가있습니다.
‘농가월령가’에서농업에힘쓰기를강조한것은조선후기농업및상업화폐경제의발달을 배경으로하고있다고볼수있습니다. 그당시일어나기시작한실학사상의지대한영향아래, 대학자아버지다산선생의학문사상을이작품속에서도펼쳐놓았다고말할수있습니다. 이작품에서전편이흐르는그림은아름다운농가의풍경입니다만, 면화를많이갈고,누에를열심히먹이도록권유하는것.등은자급자족의차원을넘어서 그것을경제작물로생각하는중상적인사고방식이이미싹트고있었음을짐작할수있습니다. 그러나그무엇보다농촌의아름다운풍속을눈에잡힐듯이그려놓은그분의묘사솜씨는 내어머니의향기를맡기에충분할만큼,자세하게도그려놓았군요. 여기서12월령은음력으로말하는것이니딱지금의시기인것입니다.
십이월령 <해설>십이월은늦겨울이라소한대한절기로다눈덮힌산봉우리해저문빛이로다 새해전에남은날이얼마나걸렸는가집안여인들은새옷을장만하고 무명명주끊어내어온갖색깔들여내니짙은빨강보라엷은노랑파랑짙은초록옥색이라 한편으로다듬으며한편으로지어내니상자에도가득하고횃대에도걸었도다 입을것그만하고음식장만하오리라떡쌀은몇말이며술쌀은몇말인고 콩갈아두부하고메밀쌀만두빚소설날고기는계에서나오고북어는장에가서 납평일(동지후세번째戌일)에덫을묻어잡은꿩몇마린가아이들그물쳐서참새도지져먹세 깨강정콩강정에곶감대추생밤이라술동이에술들이니돌틈에샘물소리 앞뒷집떡치는소리여기서저기서들리네새등잔세발심지불을켜고밤을새울때에 윗방봉당부엌까지곳곳이떠들썩하다초롱불오락가락묵은세배하는구나
이제설날이가까워오니,어린분들은옛어른들은 어떻게설날을맞았는지엿보시는기회로삼고, 연세드신분들은그리운옛생각을하시면서다가오는설날에임해보시기바랍니다. 혹시나원하신다면다른월령의내용도소개해드릴까합니다. 진짜진짜좋은새해가되시기를… <소리울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