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펜션아라클럽/파레오카스트리차 수도원18
코르푸,팔레오카스트리차Paleokastritsa수도원

갑자기내리는비에우산을파는곳은길바닥에선물을파는그리스총각들.

8유로를주고샀는데제법정교하게만들어쓸만하다고합니다.

선물은나무로조각한기도하는손들과접시들의수공예품들입니다.

그라데이션이강한배경으로연인들이벤치에앉은그림을그려파는화가도있습니다.

그는너무나빠른손동작으로그림하나를후딱그려냅니다.

쯔쯧,명작은오래공들인그림이어야하는것을…

그가그린그림은하나같이가치있어보이질않습니다.

세상이치가그러한것일테지요.

공을들이고사랑을쏟고정성이들어가야하는것들이오래가고가치있는소중한것이됩니다.

산꼭대기에지어진그리스정교회수도원역시그러합니다.

오래되었고그리고역사를거듭할수록가치가돋보이는그런수도원.

입구에전쟁에쓰였던대포가하나놓였습니다.

그곳에서아래로내려다보이는비경은

제주도의외골개같다고제주도출신마리아요셉이말합니다.

그러나비슷한것일뿐이지그둘이가진다름은인정해야합니다.

사람이건풍경이건,

얼굴이비슷한사람이라고성격까지같지않듯이

풍경이비슷하다고역사까지같아지지않습니다.

검게빛나는대포하나가그걸증명해주고있습니다.

쫓고쫓기는이어져온전쟁의역사…

그리고특별하고간절한기도가필요했을인간들…

그걸말해주는명품의회화작품이교회안에가득합니다.

시대를건너온회화작품이교회안에묵은이야기를뒤집어쓰고걸려반짝이기도하고,

때묻은채로컴컴한세월을이야기하고있기도하고,

작은박물관가득역사를보여주고있기도합니다.

얼마나기도가필요했을까요?

기도는벽화가되고액자가되고반짝이는작품이되었습니다.

교회에들어서니초를봉헌하는곳에는하늘하늘촛불이흔들리고있었습니다.

"대모님촛불켜고싶어요."

엘리사벳이간절한눈길을보냅니다.

호주머니를뒤져동전2유로를건넵니다.

"저수사님께드리고초를사게."

입구에그림처럼서계시던수사님은한뭉치의초를들고계셨습니다.

초두자루를사서가만히촛불을켜고기도를하는모습이참아름답습니다.

누구나기도하는모습은순수하고그리고가련합니다.

연약한인간이절대자에게매달리는순간,

속으로웅얼웅얼나역시화살기도한자락폅니다.

나그네의바쁜시간에도날아가는한줄기가련한기도.

촛불을봉헌하는시간까지아껴야하는이시간이라는괴물에게

나는언제나쩔쩔매고살고있습니다.

밤이고낮이고여행을하거나집에있거나시간이라는괴물은

나를옥조이고숨막히게하고바쁘게만듭니다.

소풍나온이세상그냥쉽게쉽게살면될텐데

기를쓰고달음박질을하며시간이라는괴물에게쫓기며사는인생,

밤을새워사진을정리하고,기행문을정리하고헝겊조각으로꽃을만들고

조가비나조약돌을주워그림을그립니다.

내가나를생각해도안타깝기만한데그게타고난운명인것처럼하다니말도안됩니다.

오늘은특별히하나뿐인오빠가돌아가신지49일이되는날.

남편은흰옷입은남편을꿈꾸었다는데,함께비빔밥을나누었다는데

내꿈엔보이지도않았습니다.

싸아하니목구멍으로올라오는그리움…

해변에서남편은나를위해붉은사암조각하나를주워왔습니다.

그곳에수도원의종각과두그루의사이프러스나무를그리고

1223년수도원이만들어진날짜도썼습니다.

비오는수도원

그레고리안성가

영혼을울리는

은은한종소리

그렇게써서처음으로동반한엘리사벳의동생부부에게선물했습니다.

그들에게주는나의기도입니다.

함께한여섯부부중그들만이우리일행에서신자가아닙니다.

그러나그들은신자가아니라도정말신자처럼,

아니신자보다더진실되게살고있는부부였습니다.

적어도이며칠,여행에서동반한시간동안만이라도우리눈에비친그들은

부지런하고명랑하고분위기를밝게만드는특별한재주가있습니다.

그리고자신을멋있게가꿀줄아는여인,

아무나가질수있는달란트가아닙니다.

형님형님하고사랑스럽게부르는그들이우리의분위기를더욱빛나게만들고있었습니다.

1223년에세웠던교회의철문은세웠던날짜만종이에적혀박물관구석에삐딱하게서있습니다.

우리의맷돌같은돌팍들,오래된도구들,

미사를봉헌할때쓰이는술을담구었던술통들이진열된지하에는

그리스아저씨가하릴없이지키고있습니다.

"아유꼬레?"

그가묻습니다.

"네,안녕하세요?"

내가대답합니다.

"안농"

그는되지도않는발음을억지로해보이며웃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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