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시아에서 받은 개안 수술

대자들이베풀어준리나돌잔치겸우리결혼기념일파티장.

조촐했지만화기애애했고감사한자리였다.

번번이신세를져서참민망하기도했지만이런가족이있어서

얼마나든든하고행복한지모른다.

리나가낯도안가리고이사람저사람에게잘가지만

실은선택하여간다.젊은스튜어디스에게가려해서비행기에서도애를먹었는데

그날식당에서리나가예쁘다고웨이트레스가좀데리고놀더니떨어지지않으려고뻗대고있다.

식사를마치고나오려는데막울면서그녀에게안겨있으려한다.

또할아버지보다조금젊은남자에게는다안기려한다.

포천요양원으로고모할머니병문안을가는길에서

하얀차를보고기를쓰며고함을지르며차를가리킨다.

엄마와아빠,그리고자기집차색깔을기억하는눈치이다.

기특하게엄마아빠안찾고잘논다했더니그건나의착각내지오산이었다.

아가의잠재의식속에꽁꽁숨어있다가비슷한상황이오면기억이나는가보다.

웨이트레스에게서떨어지지않으려는리나를보며

중앙아시아실크로드에서있었던일이떠올라서적어본다.

리나사진과함께…

여행만한공부는없다.

2006년6월말부터7월에걸쳐약2주간실크로드중앙아시아를다녀왔을떄이야기다.


힘든행군은계속되고버스안엔나스레딘호자이야기도말라버려

이제정수동에피소드로메뉴를바꾸는유교수님의재담어린이야기가한창이었다.

어린이는어른의아버지,
이일행의막내인,나와서너번의여행경험으로친해진해수는초등학교6학년.
집에서도두누나를둔막내인데고3누나때문에엄마는여행에동참할수가없어아빠하고왔다.
이열악한사막지역에서그런데장시간버스로이동하는것이지겹기도하고

배탈도약간나고엄마떨어진막내라힘이많이들것이었다.
어른들의농담은해수에겐별로재미있는화제가아니다.
딴엔잘하는일이라고봉사차원에서옆자리에앉히고누룽지튀김으로간식을하라고주고,

시원한꿀물한잔도주고그가아는노래를함께부르자고한다.

“동구밖과수원길아까시아꽃이활짝폈네….
엄마가섬그늘에굴따러가면…“
가사가저편에서가물댄다고해수가말한다.
옛것을잘기억할수록치매증세라한말은사실일까?
금방배운걸해수는다잊어버렸는데나는잘도기억한다.

동요를부르다가바닥이다나버려이젠시외우기를시도한다.
초등학교교과서에나오는김상옥님의‘봉숭아’는

일곱살짜리손녀딸예림이가자주외는시조이다.

해수는외지못한다고한다.

그래서시를가르쳐주기로혼자정한다.

우선시의운율에대한공부를시작한다.
윤석중님의‘먼길‘이란동요를교재로하여…

“아기가잠드는걸보고가려고
아빠는머리맡에앉아계시고
아빠가가시는걸보고자려고
아기는말똥말똥잠을안자고…“

시의분위기가전해지는지해수가조용히웃는다.
“선생님,정말먼길이네요.”
“그렇지?근데이시를시작하는말은다‘아‘자이지?
음악적인운율이느껴지는글이시라는건데

그운율이제일첫글자에있다해서‘두운‘이라고하지.“

그리고각운요운,등도설명하고

‘아기’의자리에‘아빠’를대신넣어비슷한어조로대비가되는표현을한이런시는

대구법의표현방식이라는것도가르쳐주었다.
영리한해수는금방박목월님의시‘청노루’를한수외우고‘

먼길’도금방외워버린다.

해수의아빠가뒤에서무얼하나보고가셨다.

고액과외선생시절의실력을발휘하여

시하나라도외우게해보려는내나름의의도도사실은있었다.

그렇지만심심해하고못먹어배고파하는아이와놀아줄목적이컸던게제일큰이유였다.

잠깐쉬기위해버스가섰을때,밖으로나가서있는내게

부드럽고도야무진젊은엄마강윤봉씨가다가왔다.
“해수,참힘들었겠어요.어쩌면그리도착할수가있어요?

그걸다따라들어주다니..”
‘이게무슨말인가?’
확!하고정신이번쩍든다.그리고새로운눈이확하고열린다.

마치개안수술이나한듯이…

내가힘들었던게아니고아이가힘들었겠다?

"무슨말이예요?"

짐짓못들은척하고묻는다.

“아이들좋아라고힘들여여행을함께가주었더니‘효도여행잘다녀왔습니다’하던데요.”
그녀의말이다.

확인하고싶어해수를부른다.
“해수야,선생님하고노래하고온것좋았니?”
“그저그랬어요.”
그러면서솔직하게말한게무척미안스런표정을짓는다.
“아니,속느낌을다솔직하게말해도좋아.”

그때강선생이또끼어든다.이렇게물어보자면서..
“그럼,앞으로도하선생님과시공부하며갈래?”
“아니요.현임이누나랑끝말이어가기하고싶어요.”

그순간의개안수술을어찌고마워해야할지.

7년배운교육학은젊은체험앞에대수술을받고서야겨우터득할수있었다.
‘아,우리예림이도천고일월명,지후초목생.

나만가면꺼내놓고조잘조잘외워대는추구집구절들은

아이에게는고문에해당하는효도공부였구나.기쁨조역할을하느라고…’
그것도모르고요즘아이같지않다고자랑을해댔으니바보가아니었던가?

현임씨와박박사와끝말잇기를하던해수는다시내옆자리로왔다.
한번더시를외우고몇마디이야기를나누었지만,

몰랐던사실을알았으므로더이상열성적으로아이와놀아준다는게

해수에게너무미안했다.그리고젊은강선생이너무고마웠다.
소중한진리를터득한값도치러야했고이스마일사마니의땅부하라에온기념으로

나는그날밤결국포도주를사야했었다.

여행만한공부가어디있으랴?

리나엄마는자기를잊어버릴까봐전전긍긍이었는데

걱정할필요가하나도없음을알았다.

오히려팔이떨어지는듯아프게길렀어도

데려다주고얼마안있으면

젊은것들좋아하는리나가

이할미를금방잊어버릴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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