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과새벽6시에헤어져차를둘루시아네집으로갔습니다.

따뜻한그녀는굳이자기가공항으로나겠다고두꺼운옷을입고

생강차를담아가지고나왔습니다.

미리베드로대자가공항으로나가주기로한터이라,

차는거기주차장에두고루시아는있으라했습니다.

그가남자라무거운네개의가방을들어내려줄테니까…

공항에서아침을함께나누고헤어졌습니다.

비행기안에서책한권을읽습니다.

아직도친구들을만나고떠난여운은남아가슴이벌렁거립니다.

그가슴을진정시키려고노력하지만잘되지않습니다.

그래서읽으려고꺼내든책,

"모래위에쓴수필"입니다.

정목일선생님,나를추천해주신,진주사람,오빠친구,한국최초의

공식적인수필가.한국적소재로글을쓰시는분,

부드럽고따뜻한인상처럼진주맛나는글을쓰시는분,

그분과의교류도나누지못하고사는못난제자인데,

책을먼저만나고근황을봅니다.

그분의책에는전편을흐르는무늬가있습니다.

그분은그것을’리’-이컴에선한자쓰기할줄몰라-라고표현합니다…….

목리,그분의이름에새겨진무늬입니다.

얼마나따뜻하고중후한무늬이겠습니까?

그런무늬를참여러곳에서보아왔습니다.

미국의국립공원을헤맬때,그산과산사이에느닷없이박혀있었던

그랜드샌드둔국립공원의모래위에새겨진무늬,

바이칼호수위,

그꽁꽁언심연의호수가빚어낸얼음위에만들어진알수없는깊이의무늬,

카나다록키산허리를가로지르며날아다니던

구름이짙은삼나무숲을지나며만들어내는,

눈,푸름,녹아내리는띠,아련한구름의무늬는어떻게표현해야할지도모르겠습니다.

이집트의백사막을흐르던무늬의변덕스러움은말하지않으렵니다.

바람이불때마다그문양은시시각각으로바뀌어

천만별들의호텔을분초단위로다르게꾸며주고있었으니까요.

하늘위에서창문을열고바라보면알라스카창공위를나르는구름의문양도,

친구참나무가색색의천에무늬를박아넣듯이촘촘히들어있는별들이며

해가뜨려하면서띠를두르고하늘,구름을담박에분할해버리는붉은색깔줄무늬…..

아,지난번카라코람하이웨이에서파슈콘빙산을올랐을때,

거기얼음에새겨진문양도잊지못할아름다움입니다.

그무엇보다도새콰이아국립공원의나이테에새겨진무늬는

그안에예수님도,공자님도,부처님도,알랙산더도,다이루스도,클레오파트라도,

세기의여러사건들도담겨있는4천년된무늬가아로새겨져있었습니다.

어쩌면자연보다도더다양한사람들의모습이아닌가합니다.

그어떤무늬가그려져서자기를나타내는지도모르는채,

내무늬는이미내몫이아니게다른사람들이그려냅니다.

그것에편견이라해도나는어쩔수가없는경우를참많이보아왔습니다.

그무늬는그사람이어려운시기에더더욱본모습과는다르게그려집니다.

얼마나서글픈내아닌나의무늬를보면서울고싶은날들이많았는지요.

차차리죽어버렸으면싶은날이많았는지요.

다양한무늬가내친구들의모습에새겨져있었습니다.

화가로,선생으로,며느리로,엄마로,아,아직도딸로살아가는친구.

아직도열심히공부를하는친구…

예쁜막내딸이신문사에신청하여500대1의경쟁을뚫고

부모와의여행티켓을따내어홍콩까지공짜여행을한친구.

삶을바느질하듯열심히꿰매가고있는참나무같은친구도…

호주,카나다,남의나라에서도치열하게열정과용기로버티는친구.

이제는돌아와포천에서살리라는친구,그리고나처럼삼천포,서울,서울,

그런외면적인모습말고그들의내밀성을읊어낼수가없습니다.

내가그려내는내친구들의무늬가그들무늬의다가아니기때문입니다.

그들과삼천포앞바다늑도에서한해여름의진한추억도있습니다.

학교때의추억으로얼마나지난시간에의아련한그리움의시간에잠겼는지요.

자매가없는나는유난히친구에목을맵니다.

친구만나는걸싫어하거나내친구를나와같이따라좋아하지않는사람과는

결혼하지않겠다고늘소원했더랬습니다.그단한가지의소원은들어주신셈입니다.

신께서.

그점만은내남편을칭찬하고싶습니다.

친구들을위해시간도내주고운전도해주고,

기꺼이시장도가주고밥도잘사줍니다.

떠나기전친구를만난날은가루처리가너무힘들어도저히안되겠다기에

맛있는것많이사주라는말만하고….

내친구들은나의무늬를어떻게그리고있을까요?

부담없고편안하고,그러면서날마다접하고싶은그런무늬이면좋겠습니다.

기내에서아라비아의로렌스,슈베르트,마크트웨인스토리….

영화와,단편물과,책과,생각과…

그러다보니어느듯열네시간거리의아틀란타,사랑하는아들이나와있습니다.

두시간을더가니아랫니두개가쏙올라온,

얼굴넓은손녀리나가버밍햄집에서자고있었습니다.

이제부터버밍햄의무늬를짜야합니다.

고운무늬가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