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보니이글이500번째글이네요.제가저를축하하면서….
“
<신영복에세이집에서>
제가동인서원에서출판했던첫책의제목은“언제나시작”이었습니다.
IMF가막시작되던1998년8월이었습니다.
저는제가살아왔던어려웠던시간들을흘려보내고
새날을맞이하고싶었습니다.
마침큰아들이장가를간다하기에하객들에게선물로그책을선사했습니다.
사람들은그책이희망통신이나되는것처럼좋아했습니다.
언제나다시시작할거라는꿈은간직하고있었습니다.
실패에닿아있을수록그꿈은새록새록피어올랐습니다.
선생질을접고시멘트장사를하던남편의일은겨울이길었습니다.
우리는입춘대길을쓰는추운날에봄을맞이하러산으로갔습니다.
그리고우동두그릇사놓고,네식구가서로를생각하여돌리다가
그것도남기는사랑으로살았던시절이었습니다.
얼음장밑에서흐르던봄의기운…
그새로운시작은,그청량한물소리는
암울했던시절,너무나반가운희망의소리이고기쁨의소리였습니다.
새해가되면아이들에게붓을잡아글씨를쓰게했습니다.
해마다그들이쓰는구절은다양했습니다.
“정상정복의해”
“높이나는새가멀리본다.”
“정직하자,노력하자.”
그들은새해의처음을그렇게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나름대로그일을향해매진해나갔습니다.
그렇게성장한그아이들의인생에도봄도오고겨울도오나봅니다.
<언제나시작>이란우리집안의주술적암호가
그들의겨울을지탱시켜준다고합니다.
<언제나시작>은그러나너무나큰아픔이기도합니다.
그래,다시시작하지뭐.
그건실패했을때더많이쓰는용어이기때문입니다.
그러나결국더큰결심으로새로운처음을만들어갑니다.
산다는것은수많은처음을만들어가는<언제나시작>입니다.
무언가뚫리지않을것같은이시기에도처음을수없이만들어가다보면
희망이란옹달샘이퐁퐁샘솟아나올지누가알겠습니까?
그날을향하여달려갈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