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클럽 스토리/난향을 맡으며….
별채에손님이오신다기에

오래비워두었던방으로들어갔습니다.

은은한향기가나는것이었어요.

아들이쓰던향수병이새는줄알았지요.

그런데난화분에눈이갔어요.

별채에는손님을자주받지않아

그방에들어갈때에만화분에물을줍니다.

누가게으른사람이난초화분을잘키운다던가요?

세상에나때아니게난초꽃이피었습니다.

아무도모르는사이에말입니다.

빼어난가는잎새굳은듯보드랍고
자줏빛굵은대공하얀한꽃이벌고
이슬은구슬이되어마디마디달렸다.

본디그마음은깨끗함을즐겨하여
정(淨)한모래틈에뿌리를서려두고
미진(微塵)도가까이않고우로(雨露)받아사느니라.

가람이병기님의난초를외워봅니다.

그리고난초화분을들고나와

불루카페의데크탁자위에얹었습니다.

해무가자욱히낀바다를바라보며난초화분이앉았습니다.

오늘은할빈부부도가버리고

남편은새벽같이일이있다며나갔습니다.

이은은하고고상한난향을맡으며

맛있는커피한잔을함께나눌

친구가없군요.

지란지교를꿈꿔보지만

모두가너무멀리떨어져있습니다.

선한사람과함께있으면지초와난초가있는방으로들어가는것과같아서

오래되면향기를맡지못하니,그향기에동화되기때문이다

()

공자님의말씀입니다.

향기로운지초와난초의향을가진

더불어살분을찾고있습니다.

드디어할빈여자가나갔기때문입니다.

남편류씨는공기좋고경치좋은데서그냥살고싶은데

우울증증세가약간있는아내가자꾸만못있겠다니까

딱열흘을채우고떠났습니다.

마작은고스톱보다훨씬재미있다고그녀는말했습니다.

남의욕을하는것보다마작을두는것은유익하다고

치매에걸리지않아서좋은게임이라고도합니다.

남편을15년이나한국땅에노동을하게하여목단강부근에

새아파트도버젓하게장만해놓고

그냥집에서여자들과마작이나하며놀았다고합니다.

아마도다시할빈으로들어갈모양입니다.

해외로신혼여행을갈여건이못되는신혼부부가

3박4일일정으로오늘예약을하셨습니다.

그분에게잘해드리고싶습니다.

저희가마산부산한시간거리로

신혼여행을떠났었기때문입니다.

그당시에도적어도

제주도는신혼여행을갔었던시절이었는데…

해운대바닷가에서날아갈듯서있는

분홍색레이스원피스를입은

제모습이지금몹시도그립습니다.

42킬로그램의하늘하늘했던시절…

난향을맡으며부질없이추억에젖어봅니다.

<소리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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