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만드는 것
사진:천종욱(터키동부넴루트산에서)

"대부님,언제날잡아여수한번모시고갈까요?"

지난달말에만났을떄여수대자가일정을물었습니다.

대자의고향인여수를일년에한두번은찾아갑니다.

여수돌산에는옛날에는영구암이란이름,

신령스런거북모양의섬인데,그섬의바위는모두거북등의무늬가새겨져있습니다.

그이야기를듣지않고밟으면그냥돌일뿐인바위마다,

심지어바위가쪼개져서갈라진틈사이로도

거북무늬가나있는것이신기할따름입니다.

지금은향일암이라면해뜨는것을보러

웬만한분들은다가보았을유명한암자이지요.

거북무늬를아직도안보셨다면신경쓰고한번보셔요.

원효대사가참선을하던곳으로도유명한곳입니다

향일암이란이름은해가뜨는곳을바라보고있어서이름이붙었다합니다.

해마다1월1일이면그곳에서해가뜨는것을보기위해

돌산으로들어가는하나의도로는늘체증을앓는다고하네요.

우리는복잡한날을피해늘한산한날을잡아여수에갑니다.

어장배를따라정치망어장이있는곳까지가서고기잡는구경을하고

배위에서금방건져올린싱싱한생선으로회를쳐먹기도하지만

반드시새벽에해를보기위해산을올라가지요.

한해는절집마당을쓸던아저씨에게인사를했습니다.

그는권처사라고자기소개를했어요.

"모두들왜1월1일만고집하여오는지모르겠어요.

사실해뜨는가장좋은경치는구름이만들어내지요.

1월1일그런날말고추석무렵구름이하늘에둠벙둠벙떠있을때,

그때뜨는해가제일일품이지요"

그는우리인생도마찬가지아니겠느냐고..

모두다가지면뭐가재미있겠냐고,

자기처럼적당하게어려우면이런절에와서마당도쓸고

아픔,고통이있어서절집에드나들며기도하는사람의이야기도듣고…

그리고밥도생기고….

하늘에구름이있어야아름답듯이,

인간에게도고통이있어더값진것이라고….

자기도집안에걱정거리가있지만그게인생아니겠느냐고..

그가전하는분위기는다분히시적이었습니다.

그리고그의말은진리였습니다.

아나톨리아넴루트산정상에서일출을보며

그때의권처사생각이얼마나많이나던지…

한참을기다려서겨우구름을동반하고나타나는해는

아름답기그지없었고우리의마음을황홀하고도벅차게만들었습니다.

마른풀꽃들이구름을동반하고나타난햇빛으로

얼마나아름다운그림을만들어내었는지…

아름다운해를수놓기위해서둠벙둠벙하늘에구름이떠있어야하듯이

우리의삶이아름답기위해서는

때로시련과고통이라는용광로가있어야합니다.

슬픔은다만삶의동반자가아닌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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