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입춘.

봄의기운이많이다가서는날입니다.

거실에서리나를유모차태워끌어주던할아버지가

안전벨트를매지않아아이를거실바닥에떨어뜨렸습니다.

"쿵!"하는소리가요란하게나고,뒤이어

리나의자지러질듯우는소리가들립니다.

죄없는아이는떨어져도잘다치지않습니다.

바나나반쪽으로리나를달래재워놓고컴퓨터에앉습니다.

리나의엄마는감기가들어회사도쉬고

아들과함께병원으로갔습니다.

목을훤히내놓고따뜻하다면서얇은옷을입고다닌다했더니…

봄인데감기가들어걱정입니다.

옛사람들은입춘날새롭게서로의복을빌고

대문엔온누리에좋은일만있으라고글을써붙였습니다.

부질없이아버지가생각납니다.

온동네대문의입춘방을써주시던우리아버지…

아버지는시를참좋아하셨습니다.

그중에서도시는나쁜생각을없이해줌을강조하며’시삼백은사무사’라하여

시경에있는시삼백이시의으뜸이라하였습니다.

그리고이백의시나도연명의시는너무서정적이라

사람의마음을들뜨게한다고별로좋아하지는않으셨습니다.

그래서저는시경서경대학장구는외울수있지만

이백의’춘야도리원서’나도연명의’귀거래사’를

한림원에다닐때,외우려고애를쓰도되지않았습니다.

귀풍월만들어도서당개삼년이라한말,

교육은어릴때,잠재력속에담겨있는것이얼마나큰지를

체험합니다.

지금아무리좋은싯귀를접해도외워지지않는것을

옛날에외웠던수백편의시는그냥쉽게입에서흐르거든요.

바깥은입춘답게화사한햇빛이누리에가득합니다.

이런날,공연히술생각이조금나기도합니다.

며칠전순이님의블로그에서

이태백의춘야도리원서에있는첫구절을쓰셨기에

한번읊어보고싶은생각이납니다.

한림원교실에서소리맞춰성독하던기분으로

춘야도리원서를크게읊어봅니다.

노주선생님의불콰해진웃는모습도생각나는날,

뜻맞는사람들끼리와인이라도한잔했으면싶은날입니다.

이런날도저히시는쓰여질것같지않으니

아마도이런연회에서저는벌주석잔을마셨을것같습니다.

임들에게도입춘대길을다시기원하면서…

春夜宴桃李園序

李白

대개천지는만물의여관이요,

시간은영원히쉬지않고천지의사이를지나가는나그네와같은것.
이중에인간의생애라고하는것은

꿈같이덧없고짧은것이니이세상에서환락을누린다한들

그몇시간이나계속될것인가.

고인이등불을손에잡고밤놀이를즐긴건

참으로까닭이있었던거다

더욱이때는봄,만물이화창한계절에

아득한풍경으로나를불러주고

천지는나에게문장을지을수있는재주를빌려주었으니

더욱이봄밤을즐기지않을수없구나.
도리화만발한동산에모여서형제들이즐거운놀이를펼치니

많은아우들은모두혜련과같이시재가있는사람들이며

그중나의영가만이홀로시잘하는강락에부끄러울뿐.


고요히경치를바라보는즐거움이아직끝나지않고

고상한이야기는갈수록맑은분위기를더해가니

훌륭한연석에꽃사이에앉아서

새깃모양의술잔을주고받으며달빛속에취한다.
이런즐거운분위기에서좋은시가나오지않는다면

어떻게고상한마음을펼수있겠는가.
만약에시가되지않는다면진의석숭이금곡원에서잔치를열었을때

시못지은사람에게

벌주석잔를내리던그규칙을따르리라.

春夜宴桃李園序李白

夫天地者는萬物之逆旅요

부천지자는만물지역려요

光陰者는百代之過客이라

광음자는백대지과객이라.
而浮生若夢하니爲歡이幾何오

이부생약몽하니위환이기하오

古人秉燭夜游는良有以事로다.

고인병촉야유는랑유이사로다.

況陽春이召我以煙景하고大塊暇我以文章이라

황양춘이소아이연경하고대괴가아이문장이라
會桃李之芳園하여序天倫之樂事하니群季俊秀하여

회도리지방원하여서천륜지락사하니군계준수하여
皆爲惠連이어늘吾人詠歌는獨慙康樂이로다.

개위혜련이어늘오인영가는독참강락이로다.


幽賞이未已에古談이轉淸이라.開瓊筵以坐花하고

유상이미이에고담이전청이라.개경련이좌화하고
飛羽觴而醉月하니不有佳作이면何伸雅懷리오.

비우상이취월하니불유가작이면하신아회리오.


如詩不成이면罰依金谷酒數하리라.
여시불성이면벌의금곡주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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