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이예서
우리손녀딸들이다녀갔습니다.
하필이면가장펜션이바쁘다는일명’성수기’에온아이들이라
저는펜션오픈하고첫여름을맞이하느라정신이없었습니다.
아이들을데려다주러큰아들이왔는데
일때문에두밤만자고갔습니다.
에미가정신없이뛰는걸보다못해아이들을데리고
청소라고거들어준다면서이방저방다니며이불을벗겼습니다.
아이들은신나게이방저방객실을뛰어다니면서
베개껍데기를걷어내고타월을챙겨넣고객실의물을가져다냉장고에넣었습니다.
이번에저를도와주러온부부는조신하고성실한신앙인입니다.
워낙조용하고말이별로없는분이라
아이들이요령없이뛰어다녀서일의리듬에방해가되는데도가만있습니다.
아들과아이들셋은다치워놓고침대세팅까지마쳐놓은방에가서
잘하느라고다시이불을벗겨내고베개를벗겨내었습니다.
청소가다되어끝난방이라면서오신손님을방에넣었는데
방이난장판으로어질러져있었습니다.
당연히저는큰소리로아들을향해화를쏟아내었습니다.
"너때문에정신이더없어,도와주려거든제대로해."
"엄마왜그렇게살아요?"
그리고아들은일때문이라며그냥서울로갔습니다.
그날이후예림이와예서는너무나차분하게
뜨거운햇살을받아가며객실심부름을했습니다.
"할머니지금은몇호실이비었어요?"
"여섯사람이라면당연히브이아이피실로가셔야지
왜네명가는방을달라고떼를쓸까요?"
"두명이라면서왜비싼브이아이피실을쓸까요?"
예서는매니저역할도잘해낼것같이객실예약에도관심이많습니다.
닷새간일한오만원,
그들의땀의댓가입니다.
하루에만원의돈.
노동의신성함을깨달았을겁니다.
"와,대박이다!"
돈봉투를받아신이납니다.
그리고오늘새벽,비행기를타고아이들만떠났습니다.
밭에서갓딴싱싱한호박을갈아바나나랑함께넣은와플을굽고
갓만든생크림을담아,가면서먹으라고싸주었습니다.
검은깨,검은콩으로만든미숫가루를우유에타주고
좋아하는백도복숭아도까주었습니다.
경황중에반건시곶감을먹였어야하는데잊어버리고생각도안났습니다.
가고나니아차싸서라도보낼걸…
한시간후아이들이잘도착했다면서
애비에게로전화가왔답니다.
에미에게로하지않은건제가화를낸때문에거북했을겁니다.
간밤엔예서가마지막날밤이라면서
할머니와목욕을같이하겠다고했습니다.
예서의사랑에목이메었습니다.
눈병때문이아니라자꾸만눈물이나려고했습니다.
예림이는배가부른데도할머니가깎아주는복숭아를맛있게먹었습니다.
할머니가섭섭해할까봐그랬을것임을잘압니다.
어젯밤엔남해해안도로를드라이브하는데해가발갛게넘어가고있습니다.
"아,할머니,백만불주어도살수없는노을이예요."
"그런데우린공짜로보고있잖니?"
"그래요할머니,그림그리고싶어요."
"그래그리려므나,마음에꼭담아가거라."
"네,이미그렇게마음에담아놓았어요."
아이들은제가자기들을그리워하고있다는걸잘압니다.
제가너무너무보고싶어하는걸,
함께데리고놀고싶어하는걸너무나잘압니다.
불루카페에서비로소떠나는날에야
사진몇컷을찍고보냅니다.
"보고싶으면어쩌지?"
"할머니,사진을보고계세요."
예서의말입니다.
그린란드가는배에서얻은십자수세트를받아
둘이서나란히칸을채워가며수를놓던손녀들이눈에밟힐것입니다.
가면전화도잘안하게되는내손녀들의사랑이야기.
보아도보아도고프기만한내손녀들의사랑이야기
<소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