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하루종일남한산성으로최연소까미노(성지순례자)가되었던리나,
밤까지할아버지할머니따라다니느라힘이들었든지
아침에는많이칭얼대네요.
겨우우유한통먹고잠이듭니다.
오후에친구가오기로하여
비싼배추한포기사둔걸로겉절이좀담그고집도좀치워야하는데
맥빠진이야기를듣고그냥털썩앉았습니다.
방배동대자네집에전화를했다가충격적인사실을듣습니다.
베트남으로여행도함께갔던그집올케가갑자기
입원한지사흘만에저세상으로갔다는겁니다.
유난히부지런하고정이많아
그곳에가면대모님,대모님,하면서내가자기대모가아닌데도
살갑게하던분이었습니다.
남편은여자가그러니까,그야말로샌님처럼아무것도할줄모르는분이랍니다.
딸하나아들하나를두었지만아직혼인도안시킨미혼인채로있고..
왜연락도하지않았냐니까,좋은일도아니라그랬었다고..
저보다대여섯살은어린분인데참으로안됐습니다.
그러니우리가사는오늘이기적이아니겠습니까?
대수롭지않게감기인줄알았는데그만돌아오지못할길로가버린분의삶에비하면요.
하느님손바닥안에있는우리는하느님이지금이라도부르시면가야만합니다.
개똥밭에굴러도이승이낫다는이곳에아직은살고있는것만도축복이고
기적입니다.
그기적같은이시간을남을원망하며보낼순없습니다.
대궁이끝에꽃이달리듯내남은인생의정수리에
얼마나남은지모르는제사랑을모아올리는노력을해보렵니다.
그리하여며칠동안쌓여왔던원망을바람에날려보냅니다.
그리고그가가진고맙고예쁜일을찾아봅니다.
누구나사람은다꼭같은게아니니까.
내남편을누구처럼되라고할순없지않겠습니까?
그가가진부족한면,그리고순수하고착한어린아이같은면,
조금철없지만잔꾀를부리지않는면,
가장고마운건제친구들이편하게생각할수있도록
물심양면으로협조해준다는겁니다.
차를태워주기도하고,자고가도불편하지않게배려해주고…
사실제가어느친구집에저혼자서단한밤이라도잠을편하게잘수있는
곳이있나둘러봅니다.흔치않습니다.
저는툭하면친구들을불러자고가라권합니다.
그들도서슴지않고자고갈수있었던건
제남편이참으로불편하기않게해주기때문이아닌가합니다.
우아님께공부좀하고오라고보내려다가
그보다더진하게신부님앞에서25년을
전공과목처럼공부했어도검은개털이흰개털이되지는않는것
그자체를인정해주는것이가장현명한내삶의방법이라고
그만내가먼저백기를들고포기합니다.
억울하지만기적같은오늘이내게주어진이상
그시간을즐기려면도리가없습니다.
참으로많이웃는리나를돌볼수있는기적또한
저를넘치도록행복하게해주는요인입니다.
그무엇보다발자욱을남기든남기지않던한결같은사랑으로
이형편없는누옥을들명날명빛내주시는여러분
지금이순간을즐기십시오.
서로사랑하면서…살아있다는기적같은일에
오늘하루충만하게기쁠수있도록….
아직도살아있고기도할수있고,
그리고조금늦었지만사랑할수있는시간도있어서감사합니다.
이글을읽고계시는당신을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