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펜션아라클럽
"아침식사를준다면서요.뭘주는거예요?"
"그냥이것저것을줍니다."
아라클럽을찾는손님의대부분은아침식사가어떤지많이궁금해한다.
아라클럽은아침식사를제공하는펜션이다.
아침을제공하는펜션은그리많지않다.
17년을셰프일을한작은아들이미국에살아서아침과잠자리를제공하는
소위말하는베드엔블랙파스터bed&breakfast를할거라고우겼다.
사실은100개국을여행했다고흐뭇해하는남편은사흘에밥아홉그릇을먹어야하는
사람인지라여행지에서아침을주는숙박업소가정말필요한사람이었다.
미국국립공원50여곳을3년에걸쳐17만킬로미터를종횡무진누빈시절에
우리는경비를절감하느라고싼모텔이나인을찾아다녔다.
밥을해먹을수있는지,몸을담글욕조는있는건지,
침구류가깨끗한지,냄새는나지않는지…
그리고저녁에숙소를찾아들어가면일단저녁밥을남도록지어먹는다.
반찬거리는미국어느도시,어느마을에나있는월마트에서
닭을사서고와먹기도하고싱싱한야채-오이나양상추-를사서
막장에찍어먹었다.
남은밥으로는밤내내후라이팬에누룽지를만들었다.
빵을싫어하는남편이운전하다졸리면적당하게말랑하고딱딱하게만든
누룽지를씹으면서운전을하기위해서였다.
아침에는충분히밥을지어미역국이나된장국을끓여먹었다.
아침의남은밥으로는김밥이나주먹밥을싸고남은국을보온병에넣어
차에싣고다녔다.
구경할곳이무궁무진인여행지에서점심을사먹는데주문을하고
기다리고그러는복잡한과정의시간이아까웠었다.
운전을하면서도한알씩집어먹을수있는김밥주먹밥은
시간절약을위해좋은수단이었다.
누룽지를우물거리며대개는남편이운전을했지만정참을수없으면
내가대신운전을했었다.
더러아침을주는모텔에서빵조각,과일,음료수등을주기도하고
드물게와플가루를개어놓고직접구워먹게하는곳이있기도했으나
모두주인은나와서인사조차하지않는삭막한식당이었다.
유럽의작은호텔에서잠을자고나오면조그만식당에서
마주보는사람끼리인사도나누고하얀에프론을두른웨이터레스가
컵에물을따라주거나커피심부름을하는모습이
참으로사람냄새가나는일이었다.
우리는아라클럽을사람냄새나는집으로만들려고한다.
그래서가장전망좋은곳에불루카페라는게스트룸을만들고
그장소에서숙박비에포함된아침식사를제공한다.
물론몸을담글욕조,순면순백의침구류,최고급타월,세제,깔끔한실내는기본이다.
어릴때남들이하약국집이라말하던우리집은하숙집같았다.
어머니는늘손에물이마를날이없이드나드는사람들의밥을해내느라바쁘셨다.
가난한시절에도어머니는그런손님들에게인색하지않으셨다.
수박껍질도나물이되고,호박씨로도죽을끓이셨다.
유과나정과약밥,식혜는늘석작에담기거나찬물에띄워져있었고
겨울,동짓날에끓였던팥죽은얼음이서걱서걱얼어겨우내내밤참으로먹었다.
우리식구가먹기보다집에주무시는손님들을위한갈무리음식들.
그래서우리집음식때문에어릴때이웃에살던미국사는후배가
우리집이엄청난부자였다고기억한다고했다.
남들은성한교복바지들을입고다니는데나는어머니친구딸이물려준바지를
바느질솜씨좋은어머니가엉덩이를곱게곱게누벼주신것을
입고다닐만큼가난했음에도먹을것은풍족하게먹었다.
아들이미국에서공부할때가끔전화가오면
"엄마깎두기는어떻게담아요?게장은어떻게담아요?생선국은어떻게끓여요?"
그런걸묻곤했다.
아이엠에프를겪으면서아르바이트를하느라고요리에입문한지17년인그에게지금은내가묻는다.
"아들아,진저드레싱레시피좀보내다오."
며칠전에아들이하는마산의젠이라는일식코스요리전문점에서밥을먹었다.
계란찜이아라클럽에나가는내가하는것보다훨씬맛있는것같았다.
"얘,난이맛이안난다?왜그럴까?"
남편이받아서
"17년셰프한놈과같으면되겠어?"
"난셰프엄마잖아.디엔에이가말이야,외할머니,엄마,그리고동아에게로간걸왜몰라?"
손녀딸예림이는
"할머니,할머니가하신게맛없는게아니라맛이다른거예요,작은아빠건좀맛이진해요."
예쁜것,할머니를위로한다.
아침을준다니까손님한분이전화로아침은누가해주냐고묻는다.
"셰프엄마가요."
그는잘못알아듣고
"아,아침일찍셰프가와서해놓고가는군요."
내일은모든객실이다가족단위로오셔서식사량을많이만들어야만한다.
우렁각시라도하나밥하는데도와주면좋겠지만
사랑과정성으로이것저것예쁘게그리고재빠르게만들어야한다.
와플에는금방밭에서딴호박과바나나를갈아넣고,
키위드레싱을곁들일거다.
가지는쪄서보라양파를곁들이고
진저드레싱얹은연어샐러드,
영양닭죽,전어회무침,
죽반찬으로김치를빼면손님들은영락없이김치를찾는다.
새우넣은일식계란찜은시간과정성이들어가야푸딩처럼예쁘게만들어지고
그리고식단을품위있게만든다.
밤내내머리를굴려아침식탁을준비하기에아라클럽의아침상을받는이는
그릇들을헹구기만해도될만큼싹싹비워내어서기분이좋다.
<소리울>
벤조 (
journey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