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 종합병원 1108호실 병상일기1

병상일기

2010.7.2저녁

이제좀걸어볼까하고처음으로걷는연습겸

홈플라스문화센터에도자기그림을등록한지

딱3주째되는날이다.

"비가오니엄마그만쉬시지요."

아들의만류를뿌리치고조금늦은시각에3층에서2층으로내려가는

무빙워커에서넘어졌다.

다리가똑딱부러졌단다.

삼천포서울병원에서사진을찍고바로수술해야한다기에

무서워서수술은발에TTS라는다른병증이있으니

보던병원으로가겠다며나왔다.

오빠가부산으로오란다.

나선걸음이라입은옷에아무것도못챙기고부산으로떠났다.

부산대학병원응급실에서는

교수님어머니도아니니차례가2달이나되어야한다기에나왔다.

병원에서도교수님어머니가유리하다고한다.

청소부라도아는사람이있어야한다는말,

그건사실이었다.

2010.7.3

남편과아들은펜션건축일이바빠간밤에떠났다.

오빠선원에서자고아침일찍오빠가대체의학강의를한다는

온종합병원으로갔다.

원장님은매우소탈하고훌륭하신분으로

진주고등학교를나온오빠의후배라한다.

월요일수술을하자고한다.

11층꼭대기에한벅한특실방을마련해주셨다.

금년5월에오픈한아주정갈하고상쾌한분위기의병원이다.

주치의선생님은김호세선생님,

고려대학을나오신정형외과과장님

대단히신중하고정확한분인듯하다.

나보고어르신이라했다가어머니라했다가할머니라했다가..

이렇게호칭이애매한이상한나이가되어버렸다.

움직일때마다많이아프다.

뼈가부러졌으니…

201074일요일

혈관이안나오는야릇한체질이다.

쓸개제거수술을할때도,골반염으로입원을했을때도

간호사선생님들이곤욕을치른다.

어떤땐그냥퇴원을종용받기도했다.

나는늘그럴때마다미안하다.

남들은잘도혈관이나오는데…팔몇군데에피멍이잡혔다.

경상대학병원에입원했을때,옆자리의환자는

냅다소리를질렀다.

"주사하나도못찌르는데간호사라고일을하는게냐?"

"너에겐안맞을란다.다른사람데려와."

한며칠낯이익은후에

난그녀에게말해주었다.

"남이안가진몸이되게관리한

스스로의잘못을미안하다고말해야합니다.

다른사람들은곧잘혈관이나오지않습니까?

나는주사맞을때마다쥐구멍이라도들어가게미안하더니만…"

내게오셨던의사선생님이고맙다며말씀하신다.

"거의90%의환자는다의사간호사를야단칩니다.

그렇게말씀하시는건선생님이처음이셔요.고맙습니다."

그호통치던여자는그다음부터참을줄도미안하다할줄도알게되었다.

정말그래야만하는것을자기가몰랐던것처럼…

내일수술을할거라고금식을해야하고

그리고수술을위한두꺼운바늘로주사를놓을거란다.

터지기도잘하는약한혈관인데

밤에온간호사선생님은그래도두번만에왼손등에서굵은혈관을찾아

성공하셨다.

2010.7.5월요일

아침9시

수술하는날이다.

척추에마취를하고부러진다리에쇠못을6개인가7개인가를박는수술을했다.

척추에마취를했다는데왜아무것도몰랐을까?

이번에는남편이옆에있었다.

영동세브란스에서쓸개수술을할때

수술실앞에서기다리지않았다고내가너무나많이섭섭해했기때문이었다.

그때는6시간이넘는대수술,위험하기도한수술이었다.

오후나되어야마취가다풀릴거라고

많이움직여서는안된다고하신다.

2010.7.6

성당에서수녀님의전화를받았다.

구역미사를우리집에서하겠다고큰소리를쳤는데

그날이내일인데나의사고를알렸기때문이다.

"하느님께죄를많이지었는지

다리몽둥이를똑딱부러뜨리시네요."

수녀님은깔깔웃으시며위로해주신다.

접니다님,하나모임식구들,친구들도위로전화를보낸다.

급하게킐트감잘라둔내장난감헝겊조각들을가져와서좀기워볼랬더니

수액주사줄이걸리적거려바느질이용이하지않다.

밤에어릴적친구가옆에와서십자수를놓고있다.

마주보면서아름다웠던시절의옛이야기가사르르꽃을피운다.

그녀가수를놓고있는장미송이같이볼그레한분홍빛이야기들…

그때는정말꽃같은시절이었어.

운동장옆언덕에서어깨동무하고찍은사진이야기를한다.

우린그때체육시간을끝내고하얀운동복을입고

한껏입을벌려함박웃음을웃었었지.

아픈게하나도없어졌다.

모든게다마음이다.

2010.7.7.

아침에종종안부전화하는인정많은친구가전화를했다.

시골이장님이시다.다리가부러진소식을듣고놀랜다.

부산병원에있다고하니부산친구들에게이야기한다고한다.

인터넷의효력.

진주에서친구가어머니를뵈오러왔다가들렀다.

치매를앓고있는어머니,

아들도딸도알아보지못하고모시기가너무힘들어

지난해부터요양병원에계신다했다.

불현듯엄마생각이나눈물이고인다.

‘그리라도살아계시니넌행복한거야.’

늙고병들어죽는일은인간에게닥치는

필연적인일인데도좀허무하다는생각이든다.

친구의엄마도우리엄마도

참으로부지런하고깔끔하신분이셨다.

치매는스트레스가없어더얼굴이고와지셨다고..

모든사람들을착하게만보시는좋은시선으로변하고

그냥기억만소멸되신채잔잔한행동으로

시간을보내시는착한치매환자라며

처음엄마를요양병원으로보낼때보다마음이많이갈아앉아있는

내친구와그동생을보았다.

그리고많이부러웠다.

내어머니!

2010.7.8

친구가잘먹어야뼈가잘붙는다면서생선회를떠

병실까지날라왔다.

고마운친구다.

움직이지못하니입맛은점점떨어진다.

게다가디룽디룽주삿줄이꼭포승줄처럼걸리적거린다.

그러나이번에맞은주사는조금오래가는편이다.

언제또터질지모른다.

퍼렇게흉한피멍은언제사라질지…

정작부러진다리의통증은심하지않으나

여태까지의병증-타잘터널신드롬-이자꾸만괴롭힌다.

이병원을찾은이유도경상대병원에서

계속낫게해주지않아서병원을바꾸면시원한답이있지않을까하고

바꾸어본것이기도하다.

그러나의사선생님께아직말을못했다.

지금수술을했는데증언부언말을하기가조금그랬다.

병실에서인터넷이안된다고

오빠의동창인이병원건강대학에계신분이오셔서알아본다고하셨다.

남강문우회양동근님이시다.

다른오빠의후배가함께오셔서

10층에서인터넷이가능할거라고하신다.

휠췌어를끌고10층까지어떻게…

그만병원에서는아무짓거리도하지말자.

마음으로정한다.

‘그칠줄을알자’

새로정한나의화두.

무어나시작하면끝을모르고내닫는내병증은

지금아픈병보다더심각한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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