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친구들이야기
‘복많은것도죄인가?’
늘내가주문처럼외는말이다.
그러면정말모든복이다내것인양느껴진다.
복,사람들은모두가행복을추구한다.
그복이란게무엇인지누구나지금은행복하지않다고
더많은복을추구하려헤매고다닌다.
그래서지족하는삶을위하여구상선생님은
“지금앉은그자리가꽃자리이니라”
고노래하셨을까?
그때무빙워커에굴러기계에끼어죽을수도있었을것인데,
잘낫지않는암같은치명적인병이걸릴수도있었던것인데,
죽도록아픈병을갖고있다하여도생명과는무관한병이라하니
복많아좋은병원에서생각지도못한많은친구들을만나니…
하필오빠가부산에사는것도,이병원과인연을맺고사는것도
나를위해준비한일같이느껴지니,그아니복이많다할것이란말인가?
내가신경쓰지않고개업식이라고손님들이많아도일하나하지않고…
사실은8개월을앓고있었어도혼자노는일에많이익숙한셈이다.
그런데객지에서입원중에친구들을만나니얼마나더반가운복된일이랴?
정말복많은것도죄인가?그말이정답아닌가,적어도나에게는.
행복이란먼데있는것이아니라아주가까운곳에무수히널려있는것이다.
많은돈으로찾는것이아니라소박하고아주작은일상에서
도처에널려있는것이다.
다만눈을크게뜨고마음으로바라보지않아서늘슬프고불행한것이아닐까?
오늘은보산에입원했기때문에만난다정한친구몇을떠올린다.
더많은친구들이야기를쓰고싶지만,
단지나의시각에서말하는것이무리인것같기도하고
사실잘모르기도해서…
그리고이렇게쓰는일이초상권침해가아닌가싶어서…
몇명만올리게된점미안하기도하지만…양해하거라.
1.주영희
혜성처럼진주여고카페에등장한친구였다.
누굴까?침으로상쾌한느낌의친구라,부산에살지않으니
인연이잘닿지않으리라생각했다.
부산병원에왔기때문에평소라면죽을때까지학교때의인연을끝으로
못만날친구들을만나는계기가된이시간이참으로고맙다.
부산친구들이모이는날,이장님께들었다며12명의친구랑함께병실로찾아준친구,
그리고그런기회가있을때마다들려서밝은분위기를전해주고간친구가
오늘은내가처음들어본호박단술을해왔다.
"내가가정과출신아니냐?"
부산친구들에게춤연습후에시원한호박단술을먹이려고얼려두었다가
가지고나갔는데그게너무얼어있어서나누어먹을수가없었더란다.
병원까지무겁게싸들고와서주고간다.
단호박을삶아질금물과갈아서일부는식혜를하듯이발효시키고
일부는식혜가다삭았을때함께끓이면
설탕을아주미량만넣어도단맛이난다고했다.
얼음이버석거려꼭샤벳과같은호박단술을맛있게두고두고병실에서먹게생겼다.
다리가다낳으면시도해볼일이다.
그녀가카페에올렸다는추억의흑백사진에는중,고등학교6년을
한문을들락거렸는데도한번도한반을못했던친구인데도
동창생이란참으로좋은것이다.
이런은혜를,부산온종합병원으로온까닭의큰축복이다.
부산친구들도전에는이렇게자주만나고즐겁게지내진않았더란다.
영희가퇴임을하고동창회에들어오고부터활성화된부산동창회.
지금은일주일에한번무용연습을연습실까지빌려하고있단다.
배꼽을내어놓고추는발리댄스,
환갑을넘기고도이순의중턱,황혼의나이에
이건무슨정열이란말인가
또한친구박정심이가그들의무용선생님이라는데…
몇년전정희좌와진주동창회에가려고춤연습하던때가생각난다.
그때만도옛날이구나.
영희는바라만보아도에너지가푹푹느껴지는카리스마가있다.
거기에다따뜻한마음까지있으니…
부산지역진주여고총동창회장이9월에될거라고한다.
기념으로9월에는친구들을다모아하루를즐길것이라는계획이당차다.
내아들과남편이정열을쏟고있는님해창선의<아라클럽펜션>으로오라고말했다.
두아들잘낳아훌륭한의사로만들고지금은노모와살고있는효성스런친구주영희
.어머니저녁차려야한다고서둘러가는친구의뒷모습은아름다웠다.
2.박미하
부산동창회총무를맡고있는다정한친구다.
퇴임을하고더욱바쁘다고숨을몰아쉰다.
그녀는여고때사천에서통학을했었다한다.
시간의여유가없었으므로많은친구와사귈기회가없었다고,
공부할시가도많지않았다고겸손해한다.
내가미하를기억하는건지금은저세상으로떠난
집이삼가였던친구김옥이때문이었다.
옥이는우리집에서하숙을하고있었다.
옥이의부모님도나처럼막내라할아버지같은
늙은아버지와어머니를둔고명딸이었는데
완고한아버지의결혼강요로그만스스로목숨을끊어버린안타까운친구,
내가그때빨리시집만가지않았더라면옥이의고민을들어주고
죽지않게말릴수도있었을텐데..
여고때도키가훤출하게컸던미하와옥이는친하게지냈었던것으로기억한다.
옥이가미하를데리고우리집에도놀러왔었던것으로알고있어
기회있으면물어보려고했었는데…
너무오랜일이라미하는옥이를잘기억하지못한다했다.
사실옥이는또래친구들보다정신연령이매우높았지만
눈에잘뜨이는형은아니어서
그때학교에서금하는영화관출입을혼자무수히했었는데도
단한번도들키지않고잘도다녔다.
그녀의영화이야기는늘신비,그자체였다.
죽으면옥이를볼수있을까?그때못다한영화이야기나실컷할수있을까?
미하는친구들과함께온다음날따뜻한찰밥과나물을가지고병실로왔다.
이병원원장님에게라식수술을식구대로다받았다고
이병원과친분이있다고한다.
지금은교통사고를당해이병원에서물리치료를매일받게될것이라고
8층에서치료받는날은꼭들리마고한다.
물을끓여차를마시라며녹차병과순간주전자를가져오기도했고,
초복날은삼계탕도시켜들고왔다.
꼭꼭싸두었던새테팔주전자를식초넣어끓여서바로쓸수있도록
섬세한배려를하는마음이따뜻한친구였다.
나,물리치료받으러왔어.
문을밀고들어서는미하의모습은언제나싱싱했다.
친구의찰밥한그릇에,병실로날라다준삼계탕한그릇이
그리고그모든따뜻한배려가넘치도록고마워목이메인다.
고맙다.친구야.
3.정이순
.이순이는어릴때할머니랑산다고했다.
초등학교5학년6학년한반친구다.
까무룩한세월을잊고지내며살다가몇년전에진주에서총동창회운동회때
여고졸업후에다시만났다.
.
어릴때도무척이나야무지고철들어보였던이순이때문에난아버지께늘야단을맞았다.
“언제이순이처럼철들고,언제이순이처럼야무지게살아볼래?”
난조금퍼석하고느리고운동신경도모자라고
잦은빈혈에입성은게을러밥그릇을들고먹어라먹어라따라다녔고그나마공부라도못했으면
아버지에게쫓겨날판이었다.
이순이가보이지않으면
"이순이랑싸웠니?그런친구랑싸우면안된다."등등…
하얀모시두루마기를입고교실뒤에서서땀을뻘뻘빼는담잉선생님을바라보며
수업참관을하고가시는길에도이순이만찾아머리를쓰다듬어주시곤하던우리아버지.
그런아버지가좋았던지이순이는자주우리집에놀러왔다.
한약냄새풀풀나는우리집이,할아버지같은아버지가무에좋다고자주놀러왔던것인지..
머리가굵어지고새로운친구가생기고,반이바뀌고…
이순이는나에게서조금멀어져갔다.
그리고사는장소가,사귀는사람이바뀌고한동안우리는잊고살았다.
중학교,고등학교를다닐때도이순이와는인연이별로없었다.
내가삼천포로이사가고초등학교반창회를내가사는삼천포에서할때도
이순이는사는것에매여오지못했다.
그리고도또서로의삶이몇년을휩쓸고지나갔다.
부산병원에입원하게되자제일먼저이순이가떠올랐다.
“이순이가보고싶다.부산에산다니…전화나해보게…“
문자는금세이순이에게전화를했나보았다.
밥보따리를들고버스를타고병실로찾아와서병원근처에산다는
다른친구까지불러따뜻한밥을함께나누던친구…이순이
묵은김치찌개를좋아한다고,들깨갈아넣은미역국먹어보라고,
조금만남았길래먹어보라고가져온명란젖,아삭이고추에특별히만든막장.
냉장고가득친구의냄새가풋풋하다.
이순이는나만이아니라다른여러친구들과도그렇게나누는것을좋아한다고한다.
12명의친구와함께,혼자서,신윤자와그리고주영희와올때도
아픈몸으로도이렇게여러번찾아준내어릴적친구.
오늘은여름에모기에물릴때바르면좋더라며호랑이연고를두고갔다.
아직도몸이조금부실해보인다.
눈물이글썽글썽어머니아버지할머니언니형부,
언니덕에공부를하고언니의아들에게대학등록금으로갚았다는
눈물의스토리를소설책읽듯뽑아낸다.
그렇게아프게산흔적은다그리움의대상이다이순아,
그래서네아픔과그리움,그런추억들의거름속에서
네지금의꽃같은현실이있는것이야.
그래도아직속깊은이야기는나누지못했다.
가슴에싸아하니바람한올이스쳐갔다.
내엄마이야기를하는데그녀의목소리가떨리고눈시울이글썽하고
그리움의그림자가짙게드리운다.
이순아,말안해도내다안다,알아
손꼭잡고안아주고싶었지만누군가아픔을이야기하면내아픔이살아오르고,
누군가그리움을이야기하면내그리움이꼿꼿이일어나는습성때문에
말없이듣는데저녁시간이되어식구들밥을챙길것이라고황황히떠났다.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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