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키큰 남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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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그리러다니면서늘저자리에앉아라이브로연주하는저음악들을감상하고싶다고생각하던

그구석진자리에키큰남자가미리앉아있었습니다.

기왕거기까지이끌려간것이니그녀는키큰남자가왜100번이나크루즈를했는지

그것이많이궁금했는데궁금증을풀기회라고생각했습니다.

그리고조금쓸쓸해보이는그의분위기가안쓰럽기도했습니다.

무엇보다도한며칠왜눈에뜨이질않았는지아팠었는지,아니면무슨이유라도있었던건지

물어볼참이었습니다.

웨이터가메뉴판을들고그들앞에다펼쳐놓고가버렸습니다.

그녀는속으로불안했습니다.

미국서아들이레스트랑을경영할때바텐더가한참동안구해지지않아서

그들부부스스로칵테일공부를하는것을곁눈질한적이있었는데

그때자상한아들은그녀에게강의까지해가면서칵테일이름외우기에골몰했던적이있어서

색깔이나이름이특이한것을들어둔경험은있었습니다.

<*핑크레이디:1912년런던에서「핑크레이디」라는드라마가상연되어마지막상연이

끝나고개최한파티석상에서주연을맡은헤이즐돈양에게바친칵테일로서

색상이아름다워여성들로부터대단한사랑을받아온붉은색칵테일.그건계란흰자냄새가역겨워.

*섹스온더비취SexontheBeach:해변의정사라고?이름이너무야해.

그런데부드러운단맛이난대잖아.영화’칵테일’로많이알려져있는붉은색.

더운여름철에갈증해소에좋다지.

*키스오브화이어:1952년제5회일본의올재팬드링크쇼콩쿠르에서1위로입상한

칵테일인데보드카와슬로우진과,드라이버무스와레몬주스약간을직접넣어레몬조각을올려꾸미지.

무슨칵테일의이름들은전부야한것밖에없어?

*블루마가리타:’마가리타’는스페인어로서영어의’마가렛’과같은뜻.1949년로스앤젤레스에있는레스토랑의바텐더가만들어그해미국칵테일콩쿠르에서입선한칵테일인데

1926년멕시코의두남녀가사냥을하러갔는데마가리타는유탄에맞아죽었는데그죽은여인에게바쳐진비련의바텐더가만든칵테일이래지..

*마티니(Martini):이칵테일은주재료인베르뭇(vermouth)을생산하는이탈리아회사의이름을이용한것으로서

세계적으로유명한칵테일이되었지.드라이베르뭇을생산하던회사이름이바로’마티니’

*맨하탄(Manhattan):영국의수상이었던처칠의어머니제니젤롬여사가만들어낸것으로알려져있는데,

미국인이었던그녀가1876년자신이지지하는대통령후보를위해맨하탄클럽에서파티를열어

이칵테일을초대객들에게대접한데서시작되었다지.

또는인디안알콘퀀족말로’고주망태’또는’주정뱅이’라는뜻을가지고있다는데그들에게술을많이먹여

맨하탄땅을뺏은행위를비아냥거린거라고도.

맨하탄시가메트로폴리탄으로승격된것을축하하는뜻으로1890년맨하탄의한바에서만들어졌다는얘기가있지.

아무튼맨하탄이여성용으로’칵테일의여왕’이라면마티니는남성용으로칵테일의왕’이라고도하지아마>

빠르게머리를굴리고있는데키큰남자가무얼하시겠냐고물으며메뉴판을그녀있는쪽으로

조심스레밀어주었습니다.

현주씨는내손을잡으며귀엣말로

"선생님뭐하시겠어요?저수많은칵테일이름중무슨맛인지어찌알고시키겠냐구요,"

현주씨는질려있었습니다.

그녀는침착하고조용한목소리로가만히말했어요.

"넌파란색이뭐냐고물어봐.그걸시키자.

난빨강을시킬게.

키큰남자가뭘시키는지보자.

우리어차피분위기를즐기려왔잖아."

그녀는키득키득웃으며키큰남자에게"나는파랑색,선생님은빨강색."

하고말했습니다.

그는입가에장난스런미소를흘리면서

"불루마가렛,앤드섹스온더비취?"

말했습니다.

그녀가

"오노!불루마가렛은슬프고섹스온더비취는이름이불결해서싫어요."

맛도,술의도수를알지도못하고칵테일전문가도아닌사람둘이서칵테일이름만으로아직마시지도않은

술이름으로얼굴이붉어졌다볼이화끈거렸다해가며

독일인웨이터에게정찬식당에서밥을시킬때처럼몇번을바꾸는것이

얼마나부끄럽고황당했는지…

키큰남자는술이름일뿐인데…그러면서오래동안기다리고있다가현주씨에게는파랑색으로하와이안블루를시켰고,그녀에게는빨강색으로키쓰오버화이어를설명까지해가며시켜주고는

자기는마티니한잔을시켰습니다.

한바탕전쟁을치룬듯그녀의얼굴은칵테일한잔의주문만으로이미활활타는듯이열이올랐습니다.

바텐더는열심히찰랑거리며술을만들었고요술을부리듯그의손에서빨갛고파란술이만들어져나왔습니다.

독일사람들은너무나검소해서자기돈을주고카페에앉아시간을낭비하는일이별로없으니

아무도없는바에서도시간이되면자기들끼리만이라도그자리에서

음악을연주하던바이올린과첼로를든연주자들은하얀와이셔쓰에검정나비넥타이를매고

네명이라도관객이있어서조금은분위기에젖어있는듯한표정으로

차이코프스키의현을위한세레나데를연주하고있었습니다.

가벼운왈츠곡인제2악장이끝나고슬픔에젖은차이코프스키특유의제3악장엘레지로

막흘러가고있을때,그녀는갑자기생각난듯칵테일잔을앞에놓고성호경을그었습니다.

키큰남자는기다렸다가

"가톨릭이시군요."

라고웃으며말했습니다.

그녀는

"네"

키큰남자는크루즈로일본가고시마에내렸을때프란치스코하비에르성당엘간적이있다고말했습니다.

그길로한국에도들렸는데인천에서서울까지는오지않더라는겁니다.

그녀도작년에그곳에성지순례를갔었다고했습니다.

그리고이브스키의모래무덤이야기를했습니다.죽을때땅에묻히는것같은느낌이었다고

현주씨의도움을받아가며이야기했더니

그는자기도이브스키에가서그바닷가온천을보긴보았다고,자기는모래에묻히지는않았다고합니다.

그런이야기를주고받는데파란색칵테일을홀짝거리며마시던현주씨가

"선생님전그만일어나야해요.내일아침신문을아직못만들었어요."

다음날도귀항지관광이종일있는날이므로무슨일이있어도신문을만들어야하는현주씨는

밤이면마음이공연히급했습니다.

초저녁에잠깐자두어야신문을만들어서방으로배달하기때문입니다.

아직그녀의술잔에는키쓰오버화이어가빨갛게불타고있었습니다.

"나도갈래."

화들짝놀래며현주씨가키큰남자에게자기는볼일이남아있어서가야한다고,

선생님과말씀을나누다가시라고했습니다.

영어에서투른그녀는좀어색했지만어차피키큰남자는현주씨에게만수다를떨었고

그녀에게는말도잘하지않았기때문에가능한가만히음악만들어야겠다고마음먹습니다.

몇곡의음악이연주되고그리고그들은조금지친듯한표정을짓더니

구노의아베마리아를마지막으로연주자들은악기를챙겨서카페를나가버립니다.

그큰공간안에바텐더와손님으로는둘만이남았다는어색한기운이마구그녀를누르고있습니다.

조금달콤하기도씁쓸하기도한칵테일의맛을음미하며조금씩마셔이제붉은색이잔아래에깔렸습니다.

그녀는그잔을두손으로싸고앉아무슨말을할까고민하고있었습니다.

이윽고그가입을열어

"당신이9층그릴에서종이손수건에빨간색물들이는걸계속지켜보았어요.

많은사람에게주면서왜나는안주나요?당신과춤을추는사람들도나누어주었잖아요?"

그녀는

"당신도그런걸원해요?그하잘것없는것을?"

"그건핸드메이드이니까당연히귀한것이지요.거기다당신나라국기까지그렸지않소?

당신의마음도담아서,당신의시도거기에쓰지않았소?"

그는그손수건안에그린내용까지다보고있었던거였습니다.

그녀는원한다면그려주마고약속했습니다.

그는마티니한잔을더시켰고,계속그녀의눈을그윽히응시하면서조용조용이야기했습니다.

크루즈를많이했지만이배에탄독일사람들이마음에안든다는것,

그린란드는물가가너무비싼나라라는것,그건그럴수밖에없지만,

미국산쇠고기는믿을수없다는것.

그러다가갑자기그가며칠동안왜안보였는지를묻지못한사실을깨달았습니다.

"왜작은보트를타지않았나요?다른배를탄거예요?"

그는얼굴에잔뜩웃음을드리우고

"나를기다렸나요?정말내가없는걸알고나있었나요?나를찾았나요?"

느릿느릿하던그의말투가갑자기빨라지며말을쏟아내었습니다.

그녀가영어에서툴다는걸아는그는되도록한마디의단어로알기쉽게소리쳤습니다.

그리곤감기가심하게들었었다고합니다.

그는8층스위트룸을혼자서쓰고있다고했습니다.

그는자기가귀항지관광을못해도아무도자기를기다리는사람이없다는사실이너무슬펐다고합니다.

"나는당신의모든것을궁금해했는데…그래서당신에대한것을현주씨에게물어봤는데..

매일매일만날때마다물어봤는데…"

그녀는갑자기메디슨카운티의다리남자주인공로버트킨케이드가프란체스카에게보낸

편지의한구절이생각났습니다.

안개내린아침이나해가북서쪽으로이울어지는오후에는,

당신이인생에서어디쯤와있을지,

내가당신을생각하는순간에당신은무슨일을하고있을지생각하려고애쓴다오

뭐,복잡할건없지.당신네마당에있거나,현관의그네에앉아있거나,

아니면부엌의싱크대옆에서있겠지.그렇지않소?

현주씨에게물어보았으니날더러어쩌란말이야.

그가그렇게말했다고해서이상한생각으로까지비약해서생각하는자신이

어쩐지키큰남자앞에서옷을벗겨버린듯한낭패한기분이들어어쩔줄몰라하는데

카메라를든그녀의남편이카페의복도를구부정한모습으로옆도돌아보지않고

황황히지나가는것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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