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대흥안령여행길을인도하셨던정수일교수님께서
메일로원고를보내오셨습니다.
이미제가대흥안령8,9에서시조로엮어이이야기를썼었지만,
선생님의글은문화인류학의대가이신,
학자적인시각에서쓰신거라독자들이더욱이해하기쉬울듯하여여기에전제합니다.
선생님의이야기는제블로그에도여러번소개드린바있고
저와는이란,카라코람하이웨이,
시베리아횡단열차,중앙아시아실크로드의여러갈래길로문명교류사를
함께탐방하고다녔습니다.
함께여행하면서선생님의학자적인위상에얼마나세계적으로위대하신지도알게되었고,
우리나라에서아무투자를하시지도않은분이우리나라의위상을얼마나올리고계신지
깨닫게되었습니다.
우리나라경주에까지이어진실크로드의연장지도를중앙아시아에서보게된순간,
그때의감회를잊을수가없습니다.
그러나그런학문적인것보다는뵈오면뵈올수록
그분의몸에서내어나오는인품의향기는….
그러나지금건강하시지만연세가드셔서
좀더많은자료를정리하시고더많은학술적인성과를
이룩하실수있도록많은성원괴협조가있어야할것입니다.
연구소회원이되시면선생님의귀한강의를들을수있고
선생님의지도아래문명교류사적인차원에서
수준높은국내외여행을함께하실수있습니다.
초원을깨우는고구려말발굽소리들리는듯
정수일<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www.kice.ac>
2008년10월21일
일행이대흥안령을관통하는초원실크로드의정상시저리무쑤무(西哲李木蘇木)에다다른것은
2008년10월21일(화요일)오후3시50분이다.
여행을하다보면가끔오래도록기억에담아두고싶은것은
비단곳(장소)만아니라,때(시간)도있다.
왜냐하면인간의삶이란시·공의협연으로서시간은삶의깊이를말해주기때문이다.
드넓은우주무친초원
이높은곳에펼쳐진초원도신기하거니와,그속에서삶을영위하는사람들의모습또한퍽궁금했다.
마침장허핑(江和平)이란한유목민을만났다.
이름두자처럼정말화평스러워보이는순박하고어진사람이다.
마흔다섯의나이에2남1녀를두고있다.
중국에서는산아제한으로자식을한명밖에낳을수없는것으로알려져있는데애셋이라니,
의아해서그영문을물었다.
유목민에한해서는자식두세명이허용,아니묵인된다는것이다.
경하할일이라그에게박수를보냈더니,고개를절레절레흔들며수줍어하면서도못내흐뭇한표정이다.
방목에는많은일손이필요하니깐.
그는700마리양과50마리의소를키우는데,살림은괜찮다고한다.
20년전대흥안령기슭에서농사를짓다가이궁벽한산속으로이사해와유목민이되었다.
사회의수평적이동이다.
이마을20여호는대체로그러한경우라고한다.
그말고몇집만한족이고대부분은몽골족이라고한다.
한족들은흙집이나벽돌집에서살지만,몽골족들은여전히몽골식바오(包)에서흩어져산다.
전통과현대라기보다,서로다른두문화의공존현상이다.
해가서산에기울어지기시작해서풀어놓은양떼와소떼를서둘러몰아와야할시간인데도
그는일행에게친절을베풀면서기념사진까지함께찍었다.
나지막한언덕을사이에두고보이지않을때까지채찍을든손을휘저으며우리를바래주었다.
여기서부터는내리막길이기는하지만험한흙길이며,게다가밤길을가야한다.
70㎞쯤가야포장길이나온다니서둘러야한다.5㎞쯤가니꽤큰마을이나타난다.
집집마다양떼우리가삥둘러있고,이곳저곳에서대형콤바인이윙윙돌아가고
개별용풍력발전기날개가산바람을타고신나게돌아간다.
어느새다섯시도채안되었는데,땅거미가지기시작한다.
어둡기전에이영을넘어야했었는데,이렇게지체되고보니다들걱정이앞선다.
누구보다도기사의얼굴에는불안끼마저서리기시작한다.
산속이라어둠은상상외로빨리찾아든다.어림잡아불빛을따라한참간곳은바창치롄(場七連)이란마을이다.
‘사격장’이란‘바창’이의미하듯,옛날이곳은기병들의사격장이었다.
7시가조금넘었는데도,앞을가릴수없을정도로깜깜하다.
더이상우리의힘으로는길을찾아떠날수가없다.
아직도50㎞더가야한다니방도는오직하나,선도차를구하는것이다.
농기구공장비슷한곳에찾아가선도차를부탁했더니,미리대기라도한듯제꺽연락이닿았다.
상업망이가동된셈이다.건장한두젊은이가지프를몰고나타났다.
중국돈300위안에낙착을보고지프를따라나섰다.
한시름덜었는가했는데,웬걸마을어귀를갓벗어나자갑자기선도차가길가에멎는다.
무슨고장이라도났는가해서가슴이덜컥한다.그런데알고보니선불때문이다.
현지안내원의말에의하면,선불받고는도망치기가일쑤라는것이다.
무턱대고선불해야간다는것이다.
후환이걱정되기도하고,또그들에게남은반조각의양심에라도기대를걸수밖에없다.
어처구니없는승강이끝에반액만먼저주기로했다.
우리가만만찮은대상이라고짐작됐던지,그제야투덜거리며시동을건다.
돈에눈먼이야박한세상,인간다움의양심이나신뢰가시궁창에빠졌으니한심스럽기도하고가련하기도하다.
길은길대로또얼마나험악한가.울퉁불퉁,고불고불,질벅질벅,표지판은없고…
길의악조건은죄다갖춘셈이다.
빛이라곤하늘에서반짝이는별빛뿐,문자그대로칠칠흑야다.
70㎞의내리막길을무려4시간40분이나걸려더듬었으니,시간당15㎞의거북걸음을한셈이다.
일단하산하고나서는북행으로훠린궈러(林郭勒)를향했다.
이근방에서캐내는석탄을만재한대형트럭들이길을메우고있다.
불빛이환한꽤큰도시인데,들러서허기라도가시려했지만,아직갈길이멀어서참을수밖에없었다.
50㎞더가니자그마한읍바인후스(巴音胡碩)가나타났다.
더이상견디는것은무리라싶어식당을찾았지만10시가훨씬넘은늦은시간이라서
식당들은거의다문을닫았다.겨우문닫는소리가나는한허름한식당에가서사정을하니,
주인은흔쾌히받아드린다.
놀라운것은설거지는이미마쳤을턴데금세닭과돼지,소,양고기등네가지도가니탕을내놓으며
택하라는것이다.친절봉사에맛도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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