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설 1/김철명님께- 東凡

오빠의빈소에제일먼저찾아오신김철명님,

이웃에사는저도아는분입니다.

각별히친했던사이로기억합니다

오랜세월에모습은기억할수없었지만

빈소에앉아느낌으로슬픔그분의호설을찾아여기에올립니다.

"와장창창문을재끼고싶어라"

우리가중학교입학하던해이던가아마그쯤으로기억한다.

상업은행뒤편에돌로된멋진집이,우리는들어가볼수없는다방이었다."돌다방"

진주여고에재직중이시던철명이선친께서시화전을그곳에서하셨다.

전시회를끝내고전시작품들을인사동에있었던철명이집으로가져올때,

제목과첫구절이같은작품한점을무심코읽었는데,

오십몇년이지난지금까지시인의장남도기억하지못하는

이시의귀절이왜내머리속에남아있는지

내가생각해도참신기한노릇이다.

국민학교시절부터좀별나게가까이지냈고

삶의방식이달라,소원하게지나는듯했지만

늘궁금해하고잘살아가는행적을부러워하며지냈다.

나는지금도철명이가무척부럽다.

그에게는어머니가계신다.

우리나이에,

바라볼수있고,이야기를나눌수있는

어머니를갖고(나는이렇게무식하게표현하고싶다)있는사람은

더없이행복한사람이다.

그김철명이10년넘게글씨공부를하고있다.

대개서실에오래다니면,

회원전도하고,서실의단체전도참여하여착품을출품할수밖에없는

그런경우가많은데도단한번도자신의글씨를표구한일이없는

묘한고집을피우는친구다.

上善若水.철명이인생을살아온자취에

이말이참잘어울린다는생각을자주한다.

나서지않고,숨지도않으며그저그자리에서

무심히서있는살아있는..

이런친구를위하여내어줍잖은수행의방편인

낙관한방을각해주고싶어호가무었이냐고물었더니,

십년을넘게글씨를써온친구가호가없단다.

뜻있는사람들이호를주겠다해도극구사양을했단다.

감히친구에게호를만들어서

낙관한방을새겼다.

밝을철,밝을명,"와장창창문을재끼고싶어라"

철명이선친께서는밝음을유난히도좋아하셨던가보다.

그래서이친구가선친의바램대로

밝은삶을살아온것인가?

그래서밝음을대변하는동녁東자를썼다.

그다음글자를두고오래고민좀했다.

서전에나오는"겸수익만초손"의謙을처음에는생각했으나

음운오행이맞지않아오래두고생각한끝에

무릇凡자를써기로했다.

凡情脫落"

凡도,非凡도모두떨쳐버린,거시적皆空의맑은자리에있는

그런삶의영속을기원하며

東凡이라했다

頭印은늘평상심으로살아가는그모습대로

素心으로각했다.

凡이라는글자,참거룩한말씀을이끄는데많이쓰인다.

凡有下心者는萬福自歸來,를비롯하여혜아릴수없을만큼있고

제헌국회의당찬의원중에도범부,범산범술의三凡이있었다.

東凡,금년년말의전시회에서는동범의無爲필력을보고싶다.

낙관갖고가라!

-동봉당지호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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