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키 큰 남자 8

남편은날씨탓으로아직도마음에드는저녁노을사진을찍지못했습니다.

그러니이절호의기회를놓칠까닭이없을겁니다.

키큰남자는복도건너편바다를바라보다가그녀의남편이지나가는것을보았습니다.

"당신남편이지나가는데요?"

조금불안해진음성으로그가말했습니다.

"네,더높은곳으로가서어두워질때까지사진을찍을거예요."

그녀는조금불만섞인음성으로말했습니다.

아직도저녁노을은선명하게붉은색을하고하늘에머물러있습니다.

하늘가득구름이만드는저녁노을의무늬는기가막힐만큼아름다웠습니다.

구름은점점모습을바꾸면서하늘에무늬를그리고있었습니다.

남편은사진기의작은프레임에들어온그세계에늘도취되곤합니다.

사진을찍고는그사진에스스로도취되어밤내내그사진들을들여다봅니다.

아마도카메라의샷터를누른수로따진다면국내외사진가를막론하고그가제일많을겁니다.

아니슬라이든필름을소모한수가더많다고해야할지…

슬라이드를만들필름을이번에도몇롤을가져왔는지모릅니다.

가방하나는늘필름으로가득차게준비하는것이남편의여행에필수항목입니다.

그래서그들부부의여행가방은늘무게에신경을써야됩니다.

디지털사진기가보편화되고부터는사진기가하나더늘었을뿐,

그의슬라이드필름을준비하는것은하나도가벼워지지않았습니다.

그녀는그런일에늘질려있었습니다.

어떤여행지에서건남편은일행들에게도사진때문에남을한두번씩불안에떨게만들거나

제시간을지키지못해가이드를울리곤합니다.

중국의물빛아름다운구채구에갔을때에도,그리스의하늘궁전메테오라에서도,

멕시코시티의태양의신전에서도그는혼자남아택시를타고애타하는일행이있는곳으로올정도였습니다.

페루의마츄픽츄에서는혼자높은곳에서사진을찍다가땅벌에쏘여죽을번한적도있습니다.

붉은장미의도시요르단의페트라에서는나귀를타고혼자서산꼭대기까지올라갔다가

나귀가내려올때아래로쏠리는바람에떨어져크게다칠번한적도있습니다.

덕분에함께간사람들어느누구도찍지못하는것을찍어오긴하지만,

매번그당시에는그의무모함에모두입을다물지못합니다.

이번에도그린란드작은마을나르삭수와크에서갈때,탔던보트를타지못하고

가장마지막으로배로돌아오는보트에혼자만남아타고왔습니다.

그동안현주씨는혹시나그보트도타지못할까봐얼마나가슴을졸이고출입구에서서기다렸는지…

자기걱정은하지말라면서,여행한두번했느냐고큰소리치지만

가이드들은남편의그런행위가늘불안하기만합니다.

더구나육지가아니고배를타고다니는크루즈여행에서귀항지에혼자낙오되면

정말어쩔수가없는데도그는몰두하고있을땐그런일에크게신경이쓰이지않는모양입니다.

사실80여개국을돌아다니면서여행에번번이함께가고싶지않았지만,그녀가없으면남편은

아마도다른사람들에게얼마나미움을받게될지모른다는생각으로,

절대로남편과여행을함께하지않으리라결심하고서도또함께나서게됩니다.

평생웬수인그가욕먹는것은도저히싫어서였습니다.

그리고애꿎은가이드나일행들을힘들게해서는안된다고,자기만이라도남편에게

제동을걸어야한다고생각했기때문입니다.

그렇지만남편은아내의잔소리를들으면서도한여행지에서한두번씩은사진때문에

일행들의시간을뺏기일쑤입니다.

그럴때면아내는기다리는다른일행분들에게미안하여색다른음식을준비하여나누기도하고,

그냥버리고가자고말을하기도하지만십년씩수명이단축되는것같은아득함은

누구와도나눌수가없었습니다.

그러니그날밤도모처럼의아름다운저녁노을을만났는데거의백야현상인이북극권에서

아주귀한현상앞에남편이방에들어오는시간은언제가될지알수없습니다.

무심한얼굴로멍하게앉아있는그녀에게키큰남자가느릿느릿말을합니다.

"그럼좀더오래방으로가지않아도되겠네요."

그녀는그렇게말하는키큰남자의눈을짐짓바라보았습니다.

쓸쓸하고간절한그의눈빛이그녀의눈을그윽히마주보고있습니다.

순간,현주씨가일어설때함께일어서지못한것이후회될만큼,

그와한공간에마주앉아있다는일이두려운생각이들었습니다.

이미배안은너무나고요했고,지나는사람마저아무도없어서상대방의숨소리도들릴만큼

적막함이그들주위를감돌고있었습니다.

바틴더는손님둘만남겨두고졸려서잠깐들어갔는지그들의시야에들어오지않았습니다.

<계속>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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