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키큰 남자 9
그녀는갑자기늦은밤도서관에서바라본젊은종업원들의사랑장면이떠올랐습니다.

‘좀더여기남아방으로안가면그와무얼하자는걸까?설마그젊은이들처럼무모한짓을생각지는않겠지?’

그런생각을하는것자체가스스로이상하여그녀는자기도모르게고개를절레절레흔들었습니다.

그모습을바라보던키큰남자가말을합니다.

"무슨생각을그리골똘히하시나요?"

그녀는그말에화들짝놀라며현주씨와이곳으로올때물어보리라하던것을생각해내었습니다.

"왜당신은크루즈여행을100번이나하셨어요?"

현주씨가그말을전해줄때부터그녀는그에게그걸물어보고싶었습니다.

사람들의성격이다르듯이사람들이노는패턴도다른가봅니다.

배낭여행만고집하는사람들도있고,자기들이친한사람들끼리함께가지않으면여행을못하는사람도있습니다.

패키지여행을즐기는가하면이남자처럼크루즈여행만좋아하는사람도있고잡식동물처럼그녀의남편은닥치는대로기회만있으면떠나기도합니다.

그리스신화학회에서,한림원한문학학생들과선생님들의모임에서,성천아카데미에서,실크로드학회에서,아니면유교학회에서가는학술적인여행를주로많이가는편이지만,성당의대자모임에서,엠이식구들,친구들과의친목모임에서도가자고만하면따라나섭니다.특별히가고싶은곳이있을때는신문에나오는광고를보고가는경우도있긴합니다.그런데이남자는크루즈여행만계속했다고합니다.

"한프로젝트가끝나면푹쉬어야일을계속할수있는데,여행을좋아하긴하지만귀찮은것은싫어하니까짐을쌀필요가없는이여행이좋아서입니다.박물관이없다거나별로볼것도없는곳에서는나가지않아도되고방에서도바다를바라볼수있으니까요."

"늘혼자다니시나요?"

그녀가또묻습니다.

"그런셈이지요.이번엔여자친구가함께오기로되었었는데,이배는경비가다른배보다너무비싸다고그녀는함께타지않더군요."

그녀는알아들었다는듯이고개를끄덕였습니다.

그러나

‘왜요?비용을각자가내나요?’

하고묻고싶은걸목구멍으로말을넘겼습니다.

그녀는공연히그런질문은하지말아야한다고생각했습니다.

문화가다른사람들의삶은모든것을다이해할수없는노릇인걸…

그렇지만그런삭막한문화를가진사람들을이해할수는없었습니다.

‘여자친구이지애인은아닌가보지.저나이에마누라는없나?’

그녀는그런쓰잘데없는질문으로그와시간을낭비하고싶지는않았습니다.

아내는요?아이들은요?

사람들이만나면아무필요도없는그사람의신상에대해궁금해합니다.

식구가몇인지,어디에사는지,무슨일을하는지,나이는몇인지..등등그런통속적인질문을해야만그사람과친해질수있을거라고생각을합니다.

그러나그녀는과거에그사람이무엇을했건,그사람이어떤일을하건지금현재보여지는그사람의느낌자체를알고싶고사귀고싶은부류의사람입니다.

그래서사람을보면먼저이사람의행동유형은어떤부류일까를가늠합니다.

대개의경우그유형을파악하는데걸리는시간은얼마걸리지않습니다.

행동유형이란나이나그가하는직업,그의신상에관한따위에상관없이본연적으로나타나는그의성격이되기때문입니다.그래서그녀는그가무슨일을하는지는물어보지않았습니다.

현주씨로부터그가건축설계를하는사람이며집이캘리포니아라는것을미리알았기때문이기도했습니다.

그는다시

"댄스교습시간에당신의파트너가없으시다면내가해도될까요?"

하고묻습니다.

그녀는대강당객석에서그녀를바라보던그에대해조금생각하다가

"배우시고싶으시다면그렇게하셔요.어차피저는파트너가없어요.댄스선생님이적당한시간에손을잡아주시잖아요."

여태,무대아래에서구경을했으니다알지않느냐는듯이그녀가대답했습니다.

키큰남자는

"그럼내일점심후2시에대강당으로가겠습니다."

하고활짝웃습니다.모처럼그의웃는얼굴을보자그녀도기분이별로나쁘진않습니다.매일항구에내려투어가없는날2시에댄스교습은열립니다.

‘이제부터파트너걱정은안해도되는구나.’

그는,첫자유투어를하는날스코트랜드의러윅에서부터풀꽃을따서책갈피에넣는그녀가눈에들어왔다는것,

무엇인가몰두하고있는사람은아름다워보인다는것등을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친구하고싶다고….

친구하고싶다고…

그는다시쓸쓸하고간절한눈빛으로그녀를바라보며말합니다.

그녀는그말에정신이확들었습니다.

그녀는늘여행지에서거의혼자지냅니다.

그렇다고사진때문에피곤한남편과대화를하자고조를수도없는노릇입니다.

잠안오는여행지에서그녀는방안에서여행기를정리하는것도남편이잠을깰까신경쓰여서24시간불이환한로비로가서혼자여행기를정리하거나책을읽거나생각에잠길때가많았습니다.

그런데그런시간에친구해줄수있다고?그녀는가슴이뛰었습니다.

그리고내심기뻤지만짐짓그말을묵살합니다.

한동안떨리는가슴으로그의시선을피하며가만히앉았다가숨막히는침묵을깨고그녀는붉은빛이점점스러져가는하늘을바라보며이젠방으로가야겠다고말합니다.

키큰남자는

"그럼내일만나요.더많은이야기를하고싶지만…"

그렇게말하고선뜻손을내밉니다.

다마신칵테일잔에갈아앉은키스오버화이어몇방울이크리스탈잔바닥에붉게깔려있는것이눈에들어왔습니다.

"네,내일…"

그녀는그의손을마주잡고작별인사를나눈후황황히엘리베이터앞으로걸어나갔습니다.엘리베이터앞에서뒤쪽복도를바라보니

그도복도로나와그녀를향해손을흔들고있었습니다.

<계속>

소리울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