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스토리

나의사순절은아픈기억으로시작됩니다.

우리가족의서울생활의시작은남편의실패에서시작됩니다.

친구를너무믿은댓가는정말로엄청난것이었습니다.

새로운삶을0에서부터시작하기에는서울이벌어먹기낫다는생각에서.

미련집착따위로는새로운시작은어림없었습니다.

남에게주어야할것은다안은채

받아야할것은빨리잊어버리는것이삶을더역동적으로사는길이었습니다.

그렇게시작된서울생활,

우선은임시교사-지금의기간제교사-로시작합니다.

너무나작은월급에,두아이의교육비랑,

짐승이먹느냐는질문을받는혼합곡으로연명하는양식도

그걸충당하려면힘이들었습니다.

남편의일은시멘트대리점,겨울에는한톨도팔리지않는…

그것도대리점을낼수있도록도와주신회사분들에게

삼등분으로떼고나면먹고살기힘든나날…

게다가공사판의일이란부도내고도망가는

나쁜사람들이얼마나많은곳인지…

아이들은학원한군데못다니는대신

친구들에게빌린문제지를해답지에풀고,

새벽이면잠실대교를달리고,동네눈을쓸고

그리고신문지를펴서붓글씨를썼습니다.

"높이나는새가더멀리본다."

그래서늘봄을기다리는생활에서,보다못한

좋은친구가자기아이와함께몇몇아이들을묶어

임시교사집어치우고아이들을가르쳐달라는부탁을받습니다.

한입건너두입,

급기야는개나리아파트상가를빌려아예교실을차립니다.

강남의공부잘하는아이를둔엄마치고

국어하선생모르면간첩이다.

그러려면어찌살아야했을것같습니까?

그덕에저는대학원엘다다녔고,성천아카데미가문턱이닳도록

공부를했습니다.좋은선생이되기위해서…

남들이놀러가는주말에저는학생들을붙들고

입에침이말랐습니다.

하나가족들이주말이면자주등산을갔습니다.

또몇년을모은돈으로카나다록키로여행을떠나기도했습니다.

그모든걸다유보했습니다.

어쩌다몸이아프면학원을쉴수밖에없었고.

보충은배로해야했습니다.

엄마들은그러나내큰아이가어떻게공부를했는지

그런걸아이에게들려주길원했습니다.

너무나많이아파입원할수밖에없었던날

용산카츄샤부대로배치받은큰아이가토요일집에들린날이었습니다.

갑자기아파아이들에게예고를할수도없었던상황이라

그날강의를큰아이에게맡겼습니다.

오후한시부터밤열두시까지90분강의7타임.

5분단위로아이들이바뀌어우유한잔마실틈도없이

다음시간강의에들어가는그일을

내큰아이가대신하고병실로왔었습니다.

"엄마,이짓을매일하시는거예요?"

아이들한창사춘기에그렇게헤매며사느라고

작은아이가허리에디스크가깊은줄을몰랐습니다.

유난히꾀가많은그아이가공부가하기싫을때

그냥해보는소리정도로알아들었더랬습니다.

중도에미술을하겠대서너무늦은시기에시작한공부라

힘이드나보다생각했습니다.

형이다니는학교를기어이가야한다고우겨서재수,삼수,

우리는그때서야원인규명을나섰습니다.

"도대체뭐가문제란말이냐?"

"허리가너무많이아파요수술했으면…."

병원으로갔을때이미아이의다리는굵기가달랐습니다.

줄줄이밀려있는스케쥴을젖히고

한양대학병원에서수술을한날은사순절이시작되는재의수요일

그날도전아이들을가르치러학원으로달려야했습니다.

수술은잘끝났습니다.

튀어나와신경까지자극하던연골을약물을주입하여녹여내는수술,

당시로는첨단이라했습니다.

개인차가있긴하나바로다음날부터걷는사람도있다합니다.

그래서약봉지만잔뜩받아가지고이튿날바로퇴원을했습니다.

집에서하루를지났는데돌아누울수도없는통증이오기시작하는겁니다.

병원에서는기다리는수밖에없다고,

그냥주는약을먹기만하면된다고했습니다.

어쩌면정말오래갈수도있을수도있다는,

그러나그건아무도모른다는것입니다.

사순절내내아이는자기의옥탑방에서

묵주알을돌리며불확실성의미래를걱정했을겁니다.

그리고그깐깐하던성질이점점부드러워져갔습니다.

많은성당식구들이기도를해주러들락거렸습니다.

멀쩡한젊은나이에앉은뱅이가될지도모르는그놈을위해

신부님들도자주찾아주셨습니다.

40일,

목구멍이포도청이었던그시절의나는

오줌통,약병,먹을것,줄줄이아이의머리맡에둔채

남의아이들을가르치러나가야했습니다.

사순절이끝난부활주일,

아,그날,내아이는송아지처럼벌떡일어나

미사를가야한다고말합니다.

언제아팠던아이인가싶을만큼요.

그리고그는열심히공부하여장학금을받는조건으로미국행을탑니다.

우리식구들의가슴속에어둡게드리워져

아무에게도서로두려워말을못하고있었던

앉은뱅이가될지도모른다는기우가기적처럼사라진날

우리의사순절기억은이런기쁨입니다.

얻어먹을힘만있어도축복인것을

성한다리로걸을수있는축북은,

그게어디입니까?

그래서사순절,매번사순절,우리에겐특별한이기간을

기쁘게맞이하면서또다른희망의메시지를들으려고하는겁니다.

여러분들을위한기도도빼먹지않을겁니다.

이야기만하기에도아린이사건…

우리에겐늘보약이었다고…

그래서사실어떤어려움도크게걱정은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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