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밤 초록 이야기 21 프린스 크리스찬 사운드
BY cheonhabubu ON 10. 9, 2009
2009년8월8일비오고흐림
프린스크리스찬사운드항해
올라갈때들렀던나르삭부근이다.
율리네아호브(Julianehab)고래들이산다는피요르드도지나고
프린스크리스챤사운드PrinceChristianSound)에서오후2시까지머물예정이다.
드라마틱한산이아주가까이서드러나보이고유빙이둥둥떠서
배모양이거나사람모양이거나각도에따라다른모습이푸르고하얗에물위에떠있다.
바람이너무나강하게분다
엊저녁에멀미가나서아무것도하지않고그냥잤다.
늦잠을자서뭐가뭔지하루일정을정리하는것도잘안된다.
그린란드에서마지막이라고엽서를아침8시까지부치라는내용도
신문을읽지않아모르고지나갔다.
신문을읽지않은건나였는데,공연히아침식당에서현주씨만야단을쳤다.
왜진작에말하지않고8시넘어서야말을하느냐고.
그래서엽서를부칠수도없지않았느냐고….
무언가내안의내게뒤틀리고있었던걸애매한현주씨에게들이댔다.
남편은딸같은아이에게자기가읽지않아놓고야단한다고나를나무랐다.
그런데다가두언니들에게도많이신경이쓰였었다.
그들은바다가보이는방에서살고,
그리고방에날마나뜨거운물을가져오게해서방에서차를마신다.
7층가게에서물건을사는일도,바꾸는일도계산을하는일도
늘현주씨와함께하는데나는현주씨를따로심부름시킨일이없다.
그런일쯤이야내가다할수있으니까…
공연히속이뒤집어져서한바탕해대고났더니현주씨는울먹거렸다.
화가조금풀리니너무미안했다.
나름잘하느라고신경쓰고있는아가씨를울렸기때문에너무나찜찜했다.
이렇게있는대로속을다들어내보이는일은지양해야하는데
좋은아가씨인줄알면서내자신의속에내재한열등의식이발동을했었나보다.
내게그런것이없는줄알았는데,참으로내가생각해도이상한일이었다.
현주씨를가만히껴안아주며등을토닥거렸다.
하염없는눈물이쏟아져내렸다.
그녀도눈물을흘리며
"선생님저정말정말선생님을사랑해요."
내가뒤플려내가내안에서한말들은
‘그들은돈이많아좋은방을쓰고있다.
그들은그러니일하는사람을부리는일에당당하다.
왜나는같은돈을주고여행을하는데
(이제사안사실인데큰방을쓰거나작은방을쓰거나팁도꼭같다는데)
난내딸같은현주씨에게내가할수있는일은모두내가다하려고노력해왔는데,
물한주전자도내가들고가고싶었지만그녀가부끄러워할까봐
목이아파서뜨거운물한주전자시키는일도눈치를보아야하는가?’
그런것다내안에있는열등의식이문제인것을그녀에게폭발을해버린것이다.
내가목이아파뜨거운물한주전자시킨일도너왜잊었었냐고…
답답한방때문에나는자주두통을앓는다.
그걸남편에게현주에게도아무에게도말을할수가없다.
그냥슬플뿐이었다.
그것이이루어지면또다른불평이,또다른슬픈일이있겠지.
말사면종사고싶은사람의욕심…
옛날스페인여행에서그가이드가하는말이생각난다.
이런데까지오는좋은복을가지고도무슨더큰복을원해서복권을사려하느냐고.
회장이그곳현지복권을장난삼아사려는걸보고한말이다.
맞다지금내가그짝이다.
여기까지가웬말이란말이냐?이그린란드가..
아침에엽서때문에난리를피우고고추장에밥을비벼먹고방으로들어갔다.
빨리그린란드에서온내편지를내가받아보고싶어서
어떻든엽서를써야만해서내가나에게쓴편지로시한편을썼지
얼음같은꿈
여기까지떠왔어
지구의북쪽끝
그린란드라고
이제더이상꿈을말하지않겠어
이세상에
더큰무엇이있을거라고……
얼음덩이였어
모두가다
녹으면그만인…
그걸붙들고
꿈이라고말했었나
나이테한금도남기지않고
티끌도아픔도다녹이고삭혀
거대한한덩이의투명한보석이되어
불속에서건져내는도통한이의죽음에서나오는
해맑은사리같은…..
난그건줄알았어
그런데그건허상이었어
흔적도없이사라지는
신기루
내게꿈이있었다면다만
이렇게도투명한실체.
그러나숨막힐듯차가운허상
카운터로가지고가니엽서를부칠수있다고,
항구에닿을때까지시간이남았단다.
그런데예림이랑친구들에게는그난리를피웠기때문에
양심의가책으로엽서를부칠수가없었어.
그냥글만써서엽서를가져가서전하기로한거지.
참으로한심하게도조금만참고가서엽서를부치면되었는걸.
내가그얄궂은행위를하고나서
데크로나오니배타고처음으로무지개가선연히서있더군.
도이칠란드호에서무지개를보는건처음이었어.
그리고말이다.
호주에서밀포드사운드로구경갔을때,
크루즈선상에서보던경치랑참으로많이닮은경치였어.
다만크리스마스에간그곳에선
반팔반바지입은산타할아버지가
수상스키를멋지게타고있었지.
그곳이그때가여름이니까…
굽이굽이가는폭포가아슬아슬계곡으로타내리는모습이말이야.
프린스크리스찬사운드나밀포드사운드나
사운드가붙은곳은다이런폭포가흘러내리는
깎아지른절벽의경치인가?
빛이스러질때까지벼랑끝에서하얗게떨어져내리는폭포와
실같은눈길과
옅은초록이끼같은바위에달라붙어있는여린생명을보며
내마음을달래고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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