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키 큰 남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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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그런말을설마그녀에게할리는없겠지만언제그와자리를함께해볼일이라고혼자마음먹습니다.

그리고그후로그녀는자주그의모습을주변에서찾기시작합니다.

며칠을두고생각해도키큰남자가왜대극장까지와서그녀의모습을지켜보고있었는지,

혹시라도그가그녀에게그와비슷한말을하려고벼르고있는거나아닌지아득하게알수가없었습니다.

그러면서다시그린란드의최남단카코르토크에배가닿았고,

그날낮카코르톡시내도그날밤나르삭작은마을도버스로관광을하지않고

보트를타고나가걸어다녔기때문에일행들과함께다니느라고그남자를만날기회가없었습니다.

아침식사때그를잠깐만나기는했지만,그녀의등뒤자리에혼자앉아

배에서나오는그날의일정이세세하게적힌신문을읽으며

접시하나에몇가지야채를조금담아놓고오래오래먹고는그녀의식사가다끝나기도전에

커피한잔을마시고먼저나가버리거나바다를바라보며혼자멍하니생각에잠겨있기가일쑤였습니다.

그는혼자와서밥먹기가나쁜지절대로정찬식당에와서식사를하지않습니다.

그래도매일저녁식사만큼은정찬식당에서저녁을먹는그녀가,

행여나어느구석자리에라도키큰남자가와있지나않을까

정찬식당의모든자리를휙둘러보는버릇이생겼습니다.

나르삭마을에다녀온날밤엔밤한시에배가떠났습니다.

사진을찍느라고작은보트를일행들과함께타고오지못하고

가장늦은보트를타고들어온남편과함께그녀는9층데크에서배가떠나는모습을지켜보고있었습니다.

밤바다는고즈넉하게호수처럼고요합니다.모든우주의소리를다품고있는듯.

그래서적막함이더깊게느껴집니다.

밤바다의바람이춥게느껴질무렵그녀는도서관으로들어가자고했습니다.

라도그릴의4분의1만한도서관은아늑하고따뜻했고탁자랑소파가편안했습니다.

밤깊은시간이라그곳에도그릴에도사람은아무도없었습니다.

한참을소파에앉아한번씩희끗희끗지나가는빙산의조각들을바라보며

아이들의이야기와남해에지을집에대한이야기,지난여행지에서의일들을이야기하고있는데

도서관앞데크에놓인의자에종업원두사람이나타났습니다.

종업원의제복인하얀옷원피스를입은여자와하얀와이셔쓰를입은남자한쌍이

사랑을속삭이러나온것입니다.

그들은설마그깊은밤에누가도서관에앉아있겠냐는듯,아무거리낌도없이

너무나강열한몸짓으로찰싹달라붙어앉아서길고도진한키쓰를나누고있었습니다.

그녀와남편은도서관에서나갈수도없고인기척을낼수도없어서그대로앉아

그러브스토리영화장면같은모습을숨죽여즐기기로했습니다.

오랜시간그런모습으로붙어앉아사랑을나누던그들이조금떨어져앉으며서로거리를둡니다.

남자가무슨이야기를하려는데다시여자가자기입술로남자의입을막아버립니다.

남자는무슨할이야기가있는모양으로여자의머리를살며시두손으로감싸며다시떼어냅니다.

그러다가옆으로고개를돌리려다가그들부부와눈이마주칩니다.그

들은화들짝놀라서정신을차리고깜짝놀란몸짓을하고는

그들의시선이닿지않는곳으로피해달아나버렸습니다.

"젊은이들이라다르군.긴항해기간을저렇게라도사랑을나누어야할거야.

이깊은밤중이아니면언제그럴시간이있겠어?도대체몇쌍이나되는종업원들이저러고있을까?"

영화타이타닉의한장면이생각난다며좀싱거운이야기를남편이했습니다..

타이타닉호가침몰한사실의이야기에얹힌지어낸러브스토리가사람들의가슴이많이남아

크루즈여행을할때면공연히그이야기의한장면을떠올리게되니

영화나소설이사람들에게미치는영향이얼마만큼인지알만합니다.

갑자기그녀는이렇게깊은밤엔키큰남자는혼자어디에서무얼할까궁금했습니다.

설마혼자서밤내내방에서만있지는않겠지?

공연히혼자키큰남자의생각에빠져있는자신을보고는스스로놀랍니다.

그리고그다음단계로나아가는그녀의생각을걷잡을수없습니다.

"밤에나오니이런진한영화도보게되는군"

남편은도서관에서일어나며이제밤이깊었으니방으로들어가자자고합니다.

지붕이있는메디슨카운티의다리에,좋아하는예이츠의시를쓴

초대편지를꽂아놓으며처음본네셔널지오그래픽사진가를

저녁식사에초대했던프란체스카

를생각하던그녀는

작은한숨을내쉬며남편을따라방으로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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