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와 바위
BY cheonhabubu ON 5. 27, 2009
소리울동산에는바위가많습니다.
소혹성에서내려온바위가군데군데박혀있습니다.
아가들은이바위에이름을붙입니다.
달바위,해바위,코끼리바위…
오늘은리나가바위와이야기가하고싶습니다.
아가는아직어려서바위와함께걸을수도
바위에혼자올라갈수도없습니다.
그런데아가는자기가살던나라의말로
바위와이갸기를하고싶었어요
바위주위에서자라는잔디도,
그리고바위를꾸미는꽃들도신기합니다
이렇게작은제비꽃이작년에도금년에도
그리고아가가다자란후에도
계속피는까닭은무엇일까요?
아무도말해주지않아서
거실앞데크로가자고할머니를졸랐습니다
아직아가에게는데크가너무나길고넓습니다
할아버지가새로깔아기름칠한데크에
아가가심심할때나가자고조르면
할머니는이곳에서유모차를끌어줍니다.
비가와도비를피할수있고,
심심해도유모차가흔들흔들재미있고,
햇볕이따가워도그늘이있으니까
여기서는기도하면서왔다갔다빙빙돌면한참을견딜수가있어요
앞산도보이고동네앞도보이고
뻐꾸기울음소리
꿩꿩장서방의울음소리도들립니다
귀여운작은새도날아다녀요
조그만벌레가기어나왔습니다.
함께놀자고아가는재빨리기어갑니다
"와,도망가자
잡으러오나보다"
벌레는깜짝놀라후다닥도망갑니다
거실에서안방앞을돌아
서재방으로이어진데크로유모차를타고왔습니다.
할미꽃이부드럽게피어있던언덕이보입니다.
감나무도대추나무도푸른잎을달고있어요
넓은잔디밭으로가는길엔소혹성에서온
네모난돌이깔려있습니다
그길을따라계속가면아마도우주까지갈수있게될걸요
아,하고큰소리로산을부르면
산이아,하고대답을하는곳
아랫동네가보이는정자가바라보이는곳.
정자앞에넓게깔린바위주변엔
보랏빛붓꽃이한창입니다
빨간장미한송이도피어있어요
아가는데크에서나가고싶습니다.
소혹성에서온바위와놀고싶어요
바람솔솔소나무밑에앉아봅니다
할머니가부부소나무라부르는
두가지가나온소나무아래입니다
따끔뜨끔가시나무도없는데
잔디가엉덩이를찔러서많이아파요
어라거실앞에놓여있는달바위위입니다
따뜻한달바위에손을얹어봅니다.
"달님,달님,이렇게타고있으면
하늘나라에갈수있어요?"
달님바위는아가를그만땅바닥에내려놓습니다
아가는울고싶어요
"하늘까지올라가고싶단말이예요
날태우고엄마아빠에게로가주셔요"
아가는마을이다내려다보이는코끼리바위에앉았습니다
코끼리바위는듬직하고우람합니다.
아가는코끼리의머리를쓰다듬어봅니다
코끼리등이너무뜨거워요
할머니는그것도모르고…
엉덩이가데일것같았어요
따뜻한햇볕이코끼리등을
뜨겁게달구어놓았더란말이예요
"아가야,거기에서바이오가나온단다
찜질좀하려므나"
할머니는웃으며더안전하게앉혀놓습니다.
아가는바이오가무언지는몰라도
할머니가참으라니입을앙다물고참아봅니다
견딜만한데또다른곳으로갑니다
좀더앉았다갈래요
바이오가나온다면서왜벌써가는거예요
짜증을내었어요
장미꽃을보려고정자앞으로왔습니다
좀걷고싶은데아직다리가아파요
쪼그리고앉았는데
할머니는자꾸
"걸음마,걸음마,리나야스텝,스텝…"
그리곤아가는찍지않고저장미를찍으시는겁니다
소혹성에서온왕자가만났던그장미를말입니다
지금은왕자의장미가아니라
할아버지와할머니의장미가되었다네요
리나는장미만보는할머니에게
앙앙울어버렸습니다.
"이바위가너무불편하단말이예요"
그래도장미꽃과붓꽃사이의바위위에
기어이사진을찍으셨어요
쪼그리고앉은아가는보이지도않나봐요
리나는웃는척해보지만마음대로안되네요
바위가달래줍니다
"아가야,조금만참아.내가이야기해줄게."
정자앞에쌓아둔나무덩걸에서도이야기가흘러나옵니다
또다른이야기가있는바위로갔습니다
바위에손을대니이야기가막흘러나오는것이어요
뜨겁게달구어진이야기는
조금시끄러워서빨리가자고졸랐습니다.
할머니는"그래그래다른데로가자"
얼른자리를옮겨주었습니다
뒤란이보이는제놀이터뒤쪽데크로왔습니다
창문으로거실도보이고
동네도보이고,거실앞데크도보이는곳이예요
할아버지가마시던뽕잎차를엎어버렸다고
할머니가야단을치셨어요.
"계집애,날마다일만저지르면할머니가힘들단말이야."
빗자루몽댕이를힘껏치켜드셨어요
이럴떈쎄게우는게상책이지요
실은아프지도않는데일단울고보는거예요
그리고이렇게끓어앉아용서를빌었습니다
그래도뽕잎차한잔은얻어마시고싶어서
"저도한잔주셔요.
목마르단말이예요."
결국바위이야기는하나도듣지못했고
먼산에서뻐꾹뻐꾹뻐꾸기소리와
꿩꿩장서방의울음소리만
들리는쓸쓸한소리울
할머니와아가는할머니가새로만든뽕잎차를마시고
긴긴하루가저물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