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굴레 속에서

마음공부를하는친구가이틀을자고갔다.

그녀는나의근원적인문제가무엇인지들여다보고자했다.

누구나자신을가만히들여다보면그근본을알수가있다고한다.

아직도나는나를모른다.

나의정체성…

그녀는나에게에너지가무척이나많다고한다.

나도내게에너지가무척많은줄은안다.

나에게참아내는에너지는다른사람보다충분히많다는것을

아무리극한상황에처했다하더라도나란인간은그걸참을수가있다.

그녀는많은사람들이나를부러워하고있을거라고했다.

부러워한다?내게무엇이있다고…

다만마음만먹으면지금도그걸실천에옮기려하는마음은

아직은남아있다.여행이든배우는것이든…

심지어먹는것에관한것이건…

그게그런가?

5월마지막날,

나의결혼기념일이다.

대자들이저녁을사준다고부른다.

아들들이한국에없으니번번이그들이아들대신이되어준다.

그날은비가왔다.

"비가오면잘산대."

불안해하는내게그날누군가가속삭여주었다.

첫발령을받아간학교에서만난남편,

그는사회초년병인내게참으로친절했다.

머리를뒤로한가닥으로묶고쌀쌀한2월말바람을막는스탠드칼라로목을감싼외투를입었었다.

학교현관을들어서는데웬남자가앞을가로막았다.

"교무실이어디예요?"

내가물었다.

그는환히웃으며교무실을가리키고는밖으로나갔다.

그게그와의첫대면이었고그에게는다분히의도적인저의가숨어있었다했다.

목소리가듣기좋았다던가?드러난이마가마음에들었다던가?

판자로된교실이내게주어졌다.3학년이었었지.

벽에덕지덕지붙은환경물을다뜯어내고새로환경정리를해야했다.

그는무시로들락거리며거의모두를도와주었다.

나는감사표시로제때제때선물을했다.

혹시나그에게저의가있다면도와준것에대한댓가를지불하고

내마음의부담을들어버리려했던것이다.

"그는폣병쟁이고,그는지독한가난뱅이야"

나는아끼던교감선생님이내게말해주었다.

"저와는아무관계없는사람이예요"

잘라말했었다.

운명이었던가?그러다가그는나에게기꺼이백마탄기사되기를원했고

그의공주가되어달라고했는데,

공주가되기는커녕무수리만도못한신세로40년을살았고,

그는그래도아직은백마탄기사가되려는노력을접지못하고있다.

언덕위의하얀집을지어준다는약속을지키기위해고심하고있는…

두아들이자라장가를가고그리고

부모를떠나둘이한몸을이루어한놈은홍콩에,한놈은미국땅에,

그들이낳은두명의손녀와한명의손녀,

두명이던식구는네명이다가8명이다가이제11명이되었다.

두번의크나큰시련을경험한다.

나에겐부분적인기억상실증이있다.

도저히용납할수없는극한상황에서그순간의사실을인정하고싶지않은일에대한…

삶의경제적인어려움이사절약하면어떻게라도살수있었다.

집이작은것도살수있고,돈이없는것도살수있었다.

나에겐자존심이망가지는사실이가장견디기어려웠던일이라기억된다.

남편도나를한번쯤은배신했었다.

그리고우리식구모두는성당에입교한다.

엠미봉사25년…

내가그에대해실망한횟수만큼그또한나에게실망하지않았겠는가?

다만나는그의배신을가끔은지금도잊지못하고

어릴적다쳤던흉터를들여다보듯보고있다는사실이웃긴다.

살아온날보다살아갈날이많지않은날들이다.

남못지않게돌아다녔고,남못지않게치열하게살았다.

이제는조금조용히삶을관조하면서

적당히놀면서편안해지고싶다.

숱한세월,무척이나분주한나날들이었다.

친정아버지의제삿날이었는데도내려가지못해서오빠에게전화가왔다.

울먹이는목소리로…

참,생각해보니이쯤나이의내어머니아버지가사시던모습도

그렇게전전긍긍이었었구나.

삶의굴레를벗어던지지못하셨었던…

그래,살아있다는것은늘삶의고통도함께갖고있는것을..

그것이축복인것을…

부쩍되지도않는말을많이지끄리고

하루하루색다른행동으로자라는귀여운리나를보는일만도

금년결혼기념일선물은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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