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 사지

낮이밤이되고,밤이낮이되는세상,

그렇게세상이한번바뀌는곳에왔습니다.

리나는낯가림이심해졌습니다.

낯가림은리나만있는게아닙니다.

일본할머니가19일떠나시고나면정서불안의상태가한동안은올겁니다.

아이는낯익은할머니를찿게될테고

나는우는리나를달래느라힘이많이들것입니다.

그러면서얼마나일본사돈마님이애썼는지를짐작하게될것입니다.

하루종일리나가웃는소리,우는소리.일본할머니를찾는

찡찡거림의소리가들리는사람사는소리가들리는집에서

비몽사몽의낮시간을점심도굶은채보냅니다.

그런데낮에읽은물리학박사가청소부시험에떨어졌단이야기가

자꾸만가슴에걸립니다.

그리고가게를접고다음인생을준비하는내아들을봅니다.

카나다벤쿠버에갔을때,우리나라카이스트에서일하던박사님이

가게의프리마켓에서1-2불짜리커피를파느라고앞치마를두르고

있는모습을보았습니다.

그분은너무나당당하고그직업을선택한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하다고말했습니다.

그분이되지않고는도저히이해가되지않는일이었습니다.

지난가을창덕궁에갔을때입니다.

창덕궁이쉬는날,우리는텔레비젼이자주나오시는

문화재위원의안내로일반인이들어가지못하는구석구석을돌아본

아주행복한날이었습니다.

그날후문쪽상수리나무아래에한떼의여자들이

허리를굽히고무엇인가줍고있었습니다.

그들의주머니는이미도토리한자루가차있습니다.

그녀들은개구멍으로들어와도토리를줍는사람들이었습니다.

도덕적으로는법을어기고다람쥐가먹을밥을뺏아먹는파렴치한이맞습니다.

욕을먹거나법의심판을받아마땅합니다.

그러나고급안내인을대동하고적을노트를들고

남들은가보지도못하는후미진고궁에서고급설명까지들으며

그녀들은그렇게폼을내며살고싶지않았겠습니까?

노는날틈을내어도토리라도주워야하는그녀들의눈에

창덕궁을공부하는노트를든한가한여인들앞에얼마나자존심상하는일이겠습니까?

그런데그중한여인이그녀들을나무랜다고가던길을멈추고

아래로뛰어내려가더니여인들이주워놓은도토리자루를발로차더니

그것도모자라들어서훌훌숲에다뿌려대는것이었습니다.

이미문화재높은위원님께서점잖게타이르시려고

그여자에게다가가는중이었습니다.

만약에내가그녀의입장이었다면..

그날밤그여인들이당한모욕이신경쓰여잠이오지않았습니다.

아들만둘이있는저는며느리둘을딸같이대하리라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그게얼마나말도안되는생각이었는지곧깨닫게됩니다.

언제딸엄마를해봤어야말이지요.

이럴꺼다짐작만으론딸처럼할수가없습니다.

딸은딸이고며느리는며느리인,딸같이대하려다오히려

더망가지는시엄마가될현실을무시할수는없습니다.

그자리를인정하고있는그대로나의선량함만보여주기로더이상

딸엄마가되는헛된노력은아니하기로마음먹었습니다.

역지사지,자리를바꾸어그것을생각해보는일은정말어려운일입니다.

사람마다성격이달라서그자리에서

이사람은이렇게저사람은저렇게대처하기때문입니다.

내가그사람이라면…

내가남자라면…

내가시엄마라면…

내가며느리라면….

내가실패한사람이라면….

내가집이없는사람이라면….

내가족중에병이든사람이있다면….

내가사랑에실패한사람이라면….

내가지금이혼하지않으면안되는사람이라면..

내가외국사람과결혼한사람이라면…

그런걸생각하다보면얼마나말조심을해야하는가를깨닫게됩니다.

치과의사인김영재선생님은최근가정법원의

이혼소송조정위원회회장님이되셨다합니다.

그분은엠이의오랜트레이너로활동하신분으로훌륭한자격을갖추신분이십니다.

여러사람들의의견을들어야한다면서치료를하러가면원장실로불러놓고

부부들의이야기를듣습니다.

여러사례를많이알수록역지사지의기능을발휘할수있기때문입니다.

그분은두사람의입장에서야하기때문에

흑도,백도아닌건얼마나더어렵겠습니까?

남의인생에,더구나부부생활에판단을가하는것또한쉬운일은아닐겁니다.

더구나그분은가톨릭신앙인으로이혼을끝까지말려야하는입장의사람입니다.

한번맺은인연은풀어서는안된다는…..

장자도말합니다.

‘저연못속의물고기가참시원하게헤엄을치는구나’라고

말하는사람에게

‘저물고기가시원한지아픈지고민이많은지어찌아느냐?’

애완견을가슴에품고사는사람들은개들의속성에대해서

자기중심적인지생각해볼일입니다.

하루종일찡찡대는리나의입장에서는일을생각해보다가

이야기가옆길로새면서장황하게됩니다.

이쯤에서생각을끊어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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