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의 첫 돌-1st Birthday
안녕하셔요?

저는리나입니다.

오늘은제가일년전에태어난날이래요

한국에는대부분돌잔치를크게식당에서하나봅니다.

버밍햄남자친구탁이도

성당에서많은사람초대해놓고

돌잔치를크게벌였는데

할아버지할머니는그런형식적인걸싫어하신대요.

그리고아직면역성이적은리나에게

사람많이모아놓고그런잔치벌이다가리나가병이라도나면안된다고

바람직하지못하다고하시네요.

아침에일어나니증조외할아버지가쓰셨다는

길다란병풍이뒤쪽데크쪽을가리고쳐져있었어요

그리고긴화병에예쁜꽃들이꽂혀있었구요

제가좋아하는보랏빛꽃들이…

그리고작은상에는온갖것들이놓여있었어요

할머니가할아버지와말씀하시는걸

어제엿들었거든요.

밥,돈은부자되는것

책,붓,펜등은학자되는것

실,국수는오래사는것

자,바늘은손재주좋은사람

대추는자손을번창하게하는사람이래요.

어떤것을집느냐에따라제앞날을점치신대요.

어제할아버지는손님이오신다고했는데도

이런것들준비하시느라서울까지가셔서많이피곤해하셨어요.

그리고붉은수수경단은병없이무탈하게자라게되고요

백설기떡은오래사는것

인절미는끈기있는사람이되는것

무지개떡은소원성취하는것

기린처럼빼어난인물이되라고

아프리카에서온커다란기린도갖다놓으셨어요.

제생일유월의탄생석은

건강,장수,부귀영화를누리는의미인진주라고하던데요.

할머니는그모든것을꼼꼼하게적어

할아버지에게메모지를드렸어요

그래서저는온갖과일과떡이차려진큰상,

그리고제가어떤사람이될것인가하는것을점치는

여러가지가놓인작은상을받았어요.

그것도만물이생동하는시간인아침9시부터11시까지

이상을받는게좋다고하셨어요

엄마아빠가안계시니까

엄마아빠결혼사진을상차릴때갖다놓으셨어요

저는너무기뻐서막일어나서

크게소리를질렀어요.

"리나야,위험해!"

할머니가달려오셨어요

덩실덩실춤이라도추고싶은날이었지요

나중에동네에떡을제가돌리려면

이렇게서서다리에힘을올려놓아야하지않겠어요?

저는할머니가걱정을하시는데도

덩실덩실춤을췄답니다

Lynn의첫돌기념,1stBirthday팻말에

예림이예서언니가만든

예쁜꽃과장식용색종이접이로장식했어요

홍콩에서큰엄마가사보내주신원피스입니다

언니들은돌때사진관에서옷을빌려입고사진을찍었다는데

저는엄마아빠도돌때함께있지않다고

옷이라도빌려입지않게해주신다고보내셨대요.

치마끝,목,소매에레이스가많이달린

아이보리색예쁜원피스이지요?

너무신나서또춤을덩실덩실…

기이린아기이린아,내말좀들어라.

넌어디서왔니?

넌왜이리모가지가길다랗니?

너를만지면내가빼어난인물이된다는데

정말이니?

너랑키나한번맞춰보자.

이것봐라

내가훨씬커잖아

기린너도별거아니잖아.

그럼나도빼어난인물이될수있겠네.

그럼우리뽀뽀나한번하자.응?

전미리들어두었거든요.

뭐니뭐니해도밥이최고지요?

김수환추기경님도말씀하셨잖아요.

우리모두밥이되자고.

일단밥부터덥썩!

"계집애,밥은안굶겠네."

그리곤붉은대추도먹는것아닙니까?

리나는먹는게제일좋거든요.

그래서생전처음보는대추를덥썩입에물었어요.

"계집애,시집가서애를낳긴낳으려나봐."

우리할머니는이유식같은것안해주셔요.

그냥할머니가드시는걸로저도먹으래요

국물은조금더물을부어주시구요.

나물은좀더잘게다져서주셔요.

매운것은물에씻어주시구요.

물도할머니가직접덖어만드신뽕잎차를주시구요

쓰디쓴쑥차도몸에좋다고주셔요.

보리차를따로끓여주시지않으셔요.

"희한하게어른먹는것다먹네."

어른들이저를보고말씀하셔요.

대추가참맛있네요.달작지근하니…

그리고저는오래산다는국수를들어분질러보았고

손재주좋다는자를들어보았어요

붓이나책은눈에들어오지않았어요.

"계집애,꼬라지는멀쩡해가지고

공부만못해봐라.날마다때려줄테다."

할머니는제가책이나붓을먼저잡기를원하셨나봅니다.

참,할머니도..

학자그게뭐가좋다고…

아마도할머니가원하셨던일인가보지요?

전국수를들고상에뭐가있나보러일어섰어요

참외도달콤한백설메론도

모두장미로만든눈과입을붙이고서

리나를보고웃어댑니다

그런데아무것도먹을수가없어요.

파인애플은찔러대고

제가집을것이없군요.

아까그밥이좋은데…

뭐좀주셔요

배가고프단말이예요.

이젠소리도크게잘도나와요.

"계집애가조용조용말해야한단말이다."

전절대로조용히할수없어요.

신이나서어쩔줄모르겠는걸요.

어른들은뭐가그리걱정이많은건지.

백년도다못사는세상인데,

저는크면걱정하지않고지금처럼살고싶어요.

날마다신이나서요

제가날마다이의자에앉아밥을먹는데요

여기는보행기가없어서

이걸밀고다니며걸음마를배워

이제서른걸음은혼자걷습니다.

우리엄마아빠가보고있는앞에의자를놓아두고

전장미꽃잎을가지고수를세어봅니다

하나둘셋

소리는안나오나봅니다.아직은,

제딴엔열심히하나둘셋세고있건만..

낮은의자에앉아봅니다

할아버지가사진을찍으시고

할머니는제가웃으라고앞에서재롱을떠십니다.

좀안우스웠어요

그래서멀거니구경을했습니다.

"좀제대로웃겨봐.

안웃잖아리나가…"

아직도제입속엔대추하나가들어있어요.

오물오물…

큰엄마가원피스보내실때함께보낸

곰가방입니다.

할머니가이가방을매어주시면서

"곰세마리한집에있어,아빠곰엄마곰리나곰.."

노래를불러주십니다.

아직도제입속엔느대추한알이들어있어요

정말맛있네요.

처음먹어보는맛,

오물오물…

상을다치워버리기가아쉽다고

페치카앞의반닫이위에다시차려둡니다

할머니가여행때크로아티아광장에서사오신

도자기십자고상이참으로특이하지요?

아무래도아쉽다고

언니들에게는사주었는데안사주면후회할것같다고

한복한벌도사오셨어요

서서걷는데치마가자꾸발에밟혀넘어지곤했어요

뒤에는엄마아빠혼인식날성당에서찍은

할머니할아버지,큰엄마큰아빠,그리고우리엄마아빠사진입니다

제가그앞에앉아있으니

어찌나웃음이나오는지요

아빠얼굴을만져보고싶어서

옆으로돌아앉아보았지요

홍콩큰아빠오신날힐튼호텔에서

큰아빠에게안겨보았어요.

우리아빠냄새가나서기분이삼삼했어요.

그호텔엔거울도많았어요.

리나가셋이나보이는거울앞에서

저는춤을우쭐우쭐추며깔깔대고웃었지요.

할머니가

"리나야,제말좀조용히해.

계집애가수다스럽기는…"

언니들이쓰던모자도옷도한가방,

또가지고오셨어요.

전모자가싫었지만사진만찍자기에…

제가머리가커서이모자는작았어요.

돌이별건가요.

그냥수많은날들중의하나인데요.

우리할머니는쬐끄만애돌이라고

몇십만원짜리떡맟추고

몇백만원주고사진찍고

호텔부페에서사람들불러놓고밥먹고

오는사람들까지부담스럽게하는허례허식이

언제없어지겠냐고한탄을하셔요.

어제할머니친구들이오셔서

돈다발헐어쓰듯이

2009년한해,헐어놓으니

언제반은다써버려도망가버리고

이제반만남았다하셨어요

자난반년쓸것없듯이남은반도쓸것없으면안된다고

뮤지칼보러가는약속들하시는데

우리할머니는저때문에아무것도할수가없다고

아까워하셨어요.

제돌은이렇게조용히엄마아빠도없이

잘도넘어가지요.

다른날들이돈을쓰듯쉽게없어지듯이…

한복입은김에인사드릴게요.

앞으로남은,별로쓸것없는날들이

나날이행복하셔요.

그리고매일매일희망을갖게해주시라고

저도할머니께배운기도손을모을게요

한복입은김에

깊은인사를드립니다

늘고맙습니다.

예쁘게보아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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