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키큰 남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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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심심하면시를외우는버릇이있어요.

뱃전에부서지며하얀물보라를뿌리고나타나는뱃길을보다가그녀는가만히읊조립니다.

"파도야어쩌란말이냐?

파도야어쩌란말이냐?

님은뭍같이까딱않는데

파도야어쩌란말이냐?

날어쩌란말이냐?"

청마유치환의<파도>는답답할때그녀가자주읊조리는시입니다.

하얀포말이그녀의마음을대변해주는것같습니다.

그녀는최근참으로외롭다는생각을많이했습니다.

식사때에도밥그릇을식탁에올려놓자마자남편은몇끼굶은사람처럼혼자급하게먹어치웁니다,

남편이급하게다먹어치운밥상에앉아혼자꾸역꾸역밥을밀어넣으면서그녀는외로움을느낍니다.

대화를시작하면남편은"아니야.당신은틀렸어."

채들어보지도않고그녀의의견을묵살합니다.

그녀는남편과함께많은곳을여행했지만언제나여행지에서는더더욱외로웠습니다.

한군데미치면아무것도눈에보이는것이없이한곳에만집중하는남편은

사진을찍는데집중하느라고그녀는안중에도없습니다.

게다가많이걸어피곤에지친날은벌컥벌컥남들앞에서화도잘냅니다.

사진을찍을일이없는밤중에는낮동안찍은사진을정리한다거나너무피곤하여자거나해버리기때문에

낮동안도,한적한밤에도그녀는여행기나정리하며혼자시간을보내야했습니다.

일행들이친한사람들이라면밤시간에다른프로그램으로긴대화의시간을마련하기도하겠지만

이번여행은처음만난분들이고그들보다는더어르신들이라일찍방에들어가주무셔야만

다음일정을소화시킬수있는분들이니,밤문화를즐길수있는분위기는아니었습니다.

여행을떠날때그녀는작은아들이7년만에낳은손녀를돌보고있었습니다.

남편의고집으로그린란드여행을감행하게되어,맞벌이를해야하는작은아들은

갑자기아이를맡길곳을찾느라안절부절이었습니다.

그것이힘들어부모가약한달이나여행하는일을많이도섭섭해했습니다.

사람의일생이란다거기서거기라는생각을하며그녀는이번에는좀다르게여행을해보고싶었습니다.

자유롭게,남편에게구애받지않고시간을즐기리라야무진다짐을한것입니다.

마침매일매일짐을분주하게싸지않아도되는크루즈여행인데다가

집중해야할또하나의일이남편에게생긴걸다행으로여겼습니다.

남편은남해바닷가에다평생마지막이라고할만한집을지을거라고기염을토하며설계도를준비중이었습니다.여행이끝나면그일도마무리해서집짓는일을감행할것이기떄문입니다.

남편에게두가지의집중할일이생겼으니그녀는많은자유를얻을수있을것이틀림없습니다.

그녀는’메디슨카운티다리’의한장면을생각합니다.

교사라는직업에보람을느끼지만남편의반대로교사직을포기해야했던여인은

이탈리아가곡을듣고있으면팝송으로바꾸는딸과

요란한소리를내며문을여닫는남편과아들,

그리고식탁에서의긴침묵에숨이막히는하루하루를보냅니다.

어느날,시계의초침소리까지들릴것같은

조용한매디슨카운티의시골동네로연결되는구불구불한산길에

초록색픽업한대가아지랑이같은먼지를일으키며달려와서멈추어섭니다.

자신의집,문앞에서있던예이츠의시를좋아하는감성적인프란체스카는

조금전에남편과두남매를축제에떠나보내고

먼지를일으키며다가오는픽업을바라보고있었지요.

초록색픽업을타고온남자는그녀에게

이근처에지붕이있는다리를아느냐고묻습니다.

그렇게프란체스카의나흘간의사랑은시작되었더랬습니다.

아무도몰래.죽어서야그녀의아들과딸은어머니의일기장에서

그들의사랑을발견합니다.

9층라도그릴에서왼쪽건너편에앉아가끔씩아득한얼굴로그녀를바라보는

키큰남자가영화속의주인공처럼멋있거나매력적이지는천만아니었습니다만,

동반자없이혼자왔다는사실이그녀의호기심을끌기에충분하였습니다.

게다가그는식당에서나귀항지관광에서나,9층그릴에서나데크를걷고있을때,

언제나타났는지그림자처럼그녀의한발쯤뒤쪽에서그녀를지켜보고있다는것을

그녀는느꼈기때문입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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