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만남으로 자란다

어디에서나참으로다양한사람들을만나게된다.

여행지에서는낯선지역의사람들과말은통하지않지만

그어떤비언어적인행위로도교감을할수있었던것은기쁨이었다.

크루즈여행에서설레는일은배를항구에대고그마을을구경하는일이었다.

알라스카의아주작은마을을구경하는데

그사람들의생활이담긴전통마을을구경하면서

야생의털가죽을이어만든옷마저도가장자리에는아기자기한수를놓아

멋을부린의상이아름다웠다.

"와!"하는감탄사한마디로각나라사람들이모두함께그아름다움에공감한다.

단지웃음하나만으로도소통을경험하는기쁨.

같은언어로말하는우리나라사람들끼리,심지어가족들끼리도우리는흔히

"말이안통한다."

라는말로내의견과맞지않은의견에쉽게단절해버리는예를흔히본다.

소통의벽이우리앞에있을때우리는너무나답답해진다.

그럼에도우리는시시때때로많은사람들을만나고교감하고새로운소통을시도하곤한다.

"사람은만남으로자란다."

성천아카데미에서스승성천류달영선생님은늘위의말을버릇처럼하셨다.

그만남이란비단’사람’이란실체만이아니라책을통하는간접경험만이라도가능한것이다.

책이거나사람이거나사람은어떤계기로나의삶의궤적에서는절대로맞이할수없는

새로운경험을쌓고그환경에접해보는건내삶의폭이그만큼넓어질수있는것아니겠는가!

만남으로의성장.

나의긴투병생활에도그런기회가왔었다.

경상대학병원에입원을하게되었다.

교통사고를당한후3개월을넘기고대상포진,그리고계속되는아픔…

입원하자는걸우기고있다가

잠을잘수없는고통끝에도저히더는참을수없어서선택한입원이었다.

일주일넘게입원한경험은내일생에5번이었다.

과외선생을할때과로하여골반염을일으켜약20일을입원했었고,

c형간염이라고한열흘입원하기도했고

지난해에쓸개를절단하는수술을하면서한2주입원을했었다.

그리고작년11월교통사고로한열흘입원한일

모두혼자만있는독실이거나2인실이라도사람이들어오지않아

다른환자를만날기회가여태는없었다.

그런데이번엔여자환자가입원한병동의4인실로입원을해서색다른병실의풍경에접했다.

콩밭이안좋아수술해야하는거제도에서오신일흔을넘기신분,

그분은아들만넷을낳아막내는미국서산다고했다.

둘째아들이첫날함께왔었는데그아들이가장걱정이라했다.

큰아들은아버지의땅에가게를내어큰식당을운영하는데

거제도에서진주병원까지매일어머니에게병문안을오는착한아들이었다.

8순인데도아직운전을하시는할아버지가더러찾아오시기도했었다.

아무도깨어있지않는밤중에,할머니의"후유-"하는큰한숨소리가

간간히들려오곤했었다.

18살까지키운장애가있던아들을가슴에묻었다한다.

같은거제에사는데도할머니입원하고할아버지혼자있는데

두며느리중아무도할아버지식사한끼를챙기지않는다하며

아들만낳은죄라개탄하셨다.

여동생한분이밤내잠들지못하고아파하는언니를위해

하룻밤을같이자며온몸을맛사지해주었었다.

내가퇴원하는날거제에서오시는할아버지에게석창포뿌리를캐어오게하셔서

"푹다려서그물로발에뜸질을해봐요.마시기도하구요."

하시던조용하고사려깊은분이셨다.

심장에기계를달아야호흡이가능하다는고로쇠물을파는지리산자락의할머니,

그녀에게는딸하나가진주에서산다했다.

딸,손녀,손자가번갈아할머니의병상을지켰다.

고추,상치,배추등,싱싱한쌈거리를맛있는막장과가져와함께입원한

사람들에게나누어주기도했다.

할머니는고로쇠물을팔아야한다면서빨리퇴원하기를기다렸다.

제철장사라일년중가장바쁜때라하는데병원에서퇴원이안된다고말하자

금방포기하는명쾌한할머니였다.

그분은남은재산을다팔아자녀들에게이미다나누었다한다.

연금이얼마간나오기때문에그들부부는그돈으로만살아도되기에살았을때

복잡하지않으려고정리를이미다해두었다한다.

당뇨수치가690이라는심장병환자.-그녀는지리산할머니와같은병으로시술을하러왔다가

당뇨수치가너무높아수술을하지못하고하루에인슈린4대씩을맞으며기다려야했다.

당뇨가얼마나무서운병인지모르고동네병원에서약을몇년간먹으면서도

음식가리지않고감기약먹으면낫게되듯이그냥약먹으면서당뇨수치도안재고

그냥술마시고담배피우고할짓다하며살았노라했다.

병실에서가장나이가어렸는데도

"할매,니는오대가그리아프노?"

"피도잘못빼는기병원에는와있노?니한테는피안뽑을란다."

아무에게나마구말을해라체로하는사람이었다.

음식을참지못하여인슈린을맞아도당뇨수치가내려갈생각을않는데

무엇이먹고싶으면커텐을가리고먹어서우리가자주말렸다.

남편보다3살위인그녀는매일병실을찾는남편에게도

친구에게대하듯니가,니가..하며마구퍼부었다.

그녀가사진을찍으러나간후,남편이

"성질이나면안하무인이니혹시무슨일이있더라도참아주셔요.아무도못말려요."

그렇게주의를주었지만그럴일은없었다.

인정도있고무엇보다도다리가아파걷지못하는내식판을덜렁덜렁들어내어주던

부지런한여인이었음을기억한다.

그렇게우연히만난3사람들은함께앉아서자기의삶을이야기했다.

나는그냥그들의이야기를들어주기만하면되었다.

맨끝방이었는데식판을나르던분들이

"이방의분위기는늘따뜻하고재미있군요."그러면서좀더머무르다나가곤했다.

3사람이가는데반드시나의스승이있게마련이다라는논어의구절은진리였다.

그분들을통해내가무얼놓치고살았으며,앞으로내가더생각하며살아야할일이무엇인가?

자주나를돌아보게했다.

집짓는데정신이없는남편,감기로계속아픈아들도병실을찾지못했고

여동생도딸도없는,복없는사람이아픈게무에자랑이라고

아픈게남에게민폐라생각해아무에게도알리지않은탓에

근2주일의입원기간에도내겐근처에사는두어명의친구외엔찾는사람이없었다.

정월대보름날,병실에서도오곡밥을먹고싶은환우들에게

부산사는재치있는어릴적친구가고맙게도오곡밥을해와서나누어주어서

얻어먹기만한체면치례는할수있었다.

죽지않고살아있는한,누구를만나시간때우기라도했다면

반드시우리는그무엇인가를배우고영혼을성장시킬수있다.

내수첩엔또세사람의이름과주소,전화번호가올라있다.

다리가성해지는날,

거제도에도지리산자락에도가면인사를나눌그누군가가있다.

아플때만났던사람들은더애틋한정을나눈이웃들이니…

옷깃만스쳐도인연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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