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클럽에 붙잡히다

며칠째빈혈기가있습니다.

제빈혈은참으로오래도니병이었는데

요즈음은잊어버려도될만큼괜찮았습니다.

사카의청담모임에가려했어요.

예고없이짠!하고나타나고싶었지요.

김용택님시한편은외우지못했어요

그냥가보려던것이었어요.

그런데남편이잔디를심는다고냉천사는동네여자들넷을불렀습니다.

그여자들의밥을해주어야하고

새로만드는정원공사에봉사요원이오시는데

그분들에게도먹을것을대어드려야합니다.

저는미리부터오늘은안된다,서울간다,계속외쳐댔건만

빈혈끼까지있어서그냥포기했습니다.

제게그런복이있겠냐고…

아침7시도못되었는데아줌마들이계단에쪼르르네명이앉았습니다.

일하러왔는데아무도나타나지않고일준비도안된것같다면서…

저는객실두방에찬손님들아침을다마련해놓고서울가려던계획을포기하고

아줌마들에게모닝코피를대접합니다.

카페에들어오기를황송해하는그녀들에게

"여기도사람사는집인데요.어서오세요."

함부로털썩털썩아무데나앉았던옷이라조심스럽다는군요.

카페의의자가자기들의작업복을입고앉을데가아니라고…

그런데저는닦으면괜찮다면서의자에앉히고

집에있던가장예쁜잔을꺼내어말레시아손님이주고가신커피를타서

케잌한쪽씩과빵을구워대접했습니다.

단한번도이런데서이런대접을받은적이없다면서..

너무행복해하는그녀들의모습을보며서울가지않은걸보상받았습니다.

"어쩌면복이이리많아요?"

저도나름대로참으로고생했다고했어요.

"돈으로하는고생은괜찮아요.

자식에대한고통은얼마나큰지요."

그아주머니는아들이군대에가서다리를다치고장애자가되었는데

평생일이잘풀리지않아고통이라고하십니다.

물론그렇지요.

새로만드는장원의잔디를심으러오신아주머니는제게또다른선생님이셨습니다.

저의불편한심정을깨끗이가시게해주신분이셨습니다.

이런주위의어려운이야기를들으면나의삶이그나마괜찮은삶이라는걸…

오스트리아에서온친구가전화가왔습니다.

얼마나좋으냐고……

다들얼마나좋으냐고말합니다.

그러니저도얼마나좋은지를잘생각해야합니다.

203호손님이나가시고다른손님의예약도203호였는걸잊고

서울로갔다면일할사람도부르지않았는데

참으로집에남은남편이황당할번했습니다.

그렇게또하루가갑니다.

속절없는세월이..

밤에유난히달이밝습니다.

물이한껏많이나가더니한껏많이들어와서출렁입니다.

꼭제마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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