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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삭수와크에서는작은빙산의조각들이무수히흩어져있는코르크피요르드를
이누잇사람의배를타고구경을했습니다.
그날키큰남자는많이피곤해보였어요.
일행중작은형님은오전내내투어를하면어디에서나졸기만했습니다.
키큰남자는아마도매우휴머니스터이거나남의간섭을좋아하는사람인가봅니다.
계속현주씨에게
"저분많이아픈것같아.가만두어도괜찮니?"
현주씨는그가걱정을하는것이신경이씌어서계속작은언니에게괜찮으냐고물었습니다.
사실우리는이번여정내내졸기만하는작은형님을걱정했는데그분의부인인작은언니는
"그분이드시는건강식품이있는데그음식은오전내내졸리게한대."
하면서걱정을하나도안하고참으로씩씩하게참새방앗간이라는가게들만찾아다니는것이었어요.
그럴때마다키큰남자는우리를바라보며매우우려스러운눈짓을보내곤했습니다.
그피요르드의이누잇보트에서는키큰남자도나올때는담요를뒤집어쓰고의자에앉아있거나
아니면지붕이있는곳구석자리에앉아병든닭처럼눈을감고앉아있기만했습니다.
그녀가보기엔키큰남자가더걱정스러워보이는데도그는남의걱정을하고있었습니다.
"얘,현주야,저형님하고키큰남자뜨거운커피나한잔타다드리려므나."
현주는웃으면서그러마고했습니다.
"저예술가선생님이이뜨거운커피드리랬어요.추워보이신다고…"
그는위층갑판에서놀고있는그녀를바라보며가볍게고개를숙이고는
커피를받아천천히마셨습니다.
작은형님에게는호주머니에있는공진단한알을갖다드리게했습니다.
4대째한약국집딸인그녀는여행갈때는늘여러사람에게
대대로내려오는집안의비방으로만든비상약들을챙겨갔습니다.
특히고산증에시달리는사람들에겐그녀가가져간약이제일잘듣는특효약이었습니다.
그린란드의서울누크에서도디스코베이에서도그는얼굴을나타내지않았습니다.
고래를보느라고먼바다로나갔을때,이누잇사람의보트속에서성게를먹을때,
로마에산다는안드레이에게고래그림을그려줄때도그녀는
키큰남자가자기를바라보고있었던뒤를자주돌아보았지만그는그곳에없었습니다.
얼마나허전하고궁금했는지모릅니다.
궁금하다못해애가바작바작탔습니다.
혼자여행온사람이옆에아무도없이아프면어떡하나?
‘피곤해보이더니많이아픈건가?’
그렇게생각하니그가정말아픈것같습니다.
그녀의마음을꿰뚫어보는듯이현주씨는
"선생님,키큰아저씨,요며칠왜안보일까요?편찮으신가봐요"
"글쎄다."
아무관심이없는듯그녀는심드렁하게대답했습니다.
나르삭스와크와누크에는비행장이있습니다.
그곳에많은사람들이배에타고내리고했습니다.
약한달간은유동인구가전혀없으리라하던도이칠란드호에
다른예술가팀들이그곳에서타고내리며교체를했습니다.
또그곳을오가는그린란드사람들도..
예술가들은다른프로그램을선사하기위함이었고배에서는
연주도하지않는사람들을오래싣고다닐이유가없으니까그렇게하나봅니다.
또워낙교통수단이없는곳이니비교적가까운곳에귀항하는이지역에서는
주민들도잠깐동안이니승객으로탑승시켜주나보았습니다.
그녀는그럴때아마도키큰남자가많이아파배에서내렸을수도있겠구나생각했습니다.
갑자기병이라도나는일이있으면그렇게한다고도했으니까요.
큰언니는120일간세계일주여행에서큰병에걸려아는한국사람이없었다면
공수할수있는어떤섬에다내려놓고갈참이었다합니다.
마침유능한한국사람이한배에타서그런불이익을당하지않고플로리다까지갈수있었다고했습니다.
일루리사트의유네스코빙산의숨막히는경치를보러산으로하이킹을떠나는날이었습니다.
그는늘하듯이뒷호주머니에다다이제스트한권을찌르고나타났습니다.
얼마나반갑든지요.
그녀는큰소리로안녕,안녕하고외칠번했습니다.
키큰남자는항구에서버스를기다리며구부정히앉아서책을읽고있었습니다.
그녀는아무도모르게한숨을내쉬며일단안심을했습니다.
그들은버스를타고,그녀는사진작가남편과걸어서유네스코자연유산지역으로갔습니다.
그린란드의8월은참으로북극권답지않게무더웠습니다.
유네스코문장이서있는곳에이르자그들은서로만났습니다.
키큰남자는흰이빨을약간드러내며웃어보였습니다.그리고나뭇가지하나를그녀에게주며
"이게카약이란나무래요.그린란드나무!향기가나요."
제일처음그가그녀에게직접한말입니다.
우산을찾아줄때말고….
그녀는아무말도못하고그나무를받아서코에댔습니다.은은한향기가났습니다.
그녀는어쩌면이향기가키큰남자의것인지도모른다는생각을했습니다.
사진을찍는다고배의비디오카메라작가와높은곳으로가버린남편은
아주오랜동안시야에서사라졌습니다.
키큰남자는아쿠아렐리에서날파리를쫓아주듯이습한그곳의극성스런모기떼를쫓아주며
그녀의주변을맴돌았습니다.
그리고위험한언덕을오를때는손을내밀어쉽게언덕을올라갈수있게도와주기도했습니다.
키큰남자의손은따뜻했고,약간땀에젖어있는듯했습니다.
언덕에앉아쉴때에그는가이드옆에앉아그가타주는커피를두잔받아서
한잔은자기가마시고한잔은그녀를향해내밀었습니다.
그녀는가방에서사과와오렌지를꺼내어작은손칼로잘라나누어주었습니다.
비디오작가가산에서내려와가까이앉으며
"당신의남편은저산에서아직사진을찍고있으니걱정마셔요."
다른남자와앉아서커피를마셔도아직걱정없다는말인지
그녀가남편이안보여서걱정할까하는소린지는알수없었지만….
키큰남자는표정없이그냥싱긋웃어보이며사과를우적우적깨물었습니다.
그리고그녀가손녀에게줄노트에붙일꽃을따고있을때에그는구부정한허리를더욱깊숙이구부려
보랏빛작은꽃을따주기도했습니다.
그날저녁모처럼노을빛이참으로아름다웠습니다.
7층에서트럼펫소리가요란했습니다.
가장높이올라갔다가반환점에서내려가는파티를한다고밤공기가찬데도흰옷들을입고나왔습니다.
스페인팜플로냐소몰이축제에갔을때처럼붉은머플러에은색줄이세로로가있는
하얀민소매드레스를입고자켓을걸치고갑판에서있었습니다.
현주가와서6층카페로잠깐만가야한다고손을이끕니다.
남편은모처럼의빛좋은노을에도취하여어디있는지보이지도않습니다.
"왜?무슨일이야?"
"대극장옆카페있잖아요?거기서칵텔한잔마시자고선생님을초대했어요."
"누가?"
"키큰남자가요."
"싫어,얘.너나가서마셔."
"저랑같이오랬어요."
저녁도먹었겠다,해는지지도않고붉은빛만오래오래토해내고있는망망한하늘을바라보면서
그녀는술취한듯그카페로현주씨를따라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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