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하나가족여러분들이읽게되거든연정이에게전해주셔요.
사랑하는연정아,
놀란가슴으로어찌해야할지몰라우선이렇게네게편지를쓴다.
내가이글을쓴다고해서네가읽을지는모르겠다.
하나가족으로인연이닿아네부모님을만나고,
너와네남매들이나를거쳐가기까지,참으로긴세월이흘렀구나.
언제나너는반듯하고단정한모범생이었었지.
내게도자랑스런제자였단다.
부모님의자랑이었던,
그리고누가보아도아름답고멋진규수요,재원이었던네가,
바라는대학을가고한국최고의명문대학에서대학원공부까지마치고,
그리고여자로선하기힘든건축설계일을아주즐겨하고있던네가,
그즐기던일을접고수녀원으로입소한다는소식에접했을때,
조금먹먹해지는가슴을쓸어내려야했었단다.
내가,안셀모아저씨가이런데네엄마는,아빠는,
아니무엇보다도누구보다도너를사랑하신할머니는
어떤마음이셨을까짐작이되어참으로미묘한마음이다.
명색이가톨릭신자라는내가,네가성소를입어
수녀가되리라는희망으로내일이면떠난다는말에
"축하한다."라고말할수있겠니?
"잘선택할일이야."라고말할수있겠니?
그렇다고"섭섭하다,슬프다"그런말을할수가있겠니?
추기경님의선종소식이있은다음에들은소식이라
네가선택한일도사랑의삶을사는한방편이거니생각하면서도
오늘하루종일눈물이난다.
네가입소를한그수녀원에서3월에는피정을한다는소식도들었다만,
너무멀리있어서이별의한마디라도나누어야하는걸
3월에도가지못할것같다만
그날간사람들은어떤마음으로너를볼수있을까?
사람이걸어가는길은정말많기도하더구나.
그러나너처럼구도자의길을걸어,정말보람있는길을선택하는사람의수는
이세상에서그리많지는않지.
우리추기경님처럼,마더데레사처럼남에게사랑을베풀다가
만백성의존경과추앙을받으며돌아가시는사람들을보면
그길도그리나쁜선택은아니긴하다.네게도충분히그런
아름다운마음이네속에내제되어있다고나는믿으니까.
아마도충분히훌륭한수녀로서살수있다고믿어지긴한데도
미련이남는건,세상적인내생각일거다아마도.
아빠엄마를위해늘헌신적이던네가,
늘알듯모를듯얼굴에작은미소를피워올리던네가
성당에서열심히봉사한다는소식에접할때,
‘역시,연정이답다.’생각은했었지만.이렇게뜻하지않게
남들은좋은짝을찾아세상의일을새로시작할즈음에
너는이제하느님을짝으로모시고너의거룩한새삶을시작하려하는구나.
어쨋거나선택의귀로에서너는스스로또부모와주변생각으로얼마나괴로워했겠으며
얼마나번민의날을많이가졌겠느냐?
길등에갈등을거쳐드디어결정한네선택을
누구보다도신중하고진지한네선택을선생님은인정해야만한다는일이
그냥눈물겹구나.
네가걷는길,그리쉽지는않을거라믿는다.
이세상도그리호락호락한길이아닌데
도를닦는수행의길이그리쉽겠느냐?
네가설계하던모든건물들의기초를다지듯
네구도의길도아마그렇게차근차근시작되겠지.
네성격대로늘진지하고성실하게잘해내리라믿는다.
혹시나많이힘들거나누구에겐가이야기하고싶을때,
이선생님에게메일이라도주렴,
혹시아니?나의위로가타는목마름을적실한방울의물이되어줄지도모르지않니?
엄마나아빠,할머니에게도드러내진못해도선생님께는말할수도있는
어떤것이있다면말이다.
아무것도네게한일도없이네가떠난다는소식에
급한마음이되어이렇게두서없이몇자적어보았다.
사랑하는연정아,어차피정한길이라면
하느님보시기에좋은수도자의삶을살거라.
수녀원에서도여러갈래의길이있다고들었다.
수도생활중에서도제가잘하고좋아하는일을계속할수있는
그런여건이주어지면더더욱좋겠구나.
수도복을입은네모습을상상하며,
가장아름다운우리의수녀님이될네게이렇게멀리서
하얀손수건이나적실뿐이다.
때마침사순절의초입이라너를위한기도를시작했다.
수난의색깔,붉은초를새로사서.
기도속에서너를만날수있을지.
잘가거라.안녕.
2009년3월첫날에
-너의오랜안또니아국어선생님이애절한마음으로멀고먼알라바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